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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에쓰오일의 대표적인 주주환원 정책은 배당이다. 최근 샤힌프로젝트 투자로 배당성향이 낮아지긴 했으나 오랜 기간 손꼽히는 고배당주로 이름을 알렸고 2000년부터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 배당 중심의 주주환원 정책을 실시했다.
또다른 주주환원 정책 중 하나인 자기주식 매입이나 소각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성장에 따른 이익을 주주와 나누는 방식의 일관된 주주환원 정책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익 공유 측면에서 에쓰오일의 주주환원 정책이 다양하지 않게 보일 수도 있지만 거버넌스 차원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이사회 내에 ESG위원회를 신설해 회사 밖 이해관계자와 소통 강화에 나섰다.
◇사내 조직서 이사회 위원회로 승격 에쓰오일이 ESG위원회를 신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21년 5월 대표이사(CEO) 산하의 ESG위원회를 만들어 임원진이 ESG 경영활동을 논의하고 이사회에 보고할 수 있게 했다. 전략관리총괄을 비롯해 경영전략본부장, 관리·대외부문장, 안전환경부문장 등 주요 임원들이 ESG위원회 멤버로 포함됐다.
사내 조직으로 두던 ESG위원회를 이사회 내 위원회로 승격시킨 시기는 올해 3월이다.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내 ESG위원회 신설을 위한 정관 변경을 안건으로 올려 통과시켰고 곧바로 이사회에 해당 위원회를 설치했다.
당시 에쓰오일은 ESG위원회 설치 배경으로 "이해관계자의 관점과 기대를 고려하고 회사 사업 전반에 걸쳐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ESG 관리를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이해관계자란 주주·투자자를 포함한 대내외 임직원, 협력사 등을 의미한다. 특히 ESG위원회가 조직 목표로 삼는 장기적인 가치 창출은 에쓰오일이 주주환원 정책의 기반으로 삼는 지향점이기도 하다.
ESG위원회는 기타비상무이사 2인과 사외이사 3인 등 총 5인으로 구성됐다. 에쓰오일 기타비상무이사(4인)는 모두 최대주주 AOC(Aramco Overseas Company)의 모회사 아람코 측 인사들이다. 이중 모타즈 알 마슈크(Motaz A. Al-Mashouk) 아람코 임원과 이브라힘 알 니타이피(Ibrahim M. Al-Nitaif) 아람코 임원이 ESG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마슈크가 ESG위원회 위원장직도 겸임한다.
사외이사는 신미남·제니스 리(Jungsoon Janice Lee)·이전환 사외이사다. 에쓰오일은 위원회 구성의 독립성을 위해 사외이사가 과반을 차지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단계 남은 주주 관련 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거버넌스 차원의 주주가치 제고 노력은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현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처음 공개된 에쓰오일 기업지배구조보고서(2018년도)에 따르면 회사는 주주 관련 4개 지표 가운데 '배당정책 및 배당실시 계획을 연 1회 이상 주주에게 통지' 항목만 준수했다.
이듬해까지 나머지 △주총 4주 전에 소집공고 실시 △전자투표 실시 △주총의 집중일 이외 개최 등의 항목은 미준수로 남아있었다.
에쓰오일은 2021년 주총부터 전자투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변화의 신호탄을 쐈다. 이후 예고한 대로 2021년 정기 주총부터 전자투표를 실시하기 시작했고 지난해와 올해 주총은 집중일이 아닌 날짜에 개최하며 주주 관련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 항목을 3개까지 끌어올렸다. 현재 에쓰오일이 준수하지 않은 주주 관련 핵심지표는 '주총 4주 전 소집공고' 하나뿐이다.
다만 올해 5월 열렸던 임시 주총의 경우 개최일 25일 전에 소집공고를 하며 이 역시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전까지 열렸던 주총들은 개최일 15~18일 전에 소집공고가 나왔던 점을 고려하면 공고일을 일주일 가까이 끌어올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