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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불확실성 대비' 포스코홀딩스, 예금에 일단 1.6조 예치

'포스코發 배당'으로 현금흐름 큰 폭 개선...여유 현금, '안전자산' 매입에 대거 지출

양도웅 기자  2023-12-11 15:22:58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올해 현금흐름이 대폭 개선된 포스코홀딩스가 대표적 안전자산인 예금상품을 대거 매입했다. 지난해만 해도 0원이었던 예금상품이 약 1조6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증가한 현금을 사실상 손실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에 일단 넣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누계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227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활동에서 1조857억원의 현금이 유출(-)된 데에서 크게 개선됐다.

현금 창출력 향상은 지난해 3월 완전 자회사로 분할된 포스코의 배당 덕분이다. 올해 포스코는 지난해 사업 성과에 대한 연간 배당으로 모회사인 포스코홀딩스에 총 3250억원을 지급했다. 올해 포스코홀딩스에 가장 많은 배당수익을 안긴 곳이 포스코다.


◇만기 1년 이내 예금 늘려...손실 위험 '최소화' 집중

올해 9개월간 포스코홀딩스는 증가한 현금을 예금상품 매입에 2조1900억원을 사용했다. 매각한 예금상품이 600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예금상품 순매입 규모는 1조5900억원이다. 순매입 기준으로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가장 많은 현금지출을 한 곳이 예금상품이다.

대표적인 기업 예금상품은 '정기예금'이다. 포스코홀딩스는 만기 1년 이하의 정기예금 등에 1조5900억원의 현금을 예치했다. 어떤 금융기관의 정기예금 상품에 가입했는지는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는다.

단 포스코홀딩스가 지분 2.67%를 보유한 우리금융지주의 우리은행 기업 정기예금 금리는 11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일 경우 3.96%다. 해당 상품에 일괄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포스코홀딩스가 얻을 수 있는 연간 이자수익은 대략 630억원이다. 9개월로 환산하면 약 567억원이다.

흥미롭게도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3분기 누계 이자수익은 511억원이다. 시중은행 기업 정기예금 상품에 1조원 넘는 현금을 넣어둔 것으로 짐작된다. 개인과 마찬가지로 기업도 안전자산을 늘리는 이유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져 최소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게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 관계자는 "내년에는 철강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 판매량 또한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저가 수입재와의 가격경쟁 구도가 지속되는 등 긍정적인 환경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전했다.

특히 포스코홀딩스처럼 계획된 투자로 현금 지출이 예정된 상황에서 현금을 잃을 수 있는 투자 전략은 적합하지 않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사업에 대한 설비투자는 완전 자회사로 분리한 포스코에 이관했지만 리튬을 비롯한 이차전지 소재에 대한 투자는 책임지고 있다. 이에 대한 투자금 확보와 집행은 포스코홀딩스의 몫이다.


◇현금 지출 2순위 '배당'...지난해보다 규모는 다소 줄어

더불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배당금 지급에 5314억원을 지출했다. 예금상품 순매입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많은 현금을 지출한 곳이 배당금 지급이다.

포스코홀딩스에 주주가치 제고는 중요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초 철강 사업 부문(포스코)을 분할할 때 시장에서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처럼 주요 사업 부문을 분할한 뒤 상장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과거보다 주가가 하락한 상황이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포스코홀딩스는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겠다고 공언했고 실제 이행하고 있다. 지주사에 전담 IR팀(팀장 한영아 상무)을 신설해 어느 때보다 투자자 소통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고 2016년 2분기부터 도입한 분기배당을 올해에도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 다만 올해 1~3분기 주당 배당금은 총 75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원보다 줄었다.

포스코홀딩스 측은 "연간 기본 주당 배당금 1만원을 지급한 후 잔여 재원을 추가 환원하는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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