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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극재 옥석가리기

해볼 만한 경쟁, 음극재를 주목하라

①상대적으로 블루오션...에너지 밀도 높은 실리콘 음극재에도 높은 관심

이호준 기자  2023-08-02 16:43:16

편집자주

"나만 없어 이차전지"라며 시장 한구석에서 남몰래 한탄하던 기업들이 황급히 움직이고 있다. 그 행선지는 분리막 너머의 '음극재'.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팎으로 크진 않지만 배터리 4대 소재 중 하나라 수요가 탄탄하다. 블루오션이기도 해서 꿈틀거리며 진출할 기회를 엿보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어쩌면 간절한 변신을 꿈꾸는 많은 회사들의 이야기, 언젠가 '진짜'와 '가짜'로 판가름 날 검증의 현장이다. 승기는 누가 잡을 수 있을까. 시장의 사정과 주요 플레이어들을 더벨이 집중 조명해 본다.
이차전지 소재가 사람을 홀린다는 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열풍'이라는 말에 기업들은 사업 목적을 추가하고 시장은 주식을 사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재와 분리막, 전해액까지 번갈아 주인공으로 나서봤지만 실망감을 안겨 준 예외는 없었다.

또 다른 '핵심' 음극재는 부담만 커졌다. 배터리 4대 구성품이라는 위상과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냉소 그 어디쯤에서 음극재 시장은 아직 상대적인 블루오션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보자면 탄탄한 수요와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의 자격을 확실히 확보하고 싶은 기업들에겐 아직 치고 나갈 기회가 남아있다는 뜻이다.

◇석화업체들의 시선, 비교적 조용했던 음극재로

'SKC,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이른바 석유화학 계열 업체들이 음극재 아래에서 다시 만났다. 포스코퓨처엠 이후 새롭게 음극재 시장에서 보이는 이름들이다.

음극재는 양극재·분리막·전해액과 함께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의 수명과 에너지 밀도, 충전 속도 등을 좌우하며 배터리 원가의 10% 안팎을 차지한다.

앞서 양극재·분리막·전해액 등은 시장에서 '필승(必勝) 카드'로 자리해 왔다. 양극재는 연초 대비 956% 주가가 오른 에코프로를 필두로 기존 업체들이 한 번도 패하지 않은 소재다. 분리막과 전해액도 각각 91%, 25% 오른 SKIET, 엔켐의 표정이 연초에 비해 밝다.

하지만 음극재는 비교적 조용했다. 사실상 포스코퓨처엠만 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010년 9월 LS엠트론의 음극재 사업부(카보닉스)를 인수한 포스코퓨처엠은 현재 천연흑연 7만4000톤(t), 인조흑연 8000t의 생산능력을 자랑한다.

음극재 이미지

다만 올해처럼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 사업에 음극재 사업이 가려진 해도 없다. 최근 에코프로를 뛰어넘는 포스코퓨처엠의 중장기 양극재 목표 캐파는 고평가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주가가 상승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7개월 새 153% 오른 주가가 상반기 전체 매출의 6%에 불과한 음극재 때문이라고 보기도 힘든 상황이다.

◇중국산 음극재, 기술력에서 한계...신흥 업체들은 실리콘 음극재 '집중'

물론 시장도 할 말은 있다. "배터리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은데 음극재 원료인 흑연 광산은 중국에 많아 상황이 좋지 않다"는 논리다. 자주 통용되는 음극재 '회의론'이다.

그러나 음극재 시장의 전망만 놓고 보면 이 상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2022년 기준 SNE리서치에 따르면 배터리용 음극재 시장 내 중국산 비중이 약 84%로 압도적인 건 맞다. 다만 대부분이 낮은 용량을 가진 흑연으로 만들어진 음극재라 고용량, 고출력 배터리에 쓰이기엔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실리콘을 조금만 섞어 본다고 가정하면 전망도 달라진다. 흑연과 실리콘의 혼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보다 에너지 밀도가 10배 정도 높아 고부가제품으로 꼽힌다. 현재 시장에서 5% 정도 거래되는 것이 2030년엔 25%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성만 강원대 배터리융합공학과 명예교수는 "성능적인 면에서까지 중국 업체들이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라며 "자본력을 갖추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선 중국을 뺀 나머지 흑연 음극재, 더 들어가면 실리콘 음극재라는 차세대 제품에서까지도 승산이 있겠다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최근 음극재에 다시 기대를 거는 기업들이 많다. 기존 플레이어인 포스코퓨처엠은 최근 '이차전지 소재 사업 밸류데이'에서 2030년 5조2000억원이란 음극재 사업 목표 매출을 공개했다. 지난해 7월 포스코홀딩스가 설립한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은 포항에서 이 시기 약 3만5000t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생산을 공언하기도 했다.

새롭게 진입 중인 곳들은 주로 이차전지 소재 제조에 높은 이해도와 기술적 연계성을 지닌 석유화학 업체들이다. 행선지는 흑연계 음극재보다는 실리콘 음극재라는 방향타에 곧바로 올라타고 있다. 이러한 중심에는 SKC, LG화학,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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