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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CP 활용법

단기차입 99%였던 신세계디에프, 만기 장기화 '올인'

장기CP 활용 비용절감·만기장기화 '일석이조'...단기차입 비중, 2022년 99% 이후 하락

안정문 기자  2024-06-11 07:56:59

편집자주

기업들은 각사 재무전략에 따라 부채자본시장(DCM)을 통해 회사채와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을 활용, 만기 구조를 분산시켜 신용을 관리한다. CP의 경우 발행사 입장에서는 공시의무가 없고 증권신고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돼 빠르게 단기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자자들은 CP의 발행과 상환 정보, 그 뒷 배경 등에 대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더벨은 각 기업들의 CP 활용법을 살펴보기로 한다.
신세계디에프가 장기 기업어음(CP) 발행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차입구조 장기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회사채가 아닌 CP를 꾸준히 활용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디에프는 99%까지 치솟았던 단기차입금 비중을 낮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회사채는 활용하지 않고 있다. 신세계디에프의 처음이자 마지막 회사채는 2020년 발행한 3년물이다.

◇CP, 만기 장기화 주요 수단…한도대출 대비 금리 이점도

11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는 4일 100억원 규모의 20개월 만기 CP를 찍었다. 앞서 올해 2월 2번에 걸쳐 2년물 CP 500억원을 발행하면서 장기CP 활용을 본격화했다.

신세계디에프의 CP 발행량은 2021년 1000억원에서 2022년 800억원으로 줄었다 2023년 39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2023년 상승률은 387.5%에 달한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발행한 CP물량은 2750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한해에 걸 발행한 물량의 70.5%다. 올해 상반기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발행 물량이 크게 늘었던 지난해의 3분의 2가 넘는 CP를 찍어낸 것이다.

올해 발행한 CP 가운데 500억원은 2년물, 100억원은 20개월물로 만기 1년 이상의 장기물이다. 2100억원은 364일물로 역시 만기가 길다. 50억원은 3개월물이다. 대부분 차환목적으로 발행됐다. 신세계디에프의 CP 가운데 올 상반기 만기도래한 것들은 5월30일 1000억원, 4월30일 200억원, 3월29일 700억원, 2월27일 700억원, 2월23일 300억원, 2월13일 200억원, 2월2일 500억원 등 3600억원 규모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CP 금리가 현재 한도대출보다 낮다"며 "장단기물 비중을 조정해 재무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 가운데 하나로 CP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도대출의 규모는 급격히 줄었다. 신세계디에프의 한도대출 규모는 1240억원에서 50억원으로 96.0% 감소했다.

신세계디에프의 CP 금리는 완만한 우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 CP 금리는 지난해 11월 초 5.02%에서 계속 낮아져 7일 기준 4.4%까지 0.62%p 하락했다. 마찬가지로 2년물 CP 금리 역시 작년 11월 초 5.22%였지만 올 6월7일에는 4.68%로 0.54%p 낮아졌다.


◇단기차입금 비중, 2년 전 99%에서 하락

신세계디에프는 2021년 1월 처음으로 500억원 규모의 1년11개월물 CP를 발행한 이후 장기CP를 꾸준히 이를 활용해오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2022년을 기점으로 만기구조 장기화에 나섰다. 지난해 기준 신세계디에프는 차입금 대부분이 만기 1년 미만인 단기물이었다. 2022년 기준 신세계디에프의 총차입금은 4777억원,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자기부채의 합은 4739억원으로 단기차입금의 비중이 99.2%, 대부분을 차지했다. 2023년에는 총차입금 6071억원, 단기차입금과 유동성장기부채 합 4483억원으로 단기물 비중이 73.8%로 줄었다.

신세계디에프는 만기구조 장기화를 추진함에도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고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발행했던 회사채는 2020년 1월9일 발행했던 1100억원 규모의 3년물 사모채다.

신세계디에프가 만기 장기화를 추진하는 이유로는 두가지 정도가 꼽힌다.

우선 올해 말부터 실적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만기구조 장기화는 자연스럽게 이자비용 확대로 이어지는데 이를 감당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면세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의 1분기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024년 말부터 인천공항 DF2, DF4 면세점의 대규모 리모델링이 마무리되면서 관련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계열사의 신용등급 하향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그룹의 부담이 이전보다 커진 만큼 차입금의 만기 안정화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올 2~3월 이마트의 신용등급은 'AA0, 부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은 'A0, 부정적'에서 'A-, 안정적'으로 낮아졌다. 이는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영업손실에 따른 것이다.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영업손실 1878억원, 순손실 1585억원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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