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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CFO 스토리

큐리옥스 정홍태, 돈버는 바이오 '역전스토리' 만들다

①혹한기 단 1년만에 상장 절차, 상장 후 공모가 대비 6배 몸값…13년 회계사 출신

최은진 기자  2023-12-28 16:57:26

편집자주

신약개발을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바이오 사업은 그간 가시적인 매출 구조를 마련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의 요건으로 일정 규모의 매출 창출을 제시했다. 이제 기술력을 넘어 명확한 수익 모델을 입증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신약개발뿐 아니라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구조를 마련한 기업의 경쟁력과 전략을 살펴본다.
기술성평가부터 주식시장 상장까지, 올해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가 상장에 쓴 시간은 단 1년. 예비심사 청구를 넣고도 반년간 깜깜 무소식인 경우가 허다한 상황에서 예심을 청구하고 단 5개월만에 심사결과를 받아들었다.

바이오텍으로는 이례적으로 본사가 해외에 있었다는 허들을 넘어 상장당국과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희망공모밴드 하단보다도 낮은 1만3000원에 간신히 상장했지만 주식시장에서 공모가의 6배 몸값으로 평가받는 호응을 이끌었다. 혹한기 상장 그리고 역전 스토리를 만든 주역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정홍태 부사장이다.

◇무난한 상장과정에도 수요예측 결과 실망, 주식시장서는 환대

2018년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라미나워시(Laminar Wash)'라는 자체 기술력을 통해 올해 8월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세포 분석 전처리 과정에서 원심분리기를 수작업으로 했던 업무를 자동화 시킨 세계 최초의 기술이다. 세포치료제가 주류를 이루게 되면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상장 과정은 꽤 무난했다. 작년 9월 'A, BBB'로 기술성평가를 통과하고 이듬해 1월 코스닥 예심 청구를 하며 본격적인 상장에 나섰다. 그리고 6월 예비심사 통과 결과를 받아들고 8월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단 1년만에 모든 일정이 마무리 된 그야말로 상장의 모범케이스로 꼽힌다.


단순 신약개발이 아닌 '돈 버는 바이오텍'이라는 기반이 상장의 원동력이 됐다. 작년 기준 연 매출은 72억원으로 집계됐다. 100억원대의 영업적자가 있기는 했지만 이미 매출을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에 상장 허들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노피·길리어드·베링거인겔하임·암젠·머크 등 빅파마들을 고객사로 끌어들였다는 점에 시장의 눈길이 쏠렸다.

깐깐한 심사당국의 문턱을 넘어섰지만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가 제시한 희망 공모가 범위 최하단인 1만3000원에 공모가가 확정됐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688개 국내외 기관투자가 중 절반 이상이 희망밴드 하단 미만에 주문을 써냈다. 경쟁률은 191.6대1로 같은기간 수요예측한 기업들보다 참여율이 저조했다. 바이오 투자심리가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돈버는 바이오'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정작 주식시장에서의 평가는 달랐다.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후 연일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주가가 무려 상장 한달만에 7만7500원까지 올랐다. 공모가 대비 무려 6배나 오른 셈이다. 12월 28일 현재 주가는 5만원선으로 내려앉긴 했으나 공모가와 비교하면 4배 몸값이다.

세포치료제 분야가 두각을 나타내면 소부장으로 분류되는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제품들도 각광받을 거라는 사실이 시장 참여자들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오 전 분석 공정을 자동화 하는 비전 역시 바이오 산업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과 맞아떨어진다는 기대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바이오 투자심리가 서서히 호전되는 상황에서 돈버는 바이오텍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기업' 시스템 구축 역할, 상장 주관사 대형사에서 중소형사로 바꾸는 결단

이 같은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상장부터 시장과의 소통 등을 총괄하고 지휘한 인물이 CFO 정 부사장이다. 1979년생으로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삼일회계법인에서만 13년간 근무한 회계사다. 2020년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로 적을 옮겼다. 유망기업의 상장을 주도해보는 것도 보람될 수 있을거라는 판단이 이직의 배경이다.


그는 회계사 경력과 노하우를 살려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의 경영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 상장을 위해선 단순 기술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기업으로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는 싱가포르에 먼저 설립된 기업이었다 상장을 위해 본사를 한국으로 옮긴 케이스였다. 한국에 법인을 만들고 싱가포르 법인을 인수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현재 싱가포르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에도 자회사를 보유 중이다.

정 부사장은 가장 기본적인 기장부터 해외 자회사의 회계관리를 하는 ERP시스템까지 자동화 하는 건 물론 한국을 거점으로 사업을 확대해 나갈거라는 점을 거래소에 각인시키는 등 중개 및 소통 역할도 했다. 싱가포르 중심의 사업영역을 모두 한국으로 옮기는 작업도 추진한 것 역시 이의 일환이다.

이직 후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라는 현판을 다는 일부터 시작했다는 정 부사장은 '기술'을 근간으로 상장사가 갖춰야 할 시스템을 갖춘 하나의 '기업'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된다.

상장 주관사를 NH투자증권에서 키움증권으로 바꾸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상장을 위해 많은 것들을 갖춰야 하는 상황에서 세부적인 것부터 함께 차근차근 해 나갈 파트너로 대형사보다 중소형사가 더 적합할 것으로 판단했다. 그만큼 상장에 있어 기업으로의 골격을 갖추는 게 중요했다는 의미다.

현재 그는 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 내에서 창업주인 김주용 대표이사 다음으로 직급이 높은 부사장이다. 김 대표와 함께 유일한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이외 모든 해외법인의 이사로 등재 돼 있다. 단순 CFO 역할 뿐 아니라 해외법인의 관리 역할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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