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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욱 쏘카 대표의 자사주 매입, 경영권 분쟁 대비?

자기자금 100억 투입, "책임경영 의지 강조 위한 것"…롯데렌탈과 지분격차 늘어나

이지혜 기자  2023-10-26 09:24:04
박재욱 쏘카 대표이사가 보유지분을 늘렸다. 쏘카는 책임경영을 위한 조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다른 해석이 나온다. 롯데렌탈과 최대주주 간 지분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는 것을 의식해서 박 대표가 쏘카 지분을 매입했다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대표가 쏘카 주식을 매입하는 데 들인 돈이 적잖다. 무려 발행주식 총수의 2%에 해당하는 물량을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샀다. 그것도 쏘카 주가가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상승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매입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박 대표가 롯데렌탈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움직인 것으로 해석한다.

◇박재욱 대표의 쏘카 지분 매입, 책임경영 vs 경영권 분쟁 대응

업계에 따르면 박 대표를 비롯해 쏘카 최대주주 등이 보유한 지분은 모두 36.88%가 된 것으로 집계됐다. 종전까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자 등이 보유한 지분은 34.9%였는데 불과 한 달 만에 2%p(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박 대표가 올 한 달 동안 꾸준히 쏘카 지분을 매입한 결과다. 박 대표는 이달 17일부터 26일까지 약 열흘 동안 여덟차례에 걸쳐 쏘카 주식을 약 1.98% 추가로 매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박 대표가 보유한 쏘카 지분은 종전 1%에서 2.98%로 증가한다.


쏘카는 “장기적으로 카셰어링 사업의 성장을 통해 자차 소유를 대체하고 플랫폼으로서 장기 성장할 것으로 믿고 있다”며 “박 대표가 이런 믿음으로, 쏘카 대표이사로서 더 책임감 있게 경영하기 위해 주식을 장내매수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올 하반기 본격화한 쏘카의 성장흐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의미다.

쏘카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의구심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롯데렌탈의 보유지분이 쏘카 최대주주의 지위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늘어나자 박 대표가 경영권 분쟁 등에 대비하고자 지분을 매입했다고 바라본다.

그 근거로 박 대표가 쏘카 지분 매입에 많은 돈을 들였다는 점에 주목한다. 박 대표는 보유하고 있던 자기자금 96억6785만8260원을 들여 쏘카 주식을 샀다. 다시 말해 개인이 쏘카 주식 확보에 100억원에 가까운 돈을 들인 셈이다.

책임경영을 표방해 자사주를 매입하는 임직원이 많긴 하지만 대개 몇억원 수준을 넘지 않는다. 자사주를 수십억원 보유한 경우는 회사로부터 수톡옵션을 받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더군다나 박 대표는 쏘카의 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주식을 사들였다. 쏘카 주가는 8월 말 잠깐 상승세를 보였다가 10월 초까지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다 이달 12일 쏘카가 최대주주와 롯데렌탈 간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상승세를 보였다.

박 대표가 쏘카 주식을 매입한 시기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으로 인해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던 17일부터 26일까지다. 쏘카 주식은 이달 11일 1만1420원에서 25일 1만9400원으로 꾸준히 상승했는데 박 대표가 쏘카 주식을 사들인 시점도 이때다.

대표이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가 부진한 흐름일 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주주들에게 책임경영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박 대표의 쏘카 지분 매입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에 따라 쏘카 주가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근거로 25일 전일 종가 대비 22.55% 상승한 상태로 장을 마쳤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쏘카의 주가가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는 데서 쏘카 측의 주장도 근거가 있다. 쏘카 주가는 연초 2만원대를 넘었지만 10월 초에는 그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롯데렌탈과 지분 격차 4%대로, 격차 더 벌릴까

쏘카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불거진 데는 롯데렌탈이 최대주주의 턱밑까지 추격하는 수준으로 지분을 늘려서다. 롯데렌탈은 SK㈜가 들고 있던 쏘카 지분을 전량 매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서를 제출하고 승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앞서 롯데렌탈은 SK㈜의 쏘카 주식 587만2450를 취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쏘카의 전체 주식에서 17.92%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분 취득을 마치고나면 롯데렌탈이 보유한 쏘카 지분은 모두 32.91%가 된다.

앞서 롯데렌탈은 2022년 3월부터 쏘카 지분 13.3%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올 9월 22일 유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쏘카 지분 1.7%를 사들였다.

롯데렌탈이 최종 보유하게 되는 쏘카 지분은 종전까지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등의 보유지분과 불과 2%p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박 대표가 지분을 추가 매입하면서 롯데렌탈과 격차는 4%에 가까운 수준으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이 추가로 지분 매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롯데렌탈은 에스오큐알아이, 에스오피오오엔지와 풋옵션 계약을 맺은 데 따라 쏘카 지분 1.79%를 추가 취득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롯데렌탈과 최대주주 측의 지분 격차는 다시 좁혀진다.

더욱이 롯데렌탈은 그룹 차원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취득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의 도래에 앞서 모빌리티 역량을 강화하려는 롯데그룹의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롯데렌탈이 최종적으로 쏘카의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롯데렌탈이 공개매수 대결 등에 나설지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쏘카 지분을 취득하는 데 쏘카의 시가총액에 버금가는 돈을 들였기에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높은 값에 쳐주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공개매수 대결 등은 자칫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어 일단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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