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외부 영입'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종일 재무실장에게 효성티앤씨가 기대하는 건 단연 '재무구조 개선'이다.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했지만 최근까지 실적 개선이 늦어지면서,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재무 성과를 평가하기엔 다소 이르다. 다만 설비 투자를 지난해 대비 절반 가까이 줄이는 등 현금 유출을 대하는 신중한 태도가 돋보인다. 또 되살아나는 스판덱스 시황을 봤을 때, 유동성 상황이 긍정적인 면도 있다.
◇투자금·차입금 감축…보수적 자금관리 시동
올해 2분기 효성티앤씨는 유·무형자산 취득에 623억원을 지출했다. 바로 직전 분기에 비해 376억원, 전년 분기(1137억원)와 견줘서는 약 45% 정도 줄어든 금액이다.
지난 5월 CFO로 부임한 최 실장이 보수적인 재무 전략을 취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으로 회사가 외부에서 처음 영입한 CFO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해 대우건설 재무관리본부장, 법무법인 화우 상임고문을 역임했다.
2분기가 한창이던 때 CFO가 된 만큼 그의 재무 전략은 이제 시작이다. 다만 최 실장 부임 직전 1분기 사정을 보면 부채비율은 약 190% 수준이다. 투자자금 소요에 따라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2021·2022년 말에 비해 각각 34%포인트, 5%포인트 높아진 숫자다.
업황이 다운사이클에 접어들어 1분기 현금창출력(1270억원)이 전년 같은 기간(2461억원)의 절반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재무 건전성 확보에 방점을 둘 수밖에 없었단 평가다. 그는 올 2분기 투자금 삭감과 더불어 장·단기 차입금도 1000억원 정도 줄였다.
◇증설은 시간문제…위안거리는 되살아나는 스판덱스 '시황'
최 실장의 재무 관리는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 예컨대 올해 2분기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174%, 36.3%로 전분기 대비 16%포인트, 2.1%포인트 하락한 상황이다. 적어도 현재로서는 지난해보다 안정적인 재무 상태를 구축해 놓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 역시 친환경 제품에 대한 고객사의 요구를 지속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효성티앤씨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스판덱스 브랜드 '크레오라'의 친환경 제품 연구개발(R&D) 및 생산 시설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자금 소요 자체를 피할 수는 없다.
여기에 스판덱스 생산 네트워크도 구축해야 한다. 지난해 2월 회사는 스판덱스 사업 확장에 대비, 터키 내 신규 공장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땅을 산 이상 글로벌 스판덱스 CAPA 및 시장 확대를 위한 투자 및 증설 계획 발표가 '시간문제'란 관측이 나온다.
상황만 놓고 보면 재무 전략을 마냥 보수적으로만 유지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되살아나고 있는 스판덱스 업황은 유동성에 든든한 지원군이 될 전망이다. 2023년 9월 스판덱스 가격은 톤(t)당 3만1000위안이다. 지난 5월(3만위안) 이후 꾸준한 상승세다.
수급 상황도 한층 개선됐다. 업계에선 그간 스판덱스 공급 과잉의 주범이던 중국 업체들의 올 하반기 스판덱스 증설 규모가 상반기 대비 55% 감소할 것으로 본다. 반면 중국 스판덱스 수요 성장률(20%)은 예년보다 커 효성티앤씨에게는 호재란 관측이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현금창출력이 개선되면 향후 점진적으로 재무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그래도 투자부담은 아직 남아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효성티앤씨 관계자는 "터키 부지에 대한 투자 및 증설 계획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며 "스판덱스 시황이 차츰 살아나고 있어 수익성 전망이 밝은 상황"이라고 점쳤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