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숫자로 말한다. 매출과 영업이익 기반의 영업활동과 유·무형자산 처분과 매입의 투자활동, 차입과 상환, 배당 등 재무활동의 결과물이 모두 숫자로 나타난다. THE CFO는 기업 집단이 시장과 투자자에 전달하는 각종 숫자와 지표(Financial Index)들을 분석했다. 숫자들을 통해 기업집단 내 주목해야 할 개별 기업들을 가려보고 기업집단의 재무 현황을 살펴본다. 이를 넘어 숫자를 기반으로 기업집단과 기업집단 간의 비교도 실시해봤다.
삼성그룹 12개 상장사의 부채비율은 계열사마다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삼성중공업과 호텔신라는 300%를 웃돌 정도로 높다. 삼성중공업은 작년에 이어 부채비율 급등세가 지속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전자 계열사들은 현저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 중 부채가 얼마나 차지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기업의 건전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로, 부채비율이 높을수록 채권자에 대한 위험과 회사 재무구조가 불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삼성그룹 17개 상장사 가운데 금융사(5개)를 제외한 기업들의 부채비율을 조사한 결과, 전반적으로 개선세를 보였다. 다만 이들 가운데 유일하게 급등한 곳이 삼성중공업이다. 올 6월 말 기준 304%로 전년 동기(226.5%)대비 77.5%포인트(p) 상승했다. 여타 계열사들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것과 반대 행보다.
부채비율 적정선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시장에서는 200% 미만 업체를 재무구조가 우량한 곳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300%를 웃도는 부채비율은 위험신호로 읽혀진다. 삼성중공업은 작년에도 부채비율이 치솟았다. 2021년 말 196.3%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305.7%로 109.4%포인트 뛰었다. 12개 상장 계열사 중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삼성중공업보다 더 높은 부채비율을 기록한 곳이 있다. 호텔신라는 올 상반기 부채비율이 340.4%로 지난해 같은 기간(367.1%) 대비 26.7%포인트 개선됐으나 여전히 가장 높다. 호텔신라는 2021년 말 부채비율 360.5%에서 지난해 말 444.4%로 83.9%포인트 치솟은 바 있다.
그 다음으로 높은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올 6월 말 기준 158.8%로 작년 동기(189%)대비 30.2%포인트 개선된 수준이다. 지난해와 2021년에는 200%를 약간 웃돌고 있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설계(engineering), 조달(procurement), 시공(construction) 등을 주업으로 하는 EPC 계열사와 호텔신라, 제일기획 외에는 모두 100% 미만 부채비율을 보이고 있다. 부채비율 100% 미만이면 빚이 자산보다 적다는 뜻이다. 상당히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12개 상장 계열사 중 부채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삼성전자다. 작년 6월 말에는 36.6%였고 올 상반기에는 24.8%로 11.8%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에도 26.4%로 전년(39.9%)대비 13.5%포인트 개선됐다. 이 정도면 시장성 조달이 거의 없고 매입채무 등 영업성 부채 외에는 빚이 없다는 뜻이다.
그 다음으로 낮은 곳은 삼성SDS(36.7%)와 에스원(36.3%)이다. 삼성전기도 43.3%,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8.6%, 삼성물산은 70.1%다. 특히 전자 계열사들은 부채비율이 전반적으로 낮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 계열사 중에서 그나마 높은 곳이 삼성SDI(78.3%) 정도다. 이 또한 100% 미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연결재무제표를 쓰는 종속 모자회사인 만큼 부채비율이 비슷한 추이를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채비율이 내려가면 삼성물산도 떨어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채비율이 2021년 말 59.7%에서 작년 말 84.6%로 오르자 삼성물산 역시 65.6%에서 84.5%로 상승했다.
올들어 상반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채비율이 68.6%를 기록, 전년 동기(84.7%)대비 16.1%포인트 개선됨에 따라 삼성물산도 86%에서 70.1%로 15.9%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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