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GS건설 파이낸셜 뷰

'1조 적자' 2013년 빅배스와 같을까 다를까

④2014년 흑자 전환·현금창출력 개선 '빅배스 효과'....2024년 동일한 효과 기대 엇갈려

양도웅 기자  2023-09-08 07:45:07

편집자주

GS건설은 2023년 4월에 발생한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여파로 어려움을 겪었다. 8월에는 국토교통부가 최장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추진키로 발표하면서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설상가상으로 신용평가사들은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영업정지 처분 추진과 회사채 신용등급 전망 조정은 GS건설의 재무정책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THE CFO는 실적기반, 유동성, 현금흐름, 차입금 관리 등을 토대로 GS건설의 향후 재무 대응 기조를 가늠해본다.
GS건설의 대규모 적자는 꼬박 10년 전 단행한 '빅 배스(Big Bath)'를 떠올리게 만드는 면이 있다. 해묵은 때를 한꺼번에 씻어낸다는 의미의 빅 배스는 회계상으로는 부실 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전액 비용으로 처리한다는 뜻이다. 빅 배스한 시기에 실적은 타격을 입지만 누적된 부실을 모두 비용으로 털어낸 까닭에 추후 큰 실적 반등을 꾀할 수 있다.

2013년 GS건설은 그간 미룬 해외 건설 현장에서 높아진 원가를 일시에 반영하면서 무려 935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영업적자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에 대한 수습 비용을 일시에 반영하면서 2548억원의 영업손실을 나타냈다. 지난 10년간 연간 기준으로 영업손실을 보인 해는 2013년뿐일 정도로 GS건설에 적자는 이례적이다.

◇10년 전처럼 실적 반등 기대할 수 있지만

빅 배스를 단행한 이듬해인 2014년 GS건설은 곧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영업이익 규모는 511억원으로 빅 배스 이전인 2012년(1760억원)과 비교해 크지는 않았지만 현장 원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수준으로 다시 끌어올렸다. 2013년에 1조원 가량의 원가를 일시에 반영한 영향이다. 소위 말하는 '빅 배스 효과'를 봤다.

효과는 지속됐다. 2014년부터 2022년까지 GS건설은 단 한 번도 영업손실을 기록한 적 없다. 또한 빅 배스 이듬해인 2014년 1%였던 영업이익률도 꾸준히 향상돼 2018년부터 지속해서 5%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 수익성이 개선되며 현금창출력도 나아지자 외부 차입에 대한 의존도도 줄었다. 2022년 말 부채비율은 216%로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이다.


그럼 올해 상반기에 곧바로 사고 수습 비용 5524억원을 반영한 결정도 이러한 효과를 불러올까. 아직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확정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고 사고 후에도 수주가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 곧바로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손익 부문에서는 빅 배스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차이는 현금흐름이다. 2013년 빅 배스 때 GS건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1542억원이었다. 그간 미룬 원가 상승분을 빅 배스를 한 해에 실제 현금 지출로 처리했다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추후에 현금 유출을 걱정할 요인이 없었다. 이듬해인 2014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이 +5715억원을 보이면서 빅 배스 효과가 다양하게 나타났다.

반면 올해 상반기 사고 수습 비용인 5524억원은 충당부채로 설정할 수밖에 없는 까닭에 실제 현금 지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추후 현금흐름 둔화가 확정된 셈이다. 건설사는 먼저 돈을 쓰고 공사 진행률에 맞춰 돈을 뒤에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현금 지출을 가장 경계한다. 이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현금흐름 측면에서 빅 배스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보다 2013년 때가 GS건설 분위기가 더 좋지 않았다"며 "1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때와 비교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GS건설이 매년 5000~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연간으로는 영업이익을 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10개월 영업정지'의 예기치 못한 효과(?)

일시에 부실을 비용으로 반영하면서 얻는 빅 배스 효과와는 다르지만 '10개월 영업정지'가 의도치 않게 GS건설에 미청구공사 규모를 줄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미청구공사란 건설사가 발주처에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수채권을 말한다. 건설사와 발주처 간에 공사진행률 등에 대해 이견이 있을 때, 혹은 발주처의 현금흐름이 좋지 못할 때 늘어난다.

올해 상반기 말 GS건설의 도급공사 부문 미청구공사(계약자산)는 1조1878억원이다. 발주처에 요청조차 못한 공사대금이 1조원이 넘는다. 6개월 전인 지난해 말보다 3000억원 이상 줄었지만 언제든지 발주처 상황과 업황에 따라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의 10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그대로 수용하면 이 미청구공사가 더 줄어들 수 있다. 미청구공사 증가의 전제조건인 수주 활동이 정부 제재로 10개월간 중단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제재 대상은 국내 영업으로 한정되지만 GS건설 미청구공사의 상당 부분이 국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공사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줄어드는 셈이다.

(출처=GS건설 2023년 반기보고서, 연결재무제표 주석)

현재 국내의 굵직한 미청구공사 건은 △신반포4지구재건축정비사업(655억원) △대명자이그랜드시티(307억원) 등이다. 다행이라면 두 사업은 완공 시기가 모두 2025년 이후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철산자이더헤리티지(767억원) △브라이튼(475억원) △흑석리버파크자이(446억원) 등의 미청구공사 건은 공사대금을 받았거나 청구까지는 이뤄졌다.

GS건설 관계자는 "10개월 영업정지에 대한 영향을 현재 말하기에는 어렵다"며 "하지만 꼭 미청구공사가 아니더라도 회사 전반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정부와 이해관계자들에게 적극 소명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307억원의 미청구공사가 발생한 대명자이그랜드시티 상상도.

◇10년 전 미흡했던 대외 소통, 이번엔 다를까

2013년 시장에서는 GS건설의 실적을 두고 '어닝 쇼크'라고 평가했다. 시장 관계자들이 어닝 쇼크라는 단어를 쓸 때는 사전에 해당 기업의 실적 급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 때다. 시장 관계자들의 능력 부족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은 기업에서 시장 관계자들에게 사전에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시장에서는 빅 배스의 원인인 아랍에미리트(UAE) 루와이스 정유공장 건설은 착공한 지 4년이 지난 상황이었음에도 GS건설의 손실 발표와 반영이 너무 뒤늦게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더욱이 2013년 연초에 GS건설은 기업설명회에서 시장 관계자들에게 대규모 손실을 1분기 때부터 할 예정이라는 점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올해 5524억원의 비용을 발생시킨 인천 검단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대외 소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예의주시할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국내 신용평가 3사 모두 GS건설의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부정적 검토'로 조정하면서 대응 전략을 주문하고 있다.

앞선 GS건설 관계자는 "현재로선 아무래도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점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