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 취임(2018년 5월) 이후 '인화(人化)'의 LG가 공격적으로 바뀌었다는 평을 들었다. 다시 말해 경영 활동에 조금 더 과감해지고 확장을 머뭇거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실제 LG화학 배터리 사업부 분사와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등 저금리 시대의 끝자락에 성공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왔다.
작년 LG전자의 역대 최대 매출 달성, LG에너지솔루션의 2조원대 영업이익 창출 등 겉으로 본 LG그룹의 2024년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LG도 눈 앞에 있는 리스크는 있다.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 부진과 더불어 LG디스플레이의 현금 창출력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연결 영업손실 2조850억원에 이어 작년(4분기 잠정실적 기준) 영업손실 2조5090억원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영업에서 큰 손실을 보면서 모회사 LG전자에 유동성을 지원받기도 했다.
◇전자·화학 빼면 LGD가 그룹에서 가장 큰 회사
LG디스플레이의 재무상황 개선은 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 LG그룹의 지배구조는 지주사 LG가 LG전자와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HS애드 등을 관계기업으로 지배하고 있는 구도다. LG디스플레이는 LG전자의 관계사다.
LG디스플레이는 LG의 손자회사지만 자산 규모로 보면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등 굵직한 자회사들보다 훨씬 큰 회사다. 작년 3분기 말 연결 기준 LG디스플레이의 연결 자산총계는 37조5377억원으로 LG생활건강(7조5664억원), LG유플러스(20조3135억원)보다 많다.
한해 매출도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연결 매출 26조1518억원, 작년 21조3310억원으로 20조원을 넘기는 기업이다. LG전자(2022년 연결 매출 83조4673억원)와 LG화학(51조8649억원) 등 LG그룹을 받치는 두 거대한 기둥을 제외하면 LG디스플레이는 LG그룹 재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계열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LG디스플레이는 작년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LG전자가 이에 5000억원을 출자했다. LG전자가 견조한 실적을 바탕으로 많은 현금성자산을 쌓고 있었기에 재무적인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다. 다만 모회사의 재무상황마저 불안했다면 LG디스플레이의 재무 상황은 그룹 차원에서 큰 타격이 됐을 것으로 분석된다.
◇반가운 흑자전환, 반등 시그널은 '글쎄'
반가운 소식은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흑자 전환이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4분기 연결 매출 7조3959억원, 영업이익 131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1조2718억원을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흑자는 2022년 2분기부터 6개 분기 영업적자가 이어진 후 처음으로 기록한 흑자다.
다만 시장은 아직까지 LG디스플레이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않은 모습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4분기는 계절적 성수기이고 3분기에 기대됐던 북미 전략고객사향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공급이 이연된 효과가 포함돼있다"라면서 "영업이익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이번 4분기 영업흑자 전환을 이익창출력 정상화 시그널로 보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의 재무지표는 2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면서 크게 악화한 상태다. 2021년 말 연결 부채비율 158.5%였던 LG디스플레이는 1년 뒤 2022년 말에는 215.3%까지 상승했다. 잠정실적을 반영한 작년 말 부채비율은 307.7%다. 여기에 유상증자 효과를 단순 반영하면 부채비율이 264.6%까지 하락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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