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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수 띄운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OLED 전환 가속화

내년 OLED 비중 '60%' 목표, 8세대 투자 '미정'

김도현 기자  2023-12-19 10:23:12
LG디스플레이가 조단위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액정표시장치(LCD) 비중 축소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기존 주력인 대형 OLED보다는 중소형 OLED에 무게를 둔 결정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이번 인사에서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정철동 사장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LG이노텍 시절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회사의 가파른 성장을 이끈 바 있다. 그의 결단에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LCD 공장

◇OLED 수요 회복 기대감, 캐파 확대 드라이브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경쟁력 및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1조3600억원 규모 주주배정유상증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시설투자, 운영, 채무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핵심은 중국 저가물량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한 LCD를 배제하고 OLED를 키우는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삼성디스플레이 대비 LCD 철수가 늦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전히 중국에서 TV용 LCD를 양산 중인데다, 국내에서는 정보기술(IT) 및 차량용 LCD를 제작하고 있다.

1조3600억원 중 시설자금과 운영자금은 각각 4159억원, 5483억원으로 전액이 OLED 관련이다. LG디스플레이가 OLED에 진심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021년 발표한 '2024년 3월까지 중소형 OLED 3조3000억원 투자'를 예정대로 이행하는 일환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가 메인이었다. 한국 파주와 중국 광저우에서 대규모 생산라인이 가동 중이다. 다만 OLED TV는 성장세가 기대 이하였다. 이에 회사는 중소형 OLED에 힘을 싣기로 했다.

같은 맥락에서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전략고객(SC) 사업부를 신설했다. 기존 중소형 사업부를 중형과 SC로 나눈 것이다. SC 사업부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에 탑재되는 OLED를 담당할 예정으로 이 부문 최대 고객인 애플을 겨냥한 조직개편이다.

아이폰용 OLED 출하량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아이패드용 OLED 납품에 돌입한다. 아이폰에서 삼성디스플레이에 밀리고 있지만 아이패에서는 LG디스플레이가 한발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LG디스플레이가 2024년을 고대하는 이유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LG디스플레이는 2024년 전체 매출에서 OLED 몫이 60%를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2년 40%, 2023년 50% 수준보다 높은 수치다. 현실화하면 사상 처음으로 OLED가 LCD보다 몸집이 커지게 된다.

이는 수익성과 직결된다. 정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실적 턴어라운드가 무엇보다 급선무다. 사업 전반의 원가 혁신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품질·가격·납기 등 기업경쟁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부터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사장은 LG이노텍 재직 당시 애플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차례 조단위 투자를 단행해왔다"며 "LG디스플레이에서도 적극적인 고객 관리로 물량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 전경

◇삼성 이어 BOE도 8세대급 투자…LG는 언제?

다만 이번 발표에서는 8.7세대 OLED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늦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OLED 응용처가 스마트폰에서 IT 기기, 자동차 등으로 넓어지면서 유리원장 확대가 대세다. 가령 13인치 OLED를 제조한다고 했을 때 기존 6세대 신규 8.7세대 원장에서는 각각 42장, 92장이 나온다. 한번 크고 많은 OLED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6세대와 8.7세대 면적 차이는 2배 이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선제적으로 2026년까지 충남 아산사업장에 4조1000억원을 들여 8.6세대 라인을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달 중국 BOE는 630억위안(약 11조4000억원)을 투입해 8.6세대 OLED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BOE마저 8.6세대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LG디스플레이 경쟁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장은 6세대로 대응이 가능하나 중장기적으로 8세대급 생산라인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아는 LG디스플레이는 관련 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올해 4분기 흑자 전환한다고 해도 여전히 자금 상황이 좋지 않은 탓이다. 내년부터 다시 적자 기조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불안감도 남아있다.

아울러 협력사들도 노심초사하고 있어 LG디스플레이로서는 섣불리 이야기를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LG디스플레이의 8.7세대 OLED 공장 설립은 내년 업황에 따라 당겨지거나 미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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