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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좁혀진 평행선

수년간 시총 차이 일정 유지…올해 신세계 부진, 현대백화점 호재로 격차 축소

고진영 기자  2023-10-25 08:26:20

편집자주

기업의 가치는 어떻게 가늠할까. 장부는 명확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가변적이며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된다. 기업가치 평가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따라서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면 시장가치를 따르는 게 손쉽다. 그런데 시장은 종종 동일한 업종의 기업가치에 아주 다른 점수를 내린다. 라이벌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어떻게, 왜 움직였는지 THE CFO가 비교해봤다.
백화점업계는 롯데와 신세계, 현대백화점 3개사가 과점하며 경쟁하는 시장이다. 특히 마트부문을 같은 법인에서 운영하는 롯데쇼핑과 달리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크게 다를 바 없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백화점과 면세점이 매출 대부분을 차지한다.

자연히 두 회사의 기업가치도 그간 비슷한 시기에 등락, 추세적 평행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다만 이벤트에 따라 서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를 반복해왔는데 올해는 앞서가던 신세계가 실적 부진으로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백화점은 단일 지주사 체제 전환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신세계와의 거리를 좁혔다.

◇매출 키운 현대백화점 vs 수익성 지킨 신세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사업 포트폴리오는 유사하지만 외형에 있어선 원래 차이가 상당했다. 5년 전인 2018년 신세계 매출이 연결 기준 5조원대였는데 현대백화점은 1조 9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이듬해 역시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3배 가까이 벌어졌다.

몸집 차이를 좁힌 것은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즈음이다. 당시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이 팬데믹 영향으로 모두 고전하면서 매출이 6조원대에서 4조원대로 축소됐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은 주춤하긴 해도 증가세를 유지했고 이듬해엔 매출이 57% 이상 급증했다.


현대백화점 매출이 갑자기 뛴 것은 2021년 2월 말 여의도 ‘더 현대 서울’이 오픈한 덕분이다. 현대백화점은 과거 유통 채널이 백화점에 집중돼 있었지만 2015년 복합쇼핑몰형인 현대백화점 판교점을 개점하면서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판교점의 경우 상당한 모험이었는데 대형 백화점이 서울 밖에서 잘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려를 뒤엎고 판교점은 경기 남부권의 신흥 부자들을 끌어모으며 대규모 매출을 올렸다.

이후 6년 만에 출점한 더 현대 서울도 현대백화점의 위상을 바꿨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대성공을 거뒀다. 트렌디한 이미지를 얻은 데다 체험 극대화 매장의 표본이라는 평을 받으면서 개점 1년 만에 매출 8000억원을 넘겼다.

하지만 현대백화점의 선전이 주가에 눈에 띄게 유의미한 차이를 가져오진 않았다. 2020년 매출 방어가 코로나라는 거대 장벽을 넘어설 만한 성과는 아니었고 2021년엔 신세계도 어차피 실적 회복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모두 팬데믹 타격이 가장 컸던 2020년 주가가 급락했다가 코로나에 대한 공포심이 무던해진 2021년 즈음 나란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수익성 측면에선 도리어 신세계의 역전이 두드러졌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만 해도 17~18% 안팎의 높은 분기별 영업이익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점진적인 저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점포 증축과 출점 경쟁으로 발생한 비용 증가, 기존점 성장률 둔화에 따른 고정비 부담 탓이다. 실제 올 2분기 기준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5.7%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대로 신세계는 백화점 명품 수요가 늘고 면세점 개인이용객 비중이 늘면서 2018년 6~8%대에서 올해 2분기 9.49%로 개선됐다. 2021년 6월 이후론 전반적으로 신세계가 현대백화점보다 높은 분기 영업이익률을 보이고 있다.

분기별 주당순이익(EPS) 역시 신세계가 현대백화점을 압도한다. 신세계의 연간 순이익 자체가 현대백화점의 2배 남짓이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꾸준한 편이어도 분기 EPS가 3000원대를 넘기지 못하는 반면 신세계는 다소 들쑥날쑥 하지만 2021년 3분기부턴 8000원~2만원 안팎을 유지 중이다. 올 2분기 기준 분기EPS는 신세계가 7996원, 현대백화점이 1094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인적분할 무산의 '전화위복'

그런데 올 들어선 신세계가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지난 8월 중국이 사드 사태 이후 6년 만에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하면서 관련업계 종목은 줄줄이 수혜를 입었다. 하지만 신세계의 주가 반등 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연결 실적에서 영업이익 기여도가 70%를 넘는 백화점과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크게 부진했던 탓이다. 백화점은 마진이 좋은 의류 판매가 예상치를 밑돌았고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경우 명품브랜드 셀린느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떨어졌다.

신세계와 비교하면 현대백화점은 사정이 좋은 편이다. 애초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분리와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해 작년 9월 인적분할을 발표했다가 시총에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알짜 자회사 한무쇼핑을 신설법인에 떼어내기로 한 점이 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목동점 등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결국 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안건이 부결됐으며 현대백화점은 계열분리 계획을 접고 '단일 지주사 체제'로 방향을 틀었다. 이 결정은 적어도 주가 측면에선 전화위복이 됐는데, 올 7월 관련 발표가 이뤄지자 주가가 급등세로 전환했다. 오버행 리스크 해소와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가 겹쳐 4만원대였던 주가가 8월 7만원대까지 뛰었다. 9월 말부턴 다시 다시 5만원대로 내려왔지만 신세계와의 시총 차이는 이미 꽤 줄어든 상황이다.


앞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시총 그래프를 보면 2019년 이후 약 7000억원~1조원 상당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평행선을 그리듯 이동했었다. 그러다 신세계 매출이 역성장한 2020년, 더 현대 서울이 출점한 2021년의 경우 일시적이긴 해도 간격이 좁혀지는 모습을 보였다.

현대백화점이 인적분할 추진을 결정한 올 2월 이후론 평행선 간의 거리가 또 8000억원대로 늘었지만 분할을 철회한 뒤 재차 축소됐다. 24일 종가 기준으로 신세계의 시가총액은 1조6688억원, 현대백화점은 1조2356억원이다. 신세계가 4300억원 정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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