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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CFO 서베이

'CE-CFO'가 대세, 경쟁우위 전략 서포터

⑥경영전략 수립·실행 책임과 권한 분담, 지난해부터 일관된 경향

김형락 기자  2023-11-09 10:00:21

편집자주

대한민국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엔데믹 시대의 첫 발을 뗀 2023년을 어떻게 헤쳐왔을까. 또 급변한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 더벨이 만든 프리미엄 서비스 'THE CFO'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CF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CFO들의 현장 목소리를 담았다.
※ 해당 기사는 THE CFO 등록 CFO를 대상으로 2023년 10월 이뤄진 설문에 바탕해 작성했으며 아래와 같은 질문이 활용됐습니다.

Q CFO로서 최고경영진과 기업 진로 결정·실행 책임 있는지?
Q CFO로서 최고경영진과 함께 전략과 계획 수립 및 확인·평가·결정·실행 노력은?
Q CFO로서 기존 제품과 서비스보다 신제품 개발과 기술 혁신을 더 중요시하는지?
Q CFO로서 경쟁사 대비 신제품과 기술혁신 통해 선도적 위치 차지하려는 노력은?
Q CFO로서 시장 경쟁에서 기업이 적극적으로 경쟁자 위치를 취하도록 하는지?
Q CFO로서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 역량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지?
Q CFO로서 기술개발 투자에 최우선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데 동의하는지?




사업전략 결정과 실행을 지원·조언하는 'CE-CFO(Chief Executive-CFO)'는 더이상 특정 기업에 국한한 사례가 아니다. 국내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CE-CFO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본업인 재무업무 이외 영역에서도 일정 부분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조력자로 활동하고 있다.

THE CFO가 국내 주요 기업 CFO 15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CFO가 맡은 역할을 묻는 질문에 99%(157명)가 '최고경영진과 함께 기업 진로를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2명(1%)만 중립(보통이다) 의견을 냈다. 부정 답변(그렇지 않다, 전혀 그렇지 않다 포함)은 없었다.

책임에 비례한 권한도 갖고 있었다. CFO들이 주요 경영 활동에 폭넓게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FO 역할 중 '최고경영진과 함께 경영 전략과 계획을 수립하고, 확인·평가·결정·실행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항목에는 98%(156명)가 긍정 답변(매우 그렇다, 그렇다 포함)을 줬다. 이번에도 중립 의견은 3명(2%)에 불과했다.


◇CFO 직급 무관하게 의사결정 조력자 경향 뚜렷

CFO들은 직급을 불문하고 자신이 수행하는 역할을 CE-CFO라고 답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부사장 이상 CFO(49명), 전무급 CFO(28명), 이사 CFO(17명)는 모두 기업 경영 방향 결정·실행 책임에 긍정 답변을 제시했다. 이 중 부사장급 CFO 1명만 경영 전략과 계획 수립·결정·실행 등 노력에는 중립 의견을 줬다. 두 질문에 상무급 CFO(총 63명)는 중립 의견 2명을 제외한 61명이 긍정 답변을 내놨다.

설문결과를 정리하면 CFO의 역할과 위상이 바뀌면서 CE-CFO 유형이 국내 기업 CFO 표준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THE CFO가 진행한 '2022 CFO 서베이' 설문조사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읽을 수 있다. 'CFO로서 전략 수립 또는 투자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묻는 항목에 123명 중 93%(114명)가 '예'라고 답했다.

CFO들의 역할 변화는 크게 3단계로 나뉜다. 2020년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출간한 도서 'CFO의 전략적 역할'에 따르면 △전통적 재무업무 중심의 'F-CFO(Financial-CFO)'에서 △사업 운영을 지원하는 관리업무 중심 'O-CFO(Operaional-CFO)'를 거쳐 △사업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CE-CFO'로 변화하고 있다.


CFO가 가진 의사결정 권한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척도는 사내이사 선임 여부다. 삼성·LG· 현대차그룹에서는 CFO 역할을 수행하는 임원이 사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경영전략 수립·결정·실행에 CFO 참여를 보장하는 게 재계 상위권 기업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그룹사 소속 아닌 CFO 26명이 본인을 CE-CFO로 인지하고 있었다.

◇점유율 치킨 게임에는 견제구, 안정 추구 성향 두드러져

CFO에게 요구되는 구체적인 역할을 살펴보면 자금 조달, 원가 관리 등 전통적인 재무 영역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최고경영자(CEO)가 기술 혁신과 새로운 제품·서비스 개발로 시장 경쟁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인 동시에 견제자로도 기능하고 있었다.

CFO들은 점유율 확대에만 치중하는 시장 경쟁 전략에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CFO로서 시장 경쟁에서 기업이 적극적인 경쟁자 위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항목에 긍정 응답은 86%(137명)였지만, '경쟁사와 관계에서 새로운 제품과 기술 혁신을 통해 시장 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한다'에 대한 긍정 답변은 이보다 낮은 77%(122명)로 나타났다. 과거 반도체 업계 치킨 게임처럼 출혈 경쟁을 각오한 시장 경쟁에는 섣불리 뛰어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중을 읽을 수 있다.


CFO가 경영 판단을 내릴 때 수익성을 중시하는 성향은 다른 답변에서도 드러난다. 'CFO로서 기업 연구개발(R&D)과 기술 혁신 역량이 선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항목에 긍정 응답은 74%(117명), 'CFO로서 기존 제품과 서비스보다 신제품 개발과 기술 혁신을 더욱 중요시한다'는 항목에 긍정 답변은 58%(93명)로 떨어졌다. CFO는 수익 기반 형성과 기술력·제품 경쟁력 확보가 균형을 이루도록 목소리를 내는 C레벨 임원임을 짐작할 수 있다.

CFO들은 투자 집행 권한을 행사할 때도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CFO로서 기술 개발 투자에 최우선으로 예산을 배분하는 데 동의한다'는 항목에는 긍정 응답이 62%(98명)였다. 시장 경쟁 대처 적극성, 기술 역량 선도 노력에 대한 긍정 답변보다 낮은 수치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CFO들의 성향을 활용해 리더십을 구축하기도 한다.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CFO를 CEO로 기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9월 사장으로 승진한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와 박주형 신세계 대표이사는 모두 신세계그룹에서 CFO를 지냈다. 2019년부터 재임 중인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는 LG전자·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LG화학 CFO를 거쳤다.



*2023 CFO 서베이는
THE CFO는 홈페이지 www.thecfo.kr에 등록된 CFO를 대상으로 2023년 10월12일(목)부터 26일(목)까지 진행했습니다. 응답자는 설문 대상 432명 중 159명으로 응답률은 36.8%입니다. 응답자 159명의 소속 기업은 매출 기준으로 10조원 이상 24곳(15.1%), 5조~10조원 미만 21곳(13.2%), 1조~5조원 미만이 57곳(35.8%), 5000억~1조원 미만이 15곳(9.4%), 5000억원 미만이 42곳(26.4%)입니다. 온라인으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설문지는 조영균 산업정책연구원 교수와 공동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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