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오랫동안 하락세에 놓여 있던 쌍용씨앤이(쌍용C&E) 주가가 최근 반등하고 있습니다. 쌍용씨앤이 주가는 2021년 초만 하더라도 주당 7000원에 근접했었는데요.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기록하더니 올 7월 경에는 4700원대까지 약 35% 떨어졌습니다.
7월 이후로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쌍용씨앤이 주가는 지난 28일 종가 기준으로 5550원을 기록했는데요. 최저점인 4740원을 기록했던 지난달 6일과 비교하면 약 14.5% 올랐습니다.
기업가치 제고, 자사주 매입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특히 올해 들어 주주환원 정책에 변화를 줬는데요. 올해 총 400억원 상당의 자사주를 취득했죠. 하반기와 내년 초에 추가로 400억원을 사들일 것으로 보입니다.
주가가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TSR)도 회복 중입니다. TSR은 주주들이 1년간 회사 주식을 보유했을 때 기대수익률을 측정해보는 지표죠.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이익에 배당수익을 함께 고려하는데요. 작년 쌍용씨앤이의 TSR은 -19%였습니다. 최근 주가를 고려하면 양(+)의 값으로 전환된 것으로 보입니다.
◇Industry & Event
주가 부양을 위한 다양한 조치가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종속회사인 쌍용레미콘 매각을 가장 큰 이벤트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쌍용씨앤이는 지난달 28일 쌍용레미콘 보유 지분 100% 가운데 76.9%와 관련 토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분 가치는 약 1806억원, 토지 가격은 약 2050억원으로 알려졌는데요. 토지 매수자는 정선골재그룹의 장원레미콘이죠. 쌍용레미콘 지분 매수자도 정선그룹 내 계열사들로 파악됩니다. 다음달 28일을 기일로 거래가 종료될 예정입니다.
잔여 지분에 대한 풋옵션 조항도 체결했습니다. 거래종결일로부터 1~3년 이내 쌍용씨앤이가 보유한 잔여지분 23.1%에 대해 정선그룹 내 매수자에게 풋옵션 행사가 가능합니다. 행사가액은 544억원입니다. 풋옵션을 고려하면 약 44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죠.
향후 레미콘 사업이 연결 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매출액은 다소 감소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레미콘 사업의 영업이익 기여도가 약 10%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이익 창출력이 크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신용평가사들의 의견입니다.
◇Market View
이번 쌍용레미콘 매각은 오히려 그동안 쌍용씨앤이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되던 재무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기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쌍용씨앤이는 CAPEX와 배당금 관련 비용,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그동안 운전자금 부담이 커져왔습니다.
실제로 2020년까지 연결기준으로 약 8000억원이었던 순차입금은 올 1분기말 기준으로 1조7000억원까지 대폭 증가했습니다. 현재 쌍용레미콘이 추진 중인 1800억원 상당의 영월 폐기물 매립장 건설사업도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이죠.
최대주주인 한앤컴퍼니에게 매년 지급하는 2000억원 상당의 배당금 역시 부담입니다. 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쌍용씨앤이는 한앤컴퍼니와 논의 끝에 기존 배당금 중 일부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활용하기로 결정했죠.
시멘트를 비롯한 주요 제품의 판매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올 1분기 소폭의 적자를 기록한 상황입니다. 전기요금을 포함한 원가부담, 비수기 보수비 증가 등 악재가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쌍용레미콘 매각으로 활로를 찾는 모습입니다.
◇Keyman & Comments
쌍용레미콘 매각은 쌍용씨앤이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앤컴퍼니의 한앤코시멘트홀딩스는 2016년 1조4000억원에 쌍용C&E 전신인 쌍용양회를 인수했죠. 현재 지분 77.7%를 보유 중입니다.
시장에서는 현재 쌍용씨앤이 이사로 등재돼 있는 한앤컴퍼니 조성관 부사장의 결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1982년생인 조 부사장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하버드 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마쳤습니다.
금융당국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2018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쌍용씨앤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선임됐습니다. 2020년과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주주총회를 통해 재선임됐는데요. 이에 따라 오는 2026년 3월까지 이사직을 수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 부사장은 쌍용씨앤이 이사로 취임한 이후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번 매각 딜 역시 조 부사장이 쌍용씨앤이 임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더벨은 이러한 한앤컴퍼니의 쌍용씨앤이 경영 전략 등을 키맨들에게 직접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한앤컴퍼니의 경우 윤여을 회장과 한상원 대표 외에 다른 임원진에 대한 정보는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 부사장에 대한 정보 역시 공시 상에 나와있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시장에서는 최근 실적 악화가 지속되고 있던 쌍용씨앤이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쌍용레미콘의 매각 시기 등을 고려했을 때 성공적인 딜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 시장 관계자는 "이번 쌍용레미콘 매각으로 쌍용씨앤이는 그동안 지적 받아왔던 재무 안정성을 제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며 "대규모 현금을 확보와 더불어 최근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쓰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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