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최고재무책임자(CFO)인 방주완 수석부사장이 '가장 기뻐할' 소식이 도착했다. 국제 유가 급등으로 모태사업인 정유 부문이 흑자전환하는 쾌거를 이뤘다.
'샤힌 프로젝트'의 조달 기반을 마련해야 하는 방 수석부사장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다. 에쓰오일은 남은 석 달 동안에도 샤힌 프로젝트 투자 명목으로 약 6000억원을 더 투입해야 한다. 수익성 상승에 따라 한동안 이자·금융비용 관리에 초점을 뒀던 그의 재무 전략에도 다소 여유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통의 정유 부문, 다시 '대들보' 역할로 두각
30일 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8조9996억원, 8589억원을 거뒀다. 작년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0%가량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68% 늘었다. 특히 순이익(5454억원)은 흑자전환하는 쾌거를 이뤘다.
'반전 드라마'는 영업이익 6662억원을 올린 정유 부문에서 나왔다. 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정유 부문은 15억원가량 적자를 보던 상황이었다. 정제마진(석유제품 가격에서 원료비를 뺀 수치)이 한참 낮아 원유 판매가가 손익분기점을 못 넘는 구조에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주요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방침을 연말까지 연장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또 항공 여행 수요가 증가했던 여름철 사정이 원유와 석유제품 재고 감소에 영향을 미친 점도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을 플러스(+)로 만들었다.
석유화학·윤활 부문의 수익성이 떨어진 후 찾아온 호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든든할 수밖에 없다. 현재 올레핀 계열 석유화학 시장은 중국 제조업 경기 둔화로 수요가 감소해 있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454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다.
윤활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 내 공급량 증가와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라 마진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윤활 부문의 영업이익(1472억원)도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61%가량 줄었다. 이를 종합하면 결국 전통의 정유 부문이 다시 대들보 역할을 하는 상황이다.
◇정제마진 회복이라는 강력한 '호재'
정유 부문의 부활을 가장 기뻐할 사람은 방주완 수석부사장(사진)이다. 그는 지난 1988년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에 입사해 재무 파트에서만 커리어를 쌓은 '재무통'이다. 2021년부터 CFO에 올라 회사 재무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시장은 그간 방 수석부사장이 보수적인 자금 운용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봤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샤힌 프로젝트' 때문이다. 약 9조2580억원을 들여 회사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현재 12%에서 2026년 이후 25% 이상으로 키우는 게 골자다.
샤힌 프로젝트의 총 투자금 9조2580억원 중 약 71%인 6조5371억원을 차입 없이 영업활동으로 조달한다는 것이 회사의 계획이다. 지난해 이후 정제마진이 꺾인 상황에서 바라봤을 때 그가 현금창출력 회복을 기다리며 이자·금융비용 관리에 나설 것으로 점쳐졌던 배경이다.
실제 그는 올 상반기까지 판관비와 금융비용을 전년 대비 1000억원가량 줄였다. 남은 3개월 동안에도 약 6000억원이 샤힌 프로젝트 투자로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긴장을 늦출 순 없지만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제마진이 회복된 건 강력한 호재다.
한편 방 수석부사장은 9조2580억원 중 29%에 달하는 나머지 투자금액은 회사채 발행 등 외부 차입과 아람코로부터 대여를 통해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날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자금 조달 계획은 계획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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