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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성과평가SC제일은행

박종복 대표, 모기업 신뢰 든든...ELS 사태 리스크는

강점·효율성 살린 경영으로 자산 100조 눈앞…ELS 관련 CEO 징계 리스크 비켜갈까

김영은 기자  2024-02-06 08:14:47
박종복 SC제일은행 대표이사(사진)는 SC그룹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4연임에 성공한 장수 은행장이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순익이 감소하는 등 성장에 정체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SC그룹은 박 대표가 지난 임기 동안 보여준 위기대응역량에 대한 변함 없는 믿음을 보내며 한국에서 최초로 그룹 전체 행사를 개최했다.

SC제일은행은 홍콩 H지수 연계 ELS를 1조 이상 판매해 금융당국의 현장 검사를 받고 있다. ELS의 손실 규모가 커짐에 따라 과거 DLF 사태처럼 이번에도 CEO 징계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수 은행장에 대한 금융당국의 견제에도 외국계 은행이라는 특수성으로 연임에 성공했던 박 대표가 이번에도 당국의 제재에서 비켜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순익 감소에도 SC그룹 신뢰 속 4연임 성공

올해 SC제일은행은 박종복 대표 체제 5기를 맞았다. 지난해 10월 박대표는 4연임에 성공하며 2025년 1월까지 10년간 SC제일은행을 책임지게 됐다. 14년간 한국씨티은행을 총괄했던 하영구 전 행장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장수 은행장인 셈이다.

지난해 SC제일은행은 다소 성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070억원으로 전년 동기(3205억원) 대비 4.2% 감소했다. 이자손익과 수수료손익은 모두 증가했으나 환율변동손익 등의 영향으로 기타영업손익 감소폭이 컸다. 같은 기간 환율변동순손실은 4038억원으로 전년 동기(+6804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SC제일은행은 외국계은행 특성상 환율 변동성에 민감한 구조다.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해외 투자를 모색하는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업을 주축으로 해 외환 운용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외화 관련 손실 규모 또한 커진 모습이다.

경영 지표의 정체에도 불구하고 박 대표에 대한 모기업의 신뢰는 굳건하다. 작은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 박 대표가 그간 보여줬던 경영 성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10년대 초반 중금리 대출 부실 여파 등으로 적자 실적을 못 면하던 SC제일은행에 흑자 전환을 이끌어냈다. 이후 2021년 다시 순익이 1000억원 대로 감소했으나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조직 효율화를 통해 순익을 3000억원대로 끌어올렸다.

박 대표는 또한 SC제일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과 자산관리 사업을 특화해 SC제일은행의 영업기반을 탄탄히 구축했다. 그 결과 2014년 59조9590억원이던 자산은 2022년말 98조5884억원으로 1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SC그룹은 지난해 11월 최초로 그룹 차원의 ‘글로벌 타운홀’을 한국에서 열고 대표 산하 SC제일은행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 호세 비냘스 이사회 의장과 빌 윈터스 회장을 포함한 SC그룹 이사진과 경영진을 포함해 전세계 SC그룹 임직원이 참여했다.

빌 윈터스 회장은 “한국은 SC그룹의 주요 시장 가운데 하나로 그룹 전체 수익의 7%를 차지하는 수익 기여도 5위의 매우 중요한 전략적 시장”이라며 “SC그룹은 한국 시장 투자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1조’ 넘는 홍콩 H ELS…당국발 CEO 리스크 비켜갈까

박 대표의 4연임 배경에는 외국계 은행의 특수성도 작용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2022년 하반기부터 은행에 CEO의 장기 연임을 반대하는 등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나 SC그룹이 SC제일은행의 지분 100%를 소유한 외국계 은행이었던 탓에 박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다.

홍콩 H지수 연계 ELS 사태에서도 SC제일은행이 금융당국의 감시에서 비켜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C제일은행은 ELS 주요 판매 은행 중 하나다. 2023년 8월말 기준 SC제일은행의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잔액은 1조2427억원이다. 2~8조원 대의 홍콩 H ELS를 판매한 4개 시중은행 보다는 규모가 적지만 판매액이 1조원이 넘어 금융감독원이 검사 대상이 됐다.

현재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은 ELS 판매를 전면 중단했으나 SC제일은행은 홍콩 H 지수 연계 ELS를 제외한 상품은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ELS의 손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업계에서는 CEO 징계 리스크 전이 가능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과거 불완전판매 논란 때와 달리 적합성 원칙을 강조하는 등 엄격한 검사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임직원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5일 발표한 ‘2024년 금융감독원 업무계획 참고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의심사례에 대한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함으로써 분쟁조정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했다. 또 판매사 및 관련 임직원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과거 DLF 사태 때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당시 행장이었던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불완전 판매로 문책 경고 처분을 받았다. 문책경고 징계를 받으면 금융권 취업 또는 연임이 제한된다. 손 전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해 결과적으로 승소했으나 3연임은 불발했다. 함 회장은 이달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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