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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포트폴리오 리포트현대글로비스

계속되는 사업 확장…이번엔 '배터리 재활용'

최근 '이알'과 투자 계약, 배터리 재활용 기술·설비 확보…매년 '신사업 투자' 단행

양도웅 기자  2024-01-24 07:35:08

편집자주

이제 투자를 빼놓고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을 말할 수 없게 됐다. 실제 대기업 다수의 CFO가 전략 수립과 투자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CFO가 기업가치를 수치로 측정하는 업무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할 게 없다. THE CFO가 CFO의 또 다른 성과지표로 떠오른 투자 포트폴리오 현황과 변화를 기업별로 살펴본다.
현대글로비스가 이번에는 국내 배터리 재활용 업체 '이알'에 지분투자한다. 사업확장 전략의 일환이다. 현대글로비스는 2021년 미국 인공지능(AI) 로봇 제조업체, 2022년 미국 현지 중고차 경매 업체, 2023년 국내 물류자동화 소프트웨어(SW) 개발 업체 등에 연이어 투자했다.

다만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가 앞선 사례에서 기꺼이 프리미엄(웃돈)을 얹어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공격적인 베팅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현대글로비스가 꾸준히 준비해온 사업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이알과 지분투자를 위한 계약(SSA)을 체결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SSA는 우리말로 '신주인수계약'이다. 이알이 현대글로비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내용이 계약의 골자로 풀이된다. 이외 구체적인 투자 규모와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다.

이번 투자로 현대글로비스는 배터리 재활용 전처리 기술과 설비를 확보하게 됐다. 배터리 재활용 공정은 전처리와 후처리로 나뉜다. 전처리는 사용 후 배터리에 남은 전력을 방전시키고 해체한 뒤, 불순물을 제거해 양극재 분리물인 블랙파우더까지 만드는 공정이다. 관련 생산시설은 경상남도 김해에 있다.


더불어 신사업 목표인 '배터리 재활용 밸류체인 구축'에 한 발 더 다가가게 됐다. 과거 현대글로비스는 사용 후 배터리 수거를 위해 전용 회수 용기를 개발해 특허까지 취득했다. 회사는 이번 투자로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위한 본격적인 체제를 갖췄다는 입장이다.

그간 현대글로비스는 지분투자를 통해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2022년에는 미국 현지 법인인 글로비스 아메리카를 통해 현지 중고차 경매장 운영사인 'GEAA'의 지분 100%를 취득했다. 중고차 사업은 현대글로비스가 국내외에서 꾸준히 확장하는 사업이다. 일례로 지난해 '오토벨 인천센터'를 열며 수도권 중고차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23년에는 인천에 있는 물류 자동화 SW 개발사인 '알티올'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알티올의 기술인 스마트 물류 솔루션은 상품 입고와 관리, 분류, 운송 등 물류 전 과정에 AI와 빅데이터, 로봇 등의 기술을 적용하는 걸 말한다.

알티올 인수로 2021년 현대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와 함께 인수한 미국의 AI 로봇 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도 예상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물류 로봇인 스트레치를 알티올이 개발한 솔루션에 적용하는 식이다.


현대글로비스는 GEAA와 알티올 인수를 위해 많은 프리미엄도 감수했다. 2021년 GEAA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46억원을 투자했고 이 가운데 90%(41억원)가 영업권이었다. 2022년 알티올 지분 70%를 인수하는 데 투자한 121억원 중 영업권은 37%(45억원)였다.

영업권은 무형자산의 일종으로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의 실제 가치(순자산 공정가치)보다 많은 돈을 인수대금으로 지불했을 때 발생한다. 영업권이 클수록 피인수기업에 대한 인수기업의 기대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현대글로비스가 이번 이알 투자에서도 공격적인 베팅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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