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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신한라이프 vs KB라이프

통합 위해 피 인수사 임원 적극 배치

④신한·KB, CFO에 오렌지·푸르덴셜 출신 기용…균형 잡힌 임원 구성

김형석 기자  2023-12-15 11:07:59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의 출범 초기 핵심 화두는 통합이다. 양사 모두 외국계 생보사와 통합으로 출범한 만큼 기존 외국계 직원과의 화학적인 융합이 경영의 최우선이었다.

이는 양사 통합 법인의 임원 구성도에서도 나타난다. 양사 모두 피 인수사의 임원을 대거 유임시키는 전략을 폈다. 특히 피 인수법인의 강점을 유지하는데 피 인수사의 임원을 활용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도 양사의 세부 인력 운영 방식은 차이를 보인다. 신한라이프는 CEO를 신한 출신을 앉히는 대신 부사장 등 고위 임원에는 오렌지라이프 인사를 많이 배치했다. 반면 KB라이프는 전무급 이상 고위 임원에는 KB 출신을, 상무급에는 푸르덴셜생명 출신을 배치했다.

◇ 신한라이프, 전략·영업 탕평 인사

신한라이프의 임원 구성을 보면 구 신한생명 출신과 오렌지라이프 인물이 고루 임원에 배치돼 있다. 9월 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25명의 임원 중 구 신한 출신은 13명, 오렌지라이프 출신은 10명이다. 나머지는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이다.

임원 직급별로도 임원 구성은 균형을 맞췄다. 4명의 부사장 중 오렌지라이프 출신은 박경원 재무그룹장(CFO)와 김범수 FC사업그룹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한 출신 부사장은 배형철 고객전략그룹장이 유일하다. 나머지 한명은 임태조 B2B사업그룹장으로 삼성화재에서 지난 2021년 7월 영입한 인물이다.

상무급 임원도 비슷하다. 20명의 상무급 임원 중 신한 출신은 11명, 오렌지라이프 출신은 8명이다.

이 같은 양사 균형 인사는 신한의 통합 계획에 따른 것이다. 신한금융은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 작업 시 양사의 갈등 해소에 집중했다. 두 회사 모두 전속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영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는 데다 규모 역시 비슷해 신한생명 위주의 인사가 통합 작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실제 통합법인 출범 직전인 지난 2021년 6월 말 기준 두 생보사의 인력과 자산 규모는 비등했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자산 규모는 각각 31조9681억원, 34조5972억원으로 당시 생보업계에서 8위, 6위였다. 지점수는 신한생명(107개)과 오렌지라이프(102개), 전속설계사수는 각각 6144명, 5435명으로 업계 3, 4위였다.

당시 신한금융이 고안한 인력 운영 방법은 교차 발령이었다. 신한금융은 통합법인 설립 1년 전인 지난 2020년 7월 40여명 인력 교환과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인력 교체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임원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요 부서장이 해당 조직을 파악해야 공정한 통합법인 인사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김태환 신한생명 DB마케팅그룹장과 이기흥 오렌지라이프 고객유지트라이브장이 맞 트레이드 됐다. 원경민 신한생명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역시 유희창 오렌지라이프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와 자리를 바꿨다. 이 밖에도 허영재 신한생명 GA사업팀장은 오렌지라이프 GA채널기획부장으로, 강대윤 신한생명 보험금심사팀장은 오렌지라이프 보험금심사SMG부장으로 각각 이동했다. 오렌지라이프 부서장들 역시 대거 신한생명으로 이동했다. 1년 뒤 출범한 신한라이프 임원 인사에선 양사 출신이 12대 12로 균형을 이뤘다.

보험사 관계자는 "당시 신한생명은 내부에서 임원 수까지 동일하게 배치하는 것은 평등한 인사가 아니라는 볼멘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양사의 임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같은 기조는 지금까지 유지되면서 과거 오렌지라이프 출신 임원들이 다수 포진하게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규모 작은 KB생명 출신 전무 이상 배치…상무급엔 푸르덴셜 출신 다수

올해 출범한 KB라이프는 오히려 푸르덴셜생명 출신 임원이 구 KB 출신보다 많다. 9월 말 기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제외한 20명의 임원 중 KB생명 등 KB 출신 임원은 8명, 푸르덴셜생명 출신 임원은 11명이다. 나머지 한 명은 외부에서 영입했다.

대표적인 푸르덴셜생명 출신 임원은 민기식 부회장과 임근식 경영관리부문장(CFO)다. 민 부회장은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푸르덴셜생명 대표를 지낸 인물이다. KB금융은 KB라이프 출범 이후에도 푸르덴셜생명 CEO를 지낸 민 부회장을 중용했다. 임근식 전무는 KB와 푸르덴셜생명을 오가며 직책을 수행했다. 2019년 KB금융의 개인고객기획부장을 지낸 그는 2020년 KB손보 경영전략본부장을 역임한 뒤 푸르덴셜생명 경영관리부문장(전무)으로 자리를 옮겼다.

상무급에서는 더욱 푸르덴셜생명 출신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9명의 상무급 임원 중 푸르덴셜생명 출신은 7명에 달한다. 이중 유일한 KB생명 출신은 최재형 GA영업2본부장이다. 김효동 DT영업본부장은 직전까지 KB국민은행 신길동지점 지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처럼 KB라이프가 푸르덴셜생명 임원을 대거 유임시킨 데에는 KB생명과 푸르덴셜생명의 규모 차이 때문이다. 통합작업을 진행하기 전인 지난 2021년 말 기준 KB생명의 자산 규모는 10조8365억원이다. 이는 푸르덴셜생명(23조706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임직원 수도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기간 KB생명의 임직원 수는 351명으로 푸르덴셜생명(502명)의 3분의 2 수준이었다. 다수의 직원을 장악하기 위해선 푸르덴셜생명 임원의 유임이 필요했다.

다만 핵심 경영권은 KB가 확고하게 가졌다. 2명의 부사장은 모두 KB 출신이 맡았다. 전무급 역시 7명 중 4명이 KB 출신으로 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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