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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분할 2년차' 포스코, 여전한 그룹의 현금 발원지

그룹 주요 캐시플로 '포스코→포스코홀딩스→신사업 자회사·주주'로 요약

양도웅 기자  2023-12-20 14:43:42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포스코그룹은 현재 이차전지 소재로 시장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모태이자 주력 사업은 철강이다. 1968년 설립 이후 50년 넘게 철강 생산과 판매로 차곡차곡 쌓은 현금이 없었다면 이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신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는 쉽지 않았다.

그룹에서 철강 사업을 책임지는 곳은 포스코다. 과거 포스코와 이름은 같지만 엄연히 다른 회사다. 지난해 3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스코는 자회사 지원과 신사업 투자 등을 하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존속법인)와 완전 자회사인 포스코(신설법인)로 분할했다.

◇포스코, 포스코홀딩스 배당수익 60% 책임...자회사 중 현금 창출력도 1위

지배구조에 변화가 있었지만 그룹의 캐시카우는 변함없이 철강 사업(포스코)이다. 올해 3분기 별도기준(누계) 포스코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조9629억원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5862억원)과 포스코퓨처엠(-6122억원) 등 다른 주요 계열사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크다.

뛰어난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의 든든한 배당 수익원 역할을 한다. 과거에는 내부에서 했다면 현재는 외부에서 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자회사 관리와 신사업 투자, 그룹 자산 관리 등 현금을 유입시키기보다 유출시키는 활동을 하는 포스코홀딩스에는 포스코의 대규모 배당금 공급이 필요하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별도기준 수익(매출액)은 1조2685억원이다. 이 가운데 배당금 수익은 1조1131억원으로 88% 비중을 차지한다. 사실상 자회사들이 지급하는 배당금으로 수익을 올리고 운영과 투자금을 충당한다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포스코홀딩스가 거둔 배당금 수익 1조1131억원 중 29%(3250억원)는 포스코가 지급했다. 가장 큰 비중이다. 포스코홀딩스가 크라카타우포스코 등 해외법인 5개사를 포스코에 처분하면서 거둔 이익 3387억원을 배당금 수익으로 인식한 점까지 합하면 올해 포스코가 책임진 포스코홀딩스 배당금 수익은 총 6637억원으로 전체에서 60%를 차지한다.

배당금 수익은 그룹 현금흐름의 시작이다. 외상 매출 등과 달리 대부분 현금으로 즉시 유입되기 때문이다. 포스코발 배당금 덕분에 포스코홀딩스는 포스코플로우와 포스코실리콘솔루션 등에 대한 출자 등 투자활동, 주주 배당금 지급 등 재무활동에 각각 1조원과 5000억원 넘는 현금을 지출할 수 있었다.


◇포스코, '곳간' 역할 지속될 전망...현금 감소했으나 동원력은 출중

현재 포스코그룹의 현금흐름을 요약하면 '포스코→포스코홀딩스→다른 신사업 자회사와 주주 등'이다. 포스코에서 출발한 현금이 그룹 전체로 퍼져나가는 곳간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란 의미다.

앞으로도 포스코는 포스코홀딩스의 제1 배당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에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른 주요 계열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과 포스코퓨처엠은 각각 친환경 인프라와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어 배당금 확대 여력이 크지 않다. 오히려 포스코홀딩스로부터 출자를 포함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포스코인터내셔널과 달리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창출하지 못하는 포스코퓨처엠은 설비투자금 확보를 위해 내년에 조 단위 유상증자를 준비하고 있다. 모회사이자 최대주주인 포스코홀딩스도 유증 참여를 위한 현금을 비축해둬야 한다. 자회사 중 현금창출력이 가장 뛰어난 포스코의 배당 없이는 쉽지 않은 과제다.


물론 포스코도 현금 지출할 곳이 적지 않다. 탄소 저감을 위한 전기로 신설, 전기차용 강판 생산능력 확대 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올해 3분기 누계 CAEPX(유형자산 취득액)는 2조5771억원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CAPEX를 제외한 잉여현금흐름은 3857억원이다. 잉여현금흐름의 대부분을 포스코홀딩스에 배당한 셈이다.

올해 포스코홀딩스로부터 해외법인 5곳을 취득하며 지급한 현금까지 고려하면 포스코는 잉여현금흐름을 넘어서는 지출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포스코는 올 들어 현금이 6000억원 이상 줄었다. 하지만 올해 9월 말 기준 1조5000억원 넘는 실탄을 보유하고 있다. 단기금융상품까지 합해 총 5조원 넘는 현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여전히 뛰어난 유동성 동원력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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