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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

최근 10년간 최저점으로 떨어진 '한섬'

소극적 IR 정책 변화 필요성...'4년차 CFO' 윤인수 본부장 대응 주목

양도웅 기자  2023-08-25 08:01:08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의류업체인 한섬의 주가가 멈출 줄 모르고 떨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5만원에 육박하며 정점을 찍은 뒤 2년 넘게 우하향해 현재 1만8000원대로 주저 앉았습니다.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주가가 이렇게까지 떨어졌지만 한섬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올해 2분기 실적발표에서도, 반기보고서에서도 달라진 주가 부양책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주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죠. 많은 주주가 회사 IR(투자자 소통)팀에 항의성 전화도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사실 한섬의 IR 정책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기 딱 좋습니다. 1996년 상장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공개 컨퍼런스콜 형식의 기업설명회를 열지 않고, 2020년부터 실적발표 자료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 분량은 3쪽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투자자들이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죠. 그러니 주주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한섬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을 겁니다. IR은 소극적이지만 사업도, 배당도 열심히 해오고 있고 성과도 있기 때문이죠.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모두 증가했습니다. 주당배당금도 450원, 600원, 750원으로 계속해서 늘렸습니다.

◇Industry & Event

실적 향상과 배당 확대에도 한섬 주가가 지속해서 떨어지는 이유는 올들어 내수 소비 방향이 해외여행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여유 시간이 생겨 돈을 쓸 수 있을 때 전보다 옷을 사기보다는 항공권과 호텔 숙박 등에 돈을 쓴다는 이야기입니다. 단적으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올해 역대 최대 상반기 실적을 경신하고 있죠.

시장 관계자는 "올해 해외여행 등 큰 지출을 동반하는 다른 소비가 늘고 지난 2년간 패션업계 고성장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옷 구매가 크게 늘었는데, 오히려 이 점을 정상 상태라고 보고 주식을 던지는 이들도 있다는 분석이죠.


어쨌든 한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약 30%(265억원) 감소했습니다. 1분기와 2분기로 나눠보면 2분기 영업이익 감소율이 더 큽니다. 무려 79%(216억원)에 달합니다. 내수 소비 회복이 언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죠.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부터 23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6거래일 연속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던진 주식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이 안았습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보다 개인 투자자들이 단기 투자 성향이 큽니다. 안정적인 주가 흐름을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Market View

시장 전망은 어떨까요. 앞서 가볍게 언급하기는 했지만 한섬 실적을 좌우하는 건, 그리고 주가를 좌우하는 것도 내수 소비입니다.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올해 4분기에는 내수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때쯤이면 해외여행을 포함한 타 영역에 대한 소비가 충분히 이뤄져 다시 의류 소비로 이동할 것이란 전망이죠.

그렇다 해도 올해 실적이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의견도 공통적입니다. 시장 컨센서스는 올해 매출액 1조5556억원, 영업이익 1344억원입니다. 전년대비 매출은 0.9% 증가, 영업이익은 25%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죠.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기도 합니다. 영업이익률이 올해 8.6%로 최근 3년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증권사들은 연이어 한섬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지난 7일 한섬이 잠정실적을 발표한 뒤 리포트를 낸 증권사 7곳은 모두 목표주가를 낮췄습니다. 가장 많이 낮춘 곳은 삼성증권과 NH투자증권으로 앞서 3만5000원으로 제시했던 목표주가를 최근 2만7000원으로 조정했습니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내국인 출국자 수는 전년동기 대비 636% 증가했으나 이는 2019년 동기의 약 66% 수준에 불과하다"며 "이에 하반기에도 가계소비가 의류보다는 여행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3분기 매출 성장 가능성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돼 연간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으로 지금이 저점이기 때문에 매수 타이밍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재 한섬의 주가수익비율(PER)은 3.23배입니다. 낮을수록 저평가된 종목으로 판단하죠. 주가와 함께 PER도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한 증권사들은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바꾸지 않았습니다.


◇Keyman & Comments

결국 공은 한섬에 있습니다. 특히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하는 경영지원본부장인 윤인수 상무에 시선이 모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 경영지원본부는 재무와 회계, IR, 인사 등 전략과 사업개발 등을 제외한 백오피스 전반을 아우르는 조직입니다. 한섬은 2012년 현대홈쇼핑에 인수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에 편입됐습니다.

1970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 상무는 2020년 현대백화점에서 한섬으로 이동했습니다. 직전까지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인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에서 경영관리담당으로 일했습니다. CFO는 재무 부문에서 성장한 그룹과 기획 부문에서 성장한 그룹으로 나뉘는데, 윤 상무는 후자입니다.

윤 상무는 현재 현대백화점 대표이사인 장호진 사장과 함께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현대백화점 기획조정본부 경영관리담당으로 일할 때 기획조정본부장이 장 사장이었습니다. 둘은 서울대 경영학과 선후배이기도 합니다. 장 사장이 윤 상무보다 10살 연상입니다.

(출처=THE CFO)

윤 상무가 한섬으로 이동한 2020년 이후 회사는 홈페이지에 경영실적 자료를 게재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기업가치 향상 전략이나 주주환원책 등 투자자를 유인할 만한 발표는 하지 않았습니다. 소극적인 IR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하락과 관련해 IR부서에 문의해도 구체적인 답을 하지 않는다"며 "주가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라고 지적했습니다.

물론 한섬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일시적 업황 악화에 따른 실적 감소에 투자자들이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앞서 언급했듯이 지난 3년간 이익은 꾸준히 늘었고 배당도 지속해서 확대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억울함도, 펀더멘털은 변하지 않았다는 점도 알려야 주가 하락세를 멈출 가능성이 생깁니다.

한섬은 IR팀 직통 전화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대표번호만 툭 적어놓은 기업들과 다릅니다. 다만 어떻게 된 일인지 24일 오후 내내 연결을 시도했지만 묵묵부답입니다. IR 정책을 적극적으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지, 주가 하락세를 막을 해법은 무엇인지 투자자들은 무척 궁금해 하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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