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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한화투자증권

후순위채 발행으로 확인된 '글로벌 전문가'의 조달 전략

자본확충·신사업 재원마련 '일석이조'…신평사 지적받던 NCR 개선 효과도

이정완 기자  2023-09-08 15:43:16
올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선임된 손종민 한화투자증권 기획관리실장(상무)이 2015년 이후 8년 만에 후순위채 발행을 이끌었다. 연초부터 기업어음(CP)을 통한 단기 조달을 이어오다가 자본으로 인정 받는 장기 발행을 병행했다.

이렇게 마련한 자금을 신사업에 사용하는 점도 눈길을 끈다. 손 실장은 지난해까지 글로벌투자실에서 일한 만큼 '글로벌·디지털'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자금 조달 행보에도 이 같은 전문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1년차 CFO가 이끈 8년 만의 후순위채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이달 초 12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1000억원 발행을 계획했으나 모집액을 넘는 수요가 확인돼 증액을 결정했다. 만기는 6년이고 금리는 연 7%다. 후순위채는 일반적인 선순위 회사채보다 상환 순위가 한 단계 낮다. 만기 5년 이상인 경우 선순위 회사채와 달리 재무상태표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올해 1월 CFO로 선임된 손종민 기획관리실장은 전임 CFO였던 이재만 현 소비자보호실장(CRO)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CP 활용 기조를 보였다. 특히 만기 6개월에서 1년 CP를 발행해 상대적으로 장기로 자금을 쌓아뒀다. 혹시 모를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모습이었다. 지난달에도 6개월 만기 CP로 100억원, 1년 만기 CP로 200억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번에 8년 만에 후순위채를 선택하며 장단기를 모두 아우르는 조달에 나섰다. 우선 기대되는 효과는 재무 건전성 개선이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의 수정 NCR(순자본비율)은 한국기업평가의 등급 하향변동 요인에 해당되는 상황이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한화투자증권의 선순위 회사채에 대해 모두 'AA-,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ROA(총자산이익률) 0.5% 미만, 수정 NCR 250% 미만이 지속될 때 등급 하향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상반기 말 기준 한화투자증권의 수정 NCR은 224%를 기록했다. 회사 측에서 이번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NCR이 상반기 말 528%에서 618%로 89%p 상승한다고 밝힌 만큼 신평사가 산출하는 수정NCR도 덩달아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글로벌·디지털 투자에 1200억 쓴다

재무비율 상승보다 더욱 눈에 띄는 건 자금의 사용처다. 글로벌·디지털 부문 사업 강화를 위해 경쟁력 있는 핀테크 분야를 포함한 국내외 유가증권 및 금융상품에 투자할 계획이다. 우선 올해 하반기 400억원을 투입하고 내년 상반기 나머지 800억원을 사용한다.

글로벌과 디지털은 한화투자증권의 신사업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다. 2010년대 후반 들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의 전반적인 투자 트렌드에 발맞춰 토스뱅크, 두나무 등에 지분 투자를 실시했다. 토스뱅크가 하반기 증자 계획을 알린 만큼 이에 자금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투자증권은 토스뱅크 지분 9%를 가지고 있는 주요 주주다.

글로벌 투자도 예고돼있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칩타다나(Ciptadana)증권과 자산운용 지분 8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는데 이를 위해 66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끝나는대로 자금이 집행될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CFO인 손 실장은 한화투자증권의 글로벌·디지털 투자에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입사 후 전략기획 분야에서 근무하던 그는 2020년 말 상무보 승진 후 글로벌디지털프로덕트실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해외 사업에 깊게 관여해 같은 해 정식 출범한 싱가포르 법인 초대 법인장을 맡았다. 싱가포르 법인은 글로벌 IB(기업금융) 확대를 위해 신설된 곳이다. 손 실장은 올해 6월 한화투자증권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해 싱가포르 현지 분위기를 전할 만큼 사업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이번 후순위채 발행 역시 회사의 투자 전략을 고려한 선제적 행보라는 분석이다.

(출처=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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