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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파이낸셜 인덱스(Financial Index)란?
[종합] ⑪그룹 재무 온도계 개별기업이 아닌 그룹 전체의 재무지표를 총체적으로 살펴본다. 주요 계열사들의 재무 상태표와 손익계산서, 현금흐름 등을 합산해서 분석하는 방식이다. 삼성그룹의 경우 총 12개 상장사 가운데 연결종속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멀티캠퍼스 등을 제외하고 단순 합산해 지표를 산출했다. 삼성그룹 12개 상장사들은 올 들어 매출과 수익은 감소했지만 시설투자는 더 늘렸다. 현금흐름이 빠지는 상황 속에서 차입금 상환과 시설투자를 병행함에 따라 현금보유량도 줄었다. 다만 애초부터 곳간에 쌓아놓은 실탄이 풍부한 터라 바닥을 보이진 않았다.
THE CFO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금융계열사(5개)를 제외한 삼성그룹 상장사들은 수익성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합산 매출액은 180조3884억원으로 전년 동기(211억원8586억원)대비 14.9%, 같은 기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3조2823억원에서 26조7398억원으로 49.8% 줄었다.
지난해 매출 419조8186억원으로 전년(374조4442억원)대비 12.1% 늘어났고 EBITDA는 93조8733억원에서 93조4708억원 0.4% 줄었던 것에 비하면 감소율이 유독 크다. 수익성 지표도 당연히 악화됐다. EBITDA마진율은 작년 상반기 25.1%였던데 비해 올 상반기에는 14.8%로 떨어졌다.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이에 영향을 받았다. 본업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과 지출된 현금의 차이인 영업현금흐름은 순유입 17조866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7조3142억원)보다 34.6% 빠졌다. 2021년 말 73조3422억원에서 작년 말 69조8083억원으로 4.8% 감소에 그친 데 비하면 올해는 유독 악화됐다.
삼성그룹의 주류인 반도체 경기가 불황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이 큰 타격을 받은 탓이다. 반도체 경기와 연동되는 IT기기, 반도체 기판 등도 어려워지면서 전자부문 계열사들 역시 실적이 좋지 못했다. 가장 비중이 큰 이들의 재무상태가 그룹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설투자 등을 놓지 않았다. 유·무형자산 취득액을 합산한 자본적지출(CAPEX) 규모를 보면 6월 말 기준 34조333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4조5907억원) 대비 39.6% 늘었다. 54조1589억원에서 59조5233억원으로 9.9% 늘어난 지난해보다 증가율이 더 크다.
반도체 경기가 풀릴 때를 대비해 공장 확충 등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가 더 투입됐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시설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그룹 차원의 CAPEX가 증가했다. 삼성전자는 매년 50조원 규모의 CAPEX를 감행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차입금을 더 줄었다. 올 상반기 차입금 총액은 28조8831억원으로 작년 동기(35조2790억원)대비 18.1%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29조4584억원으로 전년(31조9616억원)에 비해 7.8% 줄었다. 차입을 매년 상환하며 줄이고 있는 추세다.
CAPEX 확대에 차입금 상환을 병행하고 있으니 현금성자산은 감소가 불가피하다. 2021년 말137조1755억원에서 작년 말 136조41억원으로 0.9% 줄었던 현금보유량은 올 상반기 116조10억원으로 전년 동기(142조6271억원)대비 18.7%나 감소했다. 다만 워낙 보유현금이 많다보니 여전히 100조원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현금흐름 감소에 CAPEX 증가와 차입금 상환은 잉여현금흐름에도 영향을 줬다. 영업현금흐름에서 CAPEX와 배당을 제외한 여윳돈을 의미하는 잉여현금흐름은 6월 말 기준 22조3651억원 순유출이다. 이는 작년 6월 말(-3조2943억원)보다 578.9% 악화된 수준이다.
지난해 잉여현금흐름이 8652억원 순유출로 전년 동기(-1조9625억원)대비 55.9% 개선된 점을 감안하면 올 들어 현금흐름이 부진해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