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이 회사채 발행을 통해 기업어음을 상환하며 만기 장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017년 회사채 시장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수차례 성공적인 발행을 이어왔는데, 올해 하반기부터는 일괄신고제도를 이용해 신속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이사회에서 일괄신고서 제출을 결정했고, 최근 일괄신고서를 이용한 첫 발행에 성공했다.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사퇴한 뒤 개편된 이사회 체제에서 더 적극적인 발행이 이어지는 것이라 이목을 모은다. 특히 이사회에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이 직접 참석하는 등 차입만기를 장기화 하는데 굳건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 증권채 불황속 일괄신고로 성공적 회사채 조달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이달 8일 일괄신고제도를 이용한 첫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번 발행에선 2년물과 3년물로 각각 700억원씩 총 14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KB증권이 대표주관회사를 맡고 하나증권이 인수단으로 참여해 딜을 성사시켰다.
금리는 9월 6일 기준 2년물과 3년물 개별민평금리 평균에 2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정해졌다. 최종발행금리는 2년물 4.674%, 3년물 4.767%다. 발행자금으로는 기업어음을 상환할 예정인데, 상환대상물의 가장 낮은 금리는 4.150%로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 국내 단기금융시장이 불안정했던 지난해 11월 발행한 364일물 CP의 경우 금리가 6.9%에 달해 이번 회사채 발행금리가 더 낮다.
민평대비 낮은 금리에 발행했던 지난해 2월과 비교하면 금리 수준이 높다. 앞서 지난 2월 2년물 민평대비 28bp 낮은 3.923%로 3000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이번 발행에 적용된 신용등급과 아웃룩은 당시와 동일한 'AA-, 안정적'이다.
그러나 최근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한 증권회사들이 금리 부담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발행은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발행에서 2년물에 민평대비 +25bp의 가산금리를 지급했으며, 미래에셋증권은 모집액의 4배에 가까운 주문을 모으고도 금리 부담 때문에 100억원만을 증액하는 데 그쳤다.
특히 발행한 1400억 중 절반 이상의 물량을 연기금 등이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키움증권은 국내 대형 증권사 중 가장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는데다, 우발채무 관련 위험이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어서 만기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장기투자 기관에게 인기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회사채는 키움증권이 처음으로 일괄신고제도를 이용해 발행한 건이라 주목받는다. 일괄신고제는 채권 발행이 잦은 기업이 수요예측 등의 과정 없이 신속하게 자금조달에 나설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한 제도다. 금리 추이와 시장 수요등을 감안해 빠르게 회사채를 조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7월 26일 4000억원을 발행하겠다는 일괄신고서를 제출했고, 지난 8월 3일 효력이 발생했다. 이후 곧장 발행을 준비해 첫 발행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 내년 8월안에 추가 발행 이어질 듯
일괄신고제도 활용은 키움증권의 CFO인 엄주성 부사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으로 파악된다. 키움증권의 재무업무는 엄 부사장과 유경오 재무결제본부장(상무)이 함께 총괄한다. 그간 개별 회사채 발행을 위한 이사회 한도승인 안건은 유 상무가 참석해 이사회에 보고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25일 열린 일괄신고서 제출 안건 만큼은 엄 부사장이 직접 참석해 이사회에 보고했다. 정병선 준법지원본부 상무와 김강일 감사총괄 전무도 참석했다.
특히 이사회 의장 변경 등의 이슈에도 불구하고 차입만기 장기화 목표를 뚝심있게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이사회 의장을 맡아왔던 김익래 전 다우키움회장이 지난 6월 19일부로 이사회에서 물러나며 이군희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등 변화가 있었다. 이에 따라 7월 25일 이사회는 이군희 의장이 소집해 열렸다.
일괄신고 첫 발행에 성공한 키움증권은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괄신고한 4000억원 중 1400억원의 발행을 마쳤기 때문에 일괄신고 금액은 2600억원이 남았다. 일괄신고서에 기재된 발행예정기한은 내년 8월까지다. 키움증권은 발행예정기간 동안 적어도 3회 이상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번 발행으로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기업어음은 대부분 상환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발행 시점은 내년 이후가 될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수립한 발행 계획은 없다”며 “금리 추이를 살펴 추가적인 발행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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