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임원인사를 실시한 LG그룹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습을 감췄다. 관리와 통제, 사업 구조조정 등 보수적인 색채 대신 신사업 등 사업 확장에 방점이 찍힌 임원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LG그룹 2024년 임원 인사로 LG그룹 상장사 중 CFO 등 '재무형' 출신 CEO들이 모두 사라졌다. 유일한 CFO 출신 CEO는 LG그룹의 자산관리(Asset Management) 사업을 맡는 비상장사 '디앤오'의 이동언 부사장 뿐이다.
LG그룹은 이사회에 CFO를 반드시 참여시키는 등 재무 부서 출신 임원들의 영향력이 상당한 기업집단이다. 재무 부서 출신 임원들이 CFO를 거쳐 CEO를 역임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LG그룹의 대표 전문경영인이었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있다. LG그룹에서 40년 넘게 재직한 권 부회장은 LG전자 M&A추진팀장과 금융담당, 재경팀장, 재경부문장 등을 거쳐 CFO를 역임했다. 이후 LG디스플레이 사장과 LG유플러스, LG, LG에너지솔루션 등 LG그룹 핵심 계열사들의 CEO를 맡다가 이번 인사로 용퇴했다.
2020년부터 LG디스플레이의 대표이사직을 맡았던 정호영 사장도 LG화학 CFO 출신이었다. 정 사장은 LG그룹 감사실을 거쳐 LG전자 전략기획팀장, 재경부문장 등을 거쳐 LG생활건강 CFO, LG화학 CFO·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을 지냈다.
2022년까지 LG CNS의 대표를 맡았던 김영섭 현 KT 사장도 2014년부터 2015년까지 LG유플러스의 CFO를 맡았던 재무통이다. 김 사장은 작년 말 임원 인사 이후 현신균 LG CNS 대표이사에게 CEO 자리를 넘겨줬다.
2005년부터 2022년까지 18년 동안 LG생활건강의 CEO를 맡았던 차석용 전 LG생활건강 부회장도 재무형 CEO로 꼽혔다. 차 전 부회장은 공격적인 M&A로 외형을 확장했던 LG생활건강의 대표적인 전문 경영인이었다.
CEO의 무게추가 옮겨간 시점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2018년 이후다. 권영수·차석용 부회장을 비롯해 정호영 사장 등 재무 출신 임원들 대신 사업부 출신 임원들이 CEO 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시점이 구 회장 취임 이후다.
이번 임원 인사 역시 각 기업의 사업본부장들과 최고기술책임자(CTO), 최고인사책임자(CHO) 등이 승진자 명단에 주로 올랐다. 총 139명의 승진자 중 31명이 R&D 임원으로 이번 임원 인사로 그룹 전체 R&D 임원은 역대 최대 수준인 203명으로 늘어났다.
LG전자의 경우 박형세 HE사업본부장과 정대화 생산기술원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김원범 CHO와 이충환 TV사업운영센터장, 이현욱 키친솔루션사업부장, 왕철민 글로벌오퍼레이션센터장, 이석우 북미이노베이션센터장은 부사장 승진자 명단에 올랐다.
LG화학도 CTO 겸 최고지속가능전략책임자(CSSO)를 맡고 있는 이종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외 박병철 최고안전환경책임자(CSEO), 한동엽 PVC/가소제사업부장, 이창현 첨단소재.Global고객개발담당, 이희봉 생명과학.연구개발부문장 등이 전무로 승진했다.
총 승진자(139명) 중 재무통 승진자는 손에 꼽는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LG이노텍 CFO를 맡고 있던 김창태 전무도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LG전자 CFO로 부임했다. 또 LG화학 경영기획담당을 맡고 있었던 이명석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면서 LG생활건강의 CFO로 부임했다. CFO는 아니지만 회계담당을 맡고 있던 장승권 LG에너지솔루션 상무가 재무총괄 겸 회계담당 전무로 승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