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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본사 조력 '해외법인' 손익관리 역점

'자본 리쇼어링' 계기 존재감 부각, CFO부문 자회사관리팀 충원 나서

박동우 기자  2023-12-01 07: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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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THE CFO가 기업의 재무조직과 관련된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LG전자는 최근 CFO부문 산하 자회사관리팀이 인력 충원에 나섰다. 본사를 조력하는 해외법인들을 제어하는데 역점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140여개 종속기업 가운데 글로벌 권역에 자리잡은 업체 수는 90%를 웃돈다.

배당으로 국외에 있던 유동성을 끌어오는 '자본 리쇼어링(re-shoring)'이 주목받으며 해외법인들의 존재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올해 외국에 포진한 계열사들로부터 1조3000억원 넘는 실탄을 얻었다. 해외법인 손익 관리에 매진해 본사에 대한 기여도를 높여야 한다는 판단이다.

◇'1.3조' 해외배당 유입, 손익관리 중요성 대두

올 9월 말 기준으로 LG전자의 144개 종속기업 가운데 해외법인은 134곳이다. △아시아(42개사) △유럽(35개사) △북미(26개사) △중동·아프리카(19개사) △남미(10개사) 등 세계 모든 대륙에 자리잡고 있다. 전자제품이나 차량부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 연구·개발(R&D)을 수행하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올해 자본 리쇼어링을 계기로 해외 계열사 활용도가 한층 커졌다. 작년까지 해외 자회사가 한국 본사에 배당하면 국내외 모두 세금을 물렸다. 하지만 2023년 세법 개정안 시행 이후 국외에서 국내로 반입하는 자금의 95%에 면세가 이뤄졌다.

덕분에 LG전자가 올 1~3분기에 거둬들인 배당금은 1조375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수취한 4351억원과 견줘보면 3배 넘게 불어났다. 글로벌 계열사에서 받은 배당이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2798억원에서 1조3298억원으로 5배 가까이 늘어났다.


해외법인은 이익잉여금을 토대로 배당을 지급하는 만큼 손익 관리에 면밀하게 공들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태국법인이 대표적 사례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461억원으로 매출 대비 3.7%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순이익률 6.9%보다 3.2%포인트(p) 낮아졌다.

종속기업들의 본사 기여도를 꾸준히 높여야 한다는 인식은 LG전자가 해외법인 관리에 특화된 실무진을 충원하는 배경과 맞닿아 있다. 합류하는 인력은 자회사관리팀에 배치된다. 글로벌 계열사들의 경영을 제어하고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개별 회사의 운영 실태를 평가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 만큼 실적을 분석하는 과업도 부여됐다.

◇신사업 론칭 관여, M&A·투자 경력 '가점'

자회사관리팀은 설립부터 청산까지 해외법인 경영 주기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현안에 관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단순 검토에 국한하지 않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 거시경제 환경의 급변이나 산업 트렌드 변화와 맞물려 기존 사업 계획을 변경하거나 신사업을 론칭하는 데도 자회사관리팀 관여가 필수적이다.

인력 영입 과정에서 인수·합병(M&A)이나 스타트업 투자를 수행하면서 분석을 갖춘 인물을 우대하는 대목이 단연 돋보인다. 담당 업무가 인오가닉(Inorganic) 전략 이행과 연관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회계·세무·금융 등의 이슈를 살펴 글로벌 법인이 피투자기업 실사부터 지분 거래 종결까지 원활히 마무리하도록 조력해야 한다.


현재 자회사관리팀은 CFO부문 산하 조직으로 편제돼 있다. 실무를 진행하면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호흡을 맞추는 게 필연적이다. 최근 LG전자 임원 인사를 계기로 전임 CFO인 배두용 부사장은 퇴임했다. LG이노텍에 몸담고 있던 김창태 부사장이 새로운 재무총괄임원으로 부임했다.

김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1995년 LG전자에 입사하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에 그룹 지주사 ㈜LG에서 정도경영 태스크포스(TF) 과장을 지내며 감사와 사업 진단 업무를 수행했다. 이후 △2014년 LG이노텍 경영진단담당 상무 △2019년 LG이노텍 CFO(전무) 등을 거쳐 올해 11월 LG전자 CFO로 발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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