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그룹이 HMM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유상증자, 인수금융 그리고 자산 매각과 유동화다. 인수주체인 팬오션은 6조원 넘는 유형자산을 갖고 있는데 이 가운데 5조원 이상이 선박이다. 배를 팔거나 유동화해 현금을 끌어올 필요가 있다.
차입금의존도가 30%를 웃도는 팬오션이 돈을 빌리지 않고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은 '세일앤 리스백(Sale & Leasback)'이 유력하다. 선대를 유지하되 현금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다만 아직은 차입금리보다 용선료 부담이 더 크기 때문에 비용출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입금의존도 30% 넘는 팬오션, 빚 더 늘리면 신용도 부담
하림의 HMM 인수방식은 팬오션과 재무적투자자(FI)인 JKL파트너스가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고 여기에 에쿼티와 인수금융을 투입해 HMM 지분을 사오는 형태로 예상되고 있다. 팬오션은 이를 위해 최대 3조원 가량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림지주의 팬오션 지분율이 54.72%라는 점을 감안할 때 최대 3조원가량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하림지주가 납부해야하는 금액은 1조6400억원에 이른다. 별도 기준 하림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662억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대규모 차입, 보유 부동산 매각 등을 고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금융은 이미 대주단으로부터 3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확약서(LOC)를 받았다. 팬오션이 보유한 현금성자산 9000억원(기타금융자산 포함)과 선박 유동화 1조원, JKL 파트너스가 5000억~7500억원, 영구채 발행 5000억원 등의 자금조달 계획도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팬오션의 유상증자 금액은 3조원을 하회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다만 9월 말 연결기준 차입금의존도가 30%가 넘는 팬오션이 추가로 빚을 늘릴 경우 신용등급(A/안정적)에 부담이 생긴다. 이는 해운영업은 물론 하림지주의 신용도에도 악재다. 인수금융은 SPC가 맡는다 해도 팬오션이 1조원 정도를 마련하려면 차입보다 자산유동화 방안이 더 적합하다.
올 3분기 말 팬오션의 연결기준 유형자산은 6조원 정도, 이 가운데 선박의 장부가액이 5조2322억원으로 유형자산 대부분이 선박이다. 그 중에서 4조2585억원이 차입금 담보 등으로 잡혀있다.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은 대략 1조원 정도다.
◇벌크 용선료 하락세, 차입금리 상승세…그래도 용선료가 더 비싸
실제로 팬오션은 하림그룹이 HMM 인수에 뛰어든 시점에 파나막스급(Panamax) 벌크선을 포함해 몇 척의 선박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박의 대표적인 유동화 방식은 세일앤 리스백이다. 배를 처분한 뒤 빌려서 사용하는 형태다. 해운업체로서 선대를 유지하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선박 매각대금을 받아 유동성을 확보해도 향후 용선료로 돈이 계속 나가는 부분은 감안해야 한다. 현재 하림지주나 팬오션이 받을 수 있는 차입금리는 대략 7~8%, 용선료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팬오션의 주영역인 벌크선(포장하지 않은 화물을 그대로 적재할 수 있는 화물전용선)의 경우 파나막스와 케이프 사이즈가 대표적인데 한국해양진흥공사가 12월 발표한 케이프선의 1일 평균 정기용선료는 3만8269달러(약 4987만원) 정도, 파나막스선의 1일 평균 정기용선료는 1만8361달러(2393만원)다.
벌크 용선료는 대서양 수역의 부진 영향으로 떨어지는 추세에다 금리는 계속 상승세를 탔으나 아직은 용선료 규모가 차입금리보다 크다. 팬오션 부채를 더 늘리지 않는 선에서 자산유동화로 대규모 자금조달을 하려면 금리보다 높은 용선료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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