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디에프가 만기가 2년에 가까운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만기 1년 이하 단기차입금 위주로 부채를 구성하던 흐름에서 벗어나 만기구조 장기화를 추진할지 시선이 몰린다. 신세계디에프는 올해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들어 총 2100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이 가운데 2월23일 발행된 300억원은 만기가 2년, 2월29일 발행된 200억원은 만기가 2년 2일이다. 나머지 1600억원은 1년에 가까운 362~364일물이다. 이번이 신세계디에프의 첫 2년물 CP는 아니다. 2021년 만기 1년 11개월인 CP 500억원 어치를 찍었다.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1월부터 꾸준히 1년물 CP를 발행해왔다. 이는 지난해 초에 발행했던 1년물 CP의 만기에 대응하기 위함일 수 있다. 올해 1월1일부터 이날까지 만기도래한 CP 규모는 1700억원이다.
이같이 CP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금리 때문이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1년물, 2년물 CP가 은행 한도대출보다 금리가 낮다"고 설명했다.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가 보유한 A2+등급의 2년물 CP 금리는 5.03%다.
신세계디에프는 앞으로도 꾸준히 CP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상반기에만 3월29일 700억원, 4월300일 200억원, 5월30일 1000억원 등 2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해당 CP들은 모두 1년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만기도래하는 CP의 상환 계획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준비는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올해 실적개선세 두드러질 듯 일각에선 신세계디에프가 향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는 것이라고 바라본다. 신세계디에프는 2023년 하반기부터 인천공항 면세점 DF2(향수·화장품, 주류·담배), DF4(패션·부티크) 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리모델링 진행으로 인해 2023년 3분기에는 사업구역 약 40%만 운영했으며 2023년말 사업구역의 60%, 2024년말 전 구역 등 단계적으로 오픈한다.
개선흐름은 재무지표에서 드러난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해부터 신용등급이 위태로웠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신세계디에프의 신용등급 하향가능성 증가 요인으로 '별도기준 영업이익률 5.0% 미만 지속'을 들었다. 해당 지표는 2019년 4.2%, 2020년 -2.7%, 2021년 3.4%, 2022년 0.4%으로 꾸준히 트리거 발동조건을 건드렸다. 2023년 9월엔 6.1%로 위험권을 벗어났다.
한국기업평가는 올해 신세계디에프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봤다. 한기평은 "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들 대부분이 중국인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을 고려할 때 2023년 8월 중국의 단체 관광객 방한 허용 효과가 2024년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며 "중국의 경기 둔화와 항공편 회복 지연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봤다.
2023년 10월 누계 중국노선은 2019년 10월 누계의 49% 수준이었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2023년 10월 누계 중국인 입국객수는 2019년 10월 누계 대비 31%에 그쳤다.
면세사업자인 신세계디에프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실적에 큰 타격을 받았다. 2020년 매출 1조6035억원, 영업손실 427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보다 매출은 42.0% 줄고 영업이익은 1605억원 감소했다. 이에 2020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약 3000억원을 유상증자로 확보했다. 모회사인 신세계가 현금 1000억원, 신세계 면세점 명동점 부동산 현물출자로 2000억원을 지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