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바이오그룹이 한미약품을 신약개발사로 탈바꿈한 주역을 연구개발(R&D) 사령탑으로 영입했다. 그룹 내 계열사 간 교류를 강화해 사업화 성과를 도출하는 중책을 맡겼다. 그룹 차원에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신약 개발은 물론 주력 계열사의 기술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차병원·바이오그룹은 12일 R&D 사업화 총괄 부회장에 권세창 전 한미약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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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과 그룹 내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화 성과를 도출하는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차병원·바이오그룹의 산·학·연·병 네트워크를 활용해 경쟁력 있는 사업화 성과를 이끌겠다는 설명이다. 차 의과학대학교 특훈교수도 겸직한다.
권 부회장은 1986년 연세대 생화학과 졸업 후 서울대 대학원 동물자원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 한미약품에 합류해 연구센터 소장, R&D 총괄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며 굵직한 신약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특히 한미약품을 신약개발 중심 제약사로 탈바꿈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대표 기술인 약효 지속 플랫폼 '랩스커버리' 개발을 주도했다. 랩스커버리는 바이오 의약품의 짧은 반감기를 늘려 투여 횟수와 투여량을 줄인 기술이다.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문턱을 넘은 항암 신약 '롤론티스'에도 해당 기술이 적용됐다.
사노피, 얀센, 일라이릴리, 머크(MSD) 등 글로벌 제약사(빅파마)에 주요 파이프라인을 기술수출하는 데도 중추적 역할을 했다. 2015년 당뇨 치료제 후보물질에 대해 사노피와 5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기술수출을 이끌어낸 것도 권 부회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12일을 끝으로 20여 년간 몸담았던 한미약품에서 자리를 정리했다.
권 부회장 영입으로 그룹 내 계열사 간 시너지가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차병원그룹은 지주회사격인 차바이오텍을 중심으로 CGT 개발, CGT 위탁개발생산(CDMO),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차바이오텍 지배 아래 차헬스케어, 차메디텍, 차케어스, 차바이오랩, 서울CRO 등 계열사가 포진했다.
차바이오텍의 주력 파이프라인 사업화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 8개 CGT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올 초 설립 이래 첫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 차바이오텍이 조직을 정비하고 외부 인재를 연이어 수혈하는 등 R&D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사업화 기대감 높이는 요소다. 지난해 의학본부와 R&D본부를 R&D본부로 일원화했다. 기초연구와 임상개발 간 교류가 유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또 지난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출신 사업개발(BD) 전문가 양은영 전무를 영입한 데 이어 올 초엔 이현정 대표를 R&D 부문 총괄에 앉혔다. 허가개발실에 나혜정 상무, 임상운영실에 강재선 상무, 임상개발실에 장경호 상무도 새롭게 영입했다.
차병원·바이오그룹 관계자는 "권 부회장은 글로벌 제품화 경험을 토대로 병원과 그룹 내 여러 연구와 임상 시너지를 발휘해 산업화를 도출하는 업무를 맡게 됐다"면서 "차병원의 산·학·연·병 시스템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 가치 창출 및 글로벌 사업화 성과가 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