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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

차바이오텍, 4년만에 또 시장조달…같은 점, 다른 점은

CGT 베팅 750억 메자닌 조달…만기이자율 설정, 특관인 참여도 없어

임정요 기자  2024-05-09 16:43:24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차바이오텍이 4년 만에 다시 시장 조달에 나섰다. 액수도 목적도 4년 전과 같다. 미국 CDMO 자회사인 마티카홀딩스에 자금을 지원하고 판교에 구축 중인 자체 GMP 시설에 투자하기 위해 약 750억원을 조달한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메자닌에 만기이자율을 설정했다는 데 있다. 보통주 전환 뿐 아니라 상환에도 무게를 실었다. 4년 전과 다르게 특수관계인의 참여도 없다.

◇4년새 총 1500억 외부조달…해외법인 지원·운영자금 충당

차바이오텍은 메자닌 발행으로 총 748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상환전환우선주(RCPS) 445억원, 전환사채(CB) 103억원, 신주인수권부사채(BW) 200억원을 발행한다.

작년 말 기준 차바이오텍의 현금성자산이 단 70억원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금조달은 필연적이었다. 이번 메자닌 발행에는 DS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하나은행, NH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씨에스어드바이저스 등 29개 기관이 참여한다.

차바이오텍은 4년 전에도 CB와 BW로 75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그 때와 지금의 다른 점은 만기이자율을 설정했다는 점이다.

앞서 2020년 6월 발행했던 6회차 CB와 7회차 BW의 경우 만기이자율은 제로였다. 차바이오텍 입장에선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시장 환경이 우호적이었기도 했고 나름의 자신감도 있었던 것으로도 해석된다.

기대가능한 이자수익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보통주 전환 후 시가상승을 노리는 게 당연하다. 시가하락으로 4차례 리픽싱을 거쳤고 작년 말까지 상당부분 보통주 전환됐다.

4년 전 CB에 참여한 투자자는 차바이오텍 최대주주의 특별관계인으로 얽혀있는 성광의료재단, 케이에이치그린이 있다. 이 외 오라이언자산운용, IBK캐피탈, 브레인자산운용 등이 참여했다. BW에는 키움증권, 신한금융투자, 수성자산운용, BNK투자증권, 에이원자산운용 등이 투자했다.


미전환 잔여 사채 내역은 작년 말 기준 CB 39억원, BW 83억원이다. 총 122억원에 달하는 미전환 메자닌의 만기는 내년 6월이다. 나머지도 보통주 전환 후 시가상승을 기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번에 발행하는 메자닌에는 1.5%의 만기이자율이 적용됐다. 투자자들의 상환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소폭이라도 이자율을 설정할 필요도 있었던 것으로해석된다. 4년 전과 다르게 특수관계인 참여도 없다.

차바이오텍은 이번 조달까지 포함하면 4년 만에 총 1500억원을 외부조달하게 되는 셈이다. 4년 전 확보한 750억원 가운데 500억원은 마티카홀딩스에 출자했다. 나머지 250억원은 판교 GMP시설 구축에 투자했다.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의 용처도 비슷하다. 마티카홀딩스에 300억원을 투자하고 448억원은 자체 운영자금으로 쓴다.

◇2018년부터 'CGB' 뚝심 투자…세포치료제 CDMO에 거는 기대

차바이오텍과 차바이오텍 자회사들이 판교 CGB 시설투자를 시작한 건 2018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판교 제2테크노밸리)에 위치한 약 1408평의 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지상 10층 지하 4층, 연면적 6만6115㎡ 총 2만평에 달하는 시설을 구축 중이다. 완공 시 CGT 분야에서 단일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본래 올해 말까지 준공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내년 9월 말로 연기됐다. 코로나19 등 대외변수 때문이라는 게 차바이오텍 입장이다. 공사지연으로 추가 자금 투입이 필요하게 됐고 일부를 이번 조달을 통해 마련하는 셈이다. 공사는 신동아건설이 맡았다.

판교 대지 매입가는 339억원으로 여기에 차바이오텍이 170억원, CMG제약이 135억원, 차케어스가 34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시설구축에 들어가는 총 자금은 1105억원이다. 차바이오텍이 552억5000만원, CMG제약이 442억원, 차케어스가 110억5000만원을 투자했다.

차바이오텍은 당초부터 판교 CDMO 시설의 50% 지분확보를 위한 552억5000만원 중 110억5000만원을 자기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442억원을 금융기관에서 장기차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차바이오텍 메자닌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은 미국 텍사스주에 소재한 세포·유전자치료제 CDMO인 마티카바이오에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티카바이오는 2022년 5월 공장을 준공했고 현재 증축하고 있다. 2030년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공표한 바 있다.

마티카바이오는 미국 텍사스 A&M대학교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및 글로벌 바이오공정 회사 싸토리우스와 자동화 기술을 개발 중이다. 향후 노하우를 판교 제2테크노밸리 ‘CGB(Cell Gene Biobank)’에 적용시킨다는 계획이다.

차바이오텍은 이번 조달 자금의 상세용처에 대해 문의했으나 답변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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