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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HMM 인수

영구채 전환 필수불가결, 하림의 돌파구 '자사주 매입'

인수 후 주가관리 필요성, 전환권 행사유예와 달리 거절 명분 약할 듯

박기수 기자  2023-12-21 15:21:24
HMM을 사려는 곳과 파는 곳, 딜 성사에 어느 쪽이 더욱 절실할까.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지분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이 선정됐지만 아직 딜 성사까지는 갈 길이 멀다. 하림 측은 전환권 행사가 유력한 영구채가 부담이지만 산업은행은 전환 유예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최종 합의에 다다르기 전 거래 성사를 위한 양 측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가운데 하림 측이 내세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HMM의 '자사주 매입'이 부각되고 있다. 유통주식 물량을 줄임과 동시에 주가 부양 등 주주가치 보호 측면에서 매수자와 매도자의 이해관계를 충족시켜줄 만한 요소로 거론된다.

◇영구채 전환은 필수불가결

HMM 인수전의 또 다른 관건은 산업은행 보유 중인 HMM 영구전환사채(CB)다. 현재 발행잔액은 1조6800억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3억3600만주 규모다. 하림 측은 전환유예나 조기상환을 바라는 입장이다. 산업은행 측면에선 딜이 깨지는 리스크를 크게 본다면 실제로 유예해 줄 수도 있을 것으로 바라보나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영구채 유예를 해주지 않으면 하림그룹의 인수 의지가 줄어들고 곧 딜 무산으로 이어지면 산은 입장에서도 딜을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다"며 "이런 점을 생각하면 아예 유예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원칙적으로 영구채를 유예할 명분도 약해 보이고 실리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영구채의 전환권 행사 예정 시점은 머지 않았다. HMM이 발행한 194회, 195회, 196회 무보증 사모 영구CB의 금리 스텝업 시점은 각각 내년 5월·6월·10월이다. 2025년 4월에는 197회 영구채의 금리가 스텝업된다. 모두 3%에 발행한 CB의 금리가 6%로 뛴다.

현 HMM의 주가는 약 2만원대를 형성 중이다. 194~197회 CB들의 전환가액은 5000원으로 주가보다 훨씬 낮다. 금리 스텝업 시점이 다가오면 HMM은 고금리를 부담하는 대신 보유 현금을 통해 영구채를 상환할 유인이 크다. 반대로 채권자인 산업은행 측은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당연히 전환권을 행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산업은행 측에 전환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할 명분도 없고 행사치 않으면 배임 이슈가 제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전환권을 행사하지 않는 시나리오는 잘 그려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하림 측도 이를 공감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매도자 측이 협상안을 받아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만약 영구채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될 경우 HMM의 유통 주식수는 10억2503만9496주가 된다. 만약 하림그룹이 대주주가 된다고 가정하면 하림 측과 산업은행 측의 HMM 지분율은 각각 38.9%, 32.8%가 된다. 하림 입장에서는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본인들의 지분율과 비슷해지는 점을 꺼려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대주주 지위를 유지한다.

산업은행은 보통주 32.8%에 대한 출구 전략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전환권 청구가 되면 HMM 지분을 굳이 빨리 해결할 이유가 없다고 바라본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시장 안정이라는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곳인데 전환권 청구 이후 지분을 몽땅 시장에 내놓으면 HMM 주가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면서 "전환권 청구 이후 보유할 보통주 주식에 대해 급하게 처리할 이유가 없다"고 내다봤다.

◇거절 명분 약한 '자사주 매입' 카드

업계는 하림이 매도자 측에 내세울 수 있는 카드로 '자사주 매입'을 든다. 영구채 전환 유예는 힘들겠지만 10조원 수준인 HMM 보유현금으로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할 수는 있게끔 해달라는 것이다. 자사주 매입은 하림의 HMM 지배력 상승과 매년 배당으로 수령하는 배당금 등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영구채 전환 유예와 달리 자사주 매입에 대해서는 하림의 입장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 전환권 행사로 주식의 유통물량이 많아질 경우 주가 하락의 요인이 되는데 HMM이 자사주를 매입, 유통물량이 줄어들면서 주주가치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HMM이 보유현금으로 추후 전환될 산업은행 측의 보통주를 매입하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이윤을 추구하는 사적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HMM에서 완전히 엑시트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이윤이 발생할 경우 그 자체로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있다"며 "그러나 그 이윤으로 다른 기업들을 지원할 수도 있고 이윤을 정부에 배당함으로써 공공재원으로 사용되게끔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HMM 주주 입장에서는 보유현금으로 불확실성을 대비하지 않고 왜 산업은행의 지분을 사주냐고 불만을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주가 하방 압력을 막아주는 것이기 때문에 기존 주주 입장에서도 딱히 악재는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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