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 수장은 이영종, 이환주 사장이다. 두 인물의 공통점은 생명보험 업무 경험보다는 금융그룹의 재무와 전략에 특화된 인물이다. 지주 전체 재무와 전략을 책임진 인물을 생보 계열사 CEO로 배치했다는 점은 그룹이 신한라이프와 KB라이프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두 CEO의 올해 첫 임기는 성공적이다. 이영종 사장은 안정적인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을 기반으로 순익을 확대하고 있다. KB라이프 초대 CEO를 맡은 이환주 사장 역시 KB국민카드를 넘어 비은행 계열사 순익 2위로 끌어올렸다.
두 CEO 모두 기업가치 확대에는 성공했지만 신사업 전략부분에선 차이를 보인다. 이영종 사장은 베트남 등 해외진출을 새 전략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이환주 사장의 핵심 전략은 요양사업이다.
◇ 이영종·이환주, 통합생보사 설계 밑그림
이영종 사장이 신한라이프 사장에 취임한 것은 올해 초다. 하지만 그는 2018년 오렌지라이프 인수와 기존 신한생명과의 통합작업 등 신한라이프 출범 전 과정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신한은행과 조흥은행 합병,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합병,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이 대표는 신한금융의 대표적 전략 전문가다.
그가 신한라이프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17년부터다. 당시 신한금융 전략기획팀 부장을 맡은 그는 오렌지라이프의 기업가치와 인수를 통한 비은행 계열사 강화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이듬해 그는 신한금융 전략기획팀 본부장을 맡아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성공했다.
이후 그는 오렌지라이프 뉴라이프 추진실장과 오렌지라이프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다. 당시 그는 피 인수사인 오렌지라이프의 '신한' 문화 안착에 집중했다. 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PMI 과정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환주 사장도 경력 대부분을 KB금융과 KB국민은행에서 쌓았다. 1991년 국민은행에 입사한 그는 2010년부터 약 3년간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과 스타타워지점장을 맡았다. 이후 2013년 7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영업기획부장을 맡아 전국 영업점을 총괄했다. 이후 2020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지낸 뒤 2021년 KB금융 재무총괄 부사장(CFO)을 맡았다. 특히 2020년 경영기획그룹 부행장을 맡을 시기 지주의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지원했다.
그가 보험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21년 말이다. 당시 그는 KB생명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푸르덴셜생명과의 통합작업을 이끌었다. 그는 KB생명 사장 취임 후 고연차 임원들 대신 신규 임원을 대거 등용했다. 당시 KB생명 임원으로 합류한 인물은 양원용·서완우·김정훈 전무와 사재훈 상무 등이다. 특히 양 전무는 직전까지 국민은행의 MVNO사업단장으로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Liiv M)을 이끄는 등 신사업 기획에 특화된 인물이다. 그는 현재까지 KB라이프에서 방카슈랑스(BA)영업본부를 총괄하고 있다.
◇ 해외진출·요양사업 신사업 전략 상이
두 CEO 모두 생보사 인수와 통합법인 설립 등을 진두지휘했지만 향후 신사업 핵심 전략에서는 우선순위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이영종 사장은 과거 아메리카신한은행 지원본부장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한라이프가 집중하고 있는 해외 지역은 베트남이다. 지난해 영업 개시한 베트남 법인 영업 강화를 위해 현지 전속설계사채널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TM채널 조직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지역은 최근 동남아 지역에서도 보험업 성장이 두드러진 곳이다. 베트남 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보험시장의 총 수입보험료는 245조9000억동(VND, 약 14조원)으로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이중 생명보험 수입보험료는 178조3000억동으로 전년대비 11.8% 증가했다. 실제 신한라이프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영업수익도 127억원으로 전년 40억원에 비해 87억원(217.5%) 증가했다.
이환주 사장이 신사업으로 주력하고 있는 것은 요양사업이다. KB라이프는 지난 9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생보업계 최초로 노인요양시설 'KB골든라이프케어' 편입 승인을 받았다.
2016년에 KB손해보험이 설립한 KB골든라이프케어는 '도심형 프리미엄 라이프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빌리지(노인요양시설)와 케어센터(주·야간보호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주·야간 보호시설 ‘강동케어센터’를 최초 개소 한 뒤 2019년과 2021년 도심형 요양시설 위례빌리지와 서초빌리지를 차례로 개소했다.
KB라이프는 일본 최대 보험그룹인 솜포홀딩스와도 요양사업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솜포홀딩스는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해외보험, 디지털, 요양 등 5개 사업부문 95개 자회사로 구성된 총자산 약 135조원 규모의 일본 최대 보험그룹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