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 업계는 SKT와 KT, LGU+ 3사가 과점 형태에서 치열하게 다투는 특수성을 지녔다. 더불어 최근에는 기존 통신 한계 타파를 위해 AI 등 미래 먹거리로 적극 진출해 체질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이다. 통신 3사는 여전한 경쟁과 탈통신 바람 속에 새로운 한해를 준비하며 인적 쇄신과 현상 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통신 업계 리더십 변화와 이를 둘러싼 주변 이야기를 풀어본다.
KT가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기술 부문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IT부문 등을 통합해 기술혁신부문을 신설하고 외부 인사로 최고기술책임자(CRO)까지 데려왔다. 여기에 AI 등 향후 핵심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규 AI조직과 별도 컨설팅 그룹까지 산하에 뒀다. 특히 대다수 자리를 영입으로 채우며 기존 통신 사업 체계와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외부 인사 영입은 법무와 윤리 등 경영관리 영역에서도 이어졌다. 전임 대표시절 논란이 됐던 ‘내부 카르텔’ 등 그룹 내 사법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키우고 준법경영에 나서기 위함이다. 법무실장에 검사 출신 변호사이자 과거 윤석열 대통령과 특별검사를 지냈던 이용복 부사장을 선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술 전폭 지원’ 내건 김영섭호, CTO조직 신설·신규 AI랩 추가
이번 KT 내부인사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기술혁신부문과 CTO 신설이다. 기술혁신부문은 기존 IT부문과 R&D를 맡았던 KT융합기술원을 통합했다. AI 등 핵심 기술 개발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다. KT는 디지코 전환기와 빅테크 등과의 경쟁 속에 놓여 있다. 생존을 위해 KT 내부 기술 담당 조직을 고도화할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됐는데 이번 인사에서 결단을 내렸다.
CTO는 현대카드, 커머셜 출신 오승필 부사장에게 주어졌다. 오 부사장은 2010년 마이크로소프트, 2014년 야후 등 굵직한 글로벌 IT기업을 거쳤던 인물이다. KT는 오 부사장에게 그룹 전체 IT·AI 기술 활용, 프로세스 수립 등 거버넌스 체계 구성을 위한 역할을 맡길 계획이다.
단순 통합만 아니라 산하 조직도 새롭게 꾸렸다. 배순민 상무를 필두로 한 AI2X랩 외 AI테크랩이 추가로 신설됐다. AI 경쟁력 강화에 대한 KT, 김영섭 대표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AI 테크랩의 역할을 아직 공식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다.
업계에서는 자체 AI ‘믿음’을 개발한 AI2X랩과 달리 AI테크랩은 사업에 직접 활용될 AI기술을 연구하고 상용화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봤다. 비유하자면 AI2X랩은 KT AI 사업의 ‘뇌’를 설계하고 고도화하는 역할, AI테크랩은 이를 현실에 효과적으로 적용하고 최적화하는 임무를 맡는 셈이다.
AI테크랩을 이끌 수장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KT에서 합의를 거친 예정자는 존재하는 상황으로 조만간 공개될 전망이다. 예정자 역시 외부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고려하면 KT 기술혁신부문 중추 대다수가 외부출신으로 구성되는 셈이다. 이번 인사 이전부터 AI2X랩을 이끌었던 배 상무는 삼성테크윈, 네이버 등을 거쳤다.
AI테크랩과 달리 함께 신설된 KT컨설팅그룹은 일찌감치 수장을 정했다. 삼성SDS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웹서비스(AWS) 등을 거친 정우진 전무를 데려왔다. 정 전무는 국내 대표적인 디지털 클라우드 기술 컨설팅 전문가다. KT그룹 내 클라우드, AI, IT분야의 기술 컨설팅 조직을 이끌 예정이다.
◇법무실장 오른 이용복 부사장, 특검 시절 윤 대통령과 한솥밥
KT는 외부인사 수혈을 법무 등 경영관리 영역에도 진행했다. 전임 구현모 대표 시절 불거졌던 ‘내부 카르텔’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KT는 외부 전문가 영입을 통해 사업 리스크 해소, 기업이미지 개선을 기대 중이다. 이와 더불어 본사, 그룹사 경영·사업리스크 관리 기능도 강화한다.
법무실장에는 검사 출신 변호사로 법무법인 대륙아주에서 활동했던 이용복 부사장을 위치시켰다. 이 부사장은 2008년까지 검사로 재직했다. 형사, 선거 등이 주요 분야로 2012년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사건 특별검사, 2016년 최순실 등 국정농단 의혹사건 특별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 부사장은 국정농단 특검 당시 2팀을 맡았다. 같은 특검에서 4팀장을 지낸던 인물은 윤석열 현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과 인연을 가진 만큼 KT의 정치·법무 대응 능력 강화가 기대된다. KT는 과거 공기업에서 출발한 태생, 최대주주 국민연금의 존재 등으로 정치적 외풍에 휩싸인 경우가 많았다.
경영지원부문장으로 대외 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임현규 부사장을 낙점했다. 임 부사장은 계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등을 지내는 등 미디어 분야 전문성을 보유했다. 앞으로 KT 경영지원을 고도화하고 다방면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 윤리부서장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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