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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회계기준이 가린 맹점, LGD가 LG전자의 연결회사라면

②지분율 37.9% 관계기업, 모회사 재무상태 반영 미미…가정시 재무부담 대폭 확대

박기수 기자  2024-01-30 11:45:07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자회사가 종속기업인지 관계기업인지는 모회사 재무상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특히 자회사의 자산 규모가 크면 클수록 자회사의 '신분'은 모회사 재무상태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자회사가 종속기업이면 자회사의 재무상태가 모두 모회사 재무상태로 연결되지만, 관계기업이면 극히 일부만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공룡' 자회사가 모회사의 종속기업이라면 모회사의 재무상태는 공룡 자회사의 재무상태를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연결 실체의 재무 리스크 등을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자회사가 관계기업이라면 모회사의 연결재무제표는 상대적으로 맹점이 크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일례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의 지분 37.9% 보유하고 있다. LG전자는 LG디스플레이를 관계기업으로 분류한다. 반면 같은 자회사인 LG이노텍은 지분 40.8%에 종속기업으로 분류한다. 두 자회사에 대한 보유 지분율 차이는 3%포인트도 나지 않지만 한 쪽은 종속, 다른 쪽은 관계기업이다. LG이노텍은 LG전자 연결재무상태에 반영되지만 LG디스플레이는 그렇지 않다.

◇부채·순차입금비율 급등, 이자보상배율은 7배→1배 급락

LG디스플레이가 LG전자의 종속기업이라면 LG전자의 재무상태는 어떻게 변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년 동안 기록한 대규모 적자 탓에 재무상태가 악화했고 이를 LG전자에 반영하면 LG전자의 연결 재무상태는 눈에 띄게 악화한다.

연결을 가정했을 때 정확한 연결 값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근사치는 구할 수 있다. 우선 두 회사의 연결 재무상태표 상 자산·부채·자본을 단순 합산한다. 그리고 이중계산된 부분을 제외해 주면 된다. 이중 계산된 요소는 △LG디스플레이의 장부가액과 △LG전자-LG디스플레이 간 매출채권·매입채무가 대표적이다.

LG전자가 인식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작년 3분기 말 기준 장부가액은 2조6770억원이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연결 자산총계 합인 99조4408억원에서 LG디스플레이 장부금액을 빼면 96조7638억원이 나온다. 또 연결 자본총계 합 33조1153억원에서도 장부금액을 빼주면 조정된 자본총계 합은 30조4383억원이 나온다.

여기에 양 사간 보유한 매출채권·매입채무도 제외해 줘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3분기 말 LG전자에 매출채권 4112억원, 매입채무 1조37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매입채무 1조3700억원 중에는 LG전자가 작년 빌려준 현금 1조원도 포함돼 있다. 이 값을 단순 합산 재무상태표 상 자산과 부채에 반영하면 작년 3분기 말 조정된 자산과 부채총계는 각각 94조9825억원, 64조5443억원이 된다.

이렇게 해서 계산된 작년 3분기 말 LG전자의 연결 부채비율은 212%다. 공식 부채비율인 155.5% 대비 56.5%포인트 높다. 제조업 기준 부채비율 200%는 낮은 수치라고 보기 힘들다.

차입금 지표는 크게 변한다. LG전자의 작년 3분기 말 연결 차입금은 14조3811억원으로 차입금의존도는 23.2%다. 만약 LG디스플레이가 종속회사였다면 연결 차입금은 30조9375억원까지 늘어난다. 차입금의존도도 32.6%까지 상승한다.

순차입금도 마찬가지다. LG전자의 작년 3분기 말 연결 순차입금은 6조489억원이지만 LG디스플레이가 연결됐다고 가정하면 순차입금은 18조5179억원까지 늘어난다. 순차입금비율도 25%에서 60.8%까지 높아진다.


한국신용평가 등 크레딧 업계는 LG전자의 우수한 신용등급(AA/안정적)의 배경 중 하나로 재무안정성을 꼽았지만 만약 LG디스플레이가 연결 자회사로 들어갔다면 평정이 다른 방향으로 이뤄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신평은 작년 5월 본평가 보고서를 통해 "영업현금창출력 개선, 자산 매각 등으로 2021년까지 순차입금 감소세가 이어지고 재무안정성이 개선됐다"라면서 "2022년 이후 순차입금 규모가 재차 증가하고 있으나 안정적인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창출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재무커버리지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어떻게 될까. 작년 3분기 누적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합산 연결 매출은 75조586억원이다. 이중 내부거래액인 2조3177억원을 제외하면 조정 매출은 72조7408억원이 나온다.

LG전자의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조2360억원, LG디스플레이의 영업손실액인 2조6419억원과 단순 합산하면 5941억원이 나온다. 만약 내부거래 비중인 16.6%를 LG디스플레이 영업손실액에도 적용해 LG전자 영업이익과 재합산하면 조정 영업이익은 약 1조335억원이 된다. 조정액을 반영해도 LG전자의 기존 영업이익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영업이익 1조원은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합산 이자비용을 겨우 내는 정도의 수치다. 작년 3분기 누적 두 회사의 합산 이자비용은 9749억원이다. 이중 LG전자가 빌려준 1조원에 대한 연간 이자비용인 606억원 중 3분기에 해당하는 약 454억원을 제외하면 조정 이자비용은 9295억원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의 신분이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바뀌기만 하면 LG전자의 연결 이자보상배율은 7배에서 1배 수준으로 급락한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작년 4분기 영업이익 13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 영업이익을 창출하기 시작한다면 LG전자의 관계기업 투자 계정액이 늘어 결국 자산 증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속·관계기업 무슨 차이…SK는 지분율 30%인데도 종속기업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는 종속기업을 '다른 기업의 지배를 받는 기업'으로, 관계기업은 '투자자가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하는 기업'으로 정의한다. 유의적인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은 피투자자에 대한 의결권의 20% 이상을 소유하고 있거나 피투자자의 이사회 혹은 이에 준하는 의사결정기구에 참여하는 경우를 뜻한다.

다만 이를 넘어서 모회사가 자회사의 경영 활동을 지시하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거나 피투자자의 경영에 관여해 변동이익에 영향을 미칠 능력이 있다고 볼 경우 종속기업으로 본다. 해당 범위 내에 해당하는 자회사에 대해 각 기업들은 내부 회계 처리 방침에 의해 종속기업 혹은 관계기업으로 회계 처리를 할 수 있다.

SK그룹의 경우 SK이노베이션·SK텔레콤 등 자회사들을 모두 종속기업으로 본다. 실질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근거에서다. 지주사 SK의 SK이노베이션 지분율은 34.91%다. SK텔레콤의 지분율은 30.01%다. 모두 LG전자가 보유한 LG디스플레이 지분율보다 낮지만 회계처리는 종속기업으로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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