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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 유동성 확보 카드 '계열사 합병' 효과는

미수금 증가 등 현금흐름 저하,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합병 추진...현금 확보 방점

박규석 기자  2024-01-11 15:42:45

편집자주

태영건설 사태를 계기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우려가 커지면서 여타 건설사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공사비 급등이 맞물려 건설사들의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진 가운데 일부 업체는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별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이들 앞에 놓인 당면과제를 살펴봤다.
신세계건설의 올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유동성 확보다. 수익성 악화와 공사미수금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 증가 등으로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영향이 크다. 주요 사업장이 상위 미분양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대구에 집중된 점도 신세계건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회사가 꺼내든 카드는 계열사와의 합병이다. 합병 대상은 신세계영랑호리조트이며 목적은 현금 확보 등 재무건전성 제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합병기일은 오는 25일이며 관련 작업이 마무리될 경우 신세계건설 최대주주인 이마트의 지분율은 신주발행 등의 효과로 70.5%가 된다.

◇대구에 집중된 미분양 사업장

신세계건설은 1991년 3월에 설립된 신세계그룹의 종합건설기업이다. 그룹 내 유통시설과 주거시설 등의 건설사업과 레저사업(골프장, 아쿠아필드) 등 레저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부문이 전체 매출의 약 95%를 책임지고 있으며 2023년 9월 말 기준 이마트가 지분 42.7%를 보유하고 있다.

과거 신세계건설은 그룹 내 수주 물량을 토대로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고양 스타필드 등 대규모 계열공사가 마무리되고 그룹 내 물량 축소로 2021년부터 건설부문 내 계열 매출 비중은 30% 내외로 축소됐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신규브랜드 '빌리브(VILLIV)'를 2018년에 런칭했다. 이후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수주를 늘렸다. 다만 2022년 하반기부터 주택수요 위축 등으로 지방 건설 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대구에 집중된 수주 구조는 수익성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됐다.

실제 신세계건설은 지방 주택사업장과 오피스텔 등의 분양 실적 부진으로 인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 2023년 9월 말 진행사업장(지식산업센터 제외) 기준 분양률은 53% 수준이다. 주요 현장의 미분양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2022년~2023년 분양을 개시한 부산, 대구, 서울 사업장에서도 부진한 분양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구 수성4가 공동주택의 경우 2023년 8월 준공된 이후에도 미분양이 해소되지 못하며 11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진행 사업장 중에서도 대구 본동3 주상복합과 대구 칠성동 주상복합에서 각각 227억원과 114억원의 대손을 설정하기도 했다.

공사원가 상승과 미분양 등에 따른 손실의 여파는 영업적자로 이어졌다. 2022년의 경우 건설 자재 등의 가격 상승과 대구 지역 미분양사업장 관련 대손의 영향으로 1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적자는 이듬해에도 계속됐다. 그 결과 2023년 3분기 말 기준으로 90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현금흐름 둔화 속 차입금 증가

신세계건설은 2021년 말까지 사실상 무차입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금창출력 저하와 미분양 주택 공사비 회수 지연 등에 따른 자금 소요가 맞물리면서 차입금이 늘어나게 됐다. 부족한 현금을 외부에서 끌어와 사용했다는 얘기다.

실제 2023년 3분기 말 기준 영업현금흐름(OCF)은 마이너스(-)17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공사미수금 증가 등으로 운전자본 부담까지 가중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1842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되기도 했다.


현금흐름이 저하된 만큼 신세계건설은 부족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차입금을 늘렸다. 담보 차입과 채권담보부증권(P-CBO)를 포함한 회사채 등을 활용했다. 이에 총차입금은 2022년 말 1125억원에서 2023년 9월 말 3785억원까지 늘어나게 됐다.

같은 기간 대규모 순손실에 따른 자본 감소로 부채비율은 265%에서 2023년 470%까지 증가하게 됐다. 특히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매출채권은 미분양 사업장을 중심으로 2023년 9월 말 약 4153억원으로 확대되면 유동성에 부담을 주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추가적인 대손의 가능성도 재무 부담을 가중 시키는 요소다. 주요 사업장이 분양위험이 높은 대구 집중됐기 때문이다. 대구의 경우 사업 규모는 6291억원이며 이중 분양률이 낮은 빌리브 헤리티지 등의 총 도급액은 3300억원이다. 대구의 미분양 주택이 2023년 11월 말 기준(1만328가구)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추가 대손인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세계영랑호리조트 합병...650억 현금 유입

신세계건설은 현재의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그룹 내 계열사와의 합병 카드를 꺼냈다. 작년 11월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의 합병을 결정했으며 합병기일은 이달 25일이다. 합병 목적은 신세계건설은 경영효율 증대와 건설, 리조트사업 통합 시너지 극대화다.

다만 이마트가 지분 100%를 보유한 신세계영랑호리조트와의 합병은 사실상 신세계건설의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우선 신세계영랑호리조트의 경우 작년 6월 신세계센트럴시티에 리조트 사업부문 일체를 양도한 상태다. 현재는 사업을 중단한 상태로 사업 시너지 등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신세계영랑호리조트가 사업 부문 양도로 확보한 현금은 신세계건설 입장에서는 재무건전성 제고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이다. 실제 신세계건설은 피합병법인의 자산과 부채를 승계하는 과정에서 약 650억원의 순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2023년 9월 말 별도기준 신세계건설의 현금성자산(사용제한자산 제외)은 1411억원 규모다. 현금창출력이 저하된 상황에서 향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1818억원의 차입금(리스부채 포함)과 금융비용 등을 감당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면 합병을 통해 유입되는 650억원 규모의 현금은 단기적인 자금 소요에 대한 부담은 일부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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