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자체 현금 창출력을 웃도는 투자계획을 세워뒀다. 2021년부터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면서 차입금을 늘려 재무 부담은 가중된 상태다. 그런데도 이마트가 투자를 망설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마트가 믿는 구석은 '자산유동화'다. 2019년부터 유휴 자산 매각, 점포 유동화 등으로 매년 연결 기준(이하 동일) 1조원 안팎의 현금을 유입시키고 있다. 중단기적으로 연간 1조원 내외의 자산 매각을 추진 중이다.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도 차입금의존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비결이다.
이마트가 본격적으로 자산유동화에 시동을 건 때는 2019년이다. 재무건정성을 제고하고, 투자 재원을 확보할 목적으로 점포 유동화를 추진했다. 그해 이마트 동인천점을 포함한 13개 점포를 처분해 9525억원을 확보했다. 이마트가 유형자산·투자부동산을 처분해 손에 쥔 현금은 총 1조875억원이었다.
2020년에도 자산유동화로 9326억원을 만들었다. 이마트가 마곡동 소재 토지·건물을 마곡CP4FV에 처분해 8158억원을 확보했다. 그해 이마트의 잉여현금흐름(FCF)은 7727억원이었다. FCF로 관계기업 취득·사업결합 등 지분 투자금(4050억원)을 소화할 수 있었다. 여기에 자산유동화로 보유 현금이 늘어난 덕분에 차입금을 4379억원가량 상환했다.
2021년은 이마트가 대규모 투자금을 집행한 해다. 지마켓코리아 지분 80%(3조5591억원), SCK컴퍼니(옛 스타벅스코리아) 지분 17.5%(4860억원), 더블유컨셉코리아(온라인 패션 플랫폼) 지분 100%(2616억원), 에스케이와이번스 지분 100%(1000억원) 인수 등에 약 4조원을 썼다.
이마트는 외부 차입과 자산유동화 대금으로 투자금을 충당했다. 2021년 FCF는 마이너스(-)921억원으로 투자 소요에 대응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해 차입금을 3조3017억원 늘렸다. 이마트 가양점 매각(6820억원) 등 자산유동화로는 1조1139억원이 들어왔다. 자산유동화 덕에 차입금 증가 폭을 줄일 수 있었다.
이마트는 M&A 이후 EBITDA(지난해 1조6964억원) 규모가 커졌다. 하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지난해 7457억원)은 당장 수익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CAPEX(9752억원)는 전년 대비 늘었지만, 영업현금 창출력은 떨어져 FCF는 5646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해에도 지분 투자를 지속했다. 미국 와이너리인 쉐이퍼 빈야드 인수 등에 4315억원을 집행했다. 2021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차입금을 증액(5704억원)했다. 그해 자산유동화로 유입된 9684억원이 유동성을 뒷받침했다. 이마트가 2021년 11월 미래에셋 컨소시엄에 매각한 성수동 본사 부지(1조2200억원) 잔금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마트는 FCF가 적자인 때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고도 1조원대 유동성을 유지했다. 2020년부터 연말 현금성 자산은 1조원을 웃돈다. 차입 실행과 자산유동화를 병행해 기존 유동성을 소진하지 않고 투자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올해도 자산유동화 기조는 동일하다. 이마트 중동점, 명일점을 매각해 약 6000억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그동안 재무적 융통성을 활용한 유동성 창출에 집중하면서 재무안정성은 저하됐다. 투자 과정에서 차입금이 늘어 차입금의존도는 2021년부터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하향 변동 요인(30% 이상)을 충족한 상태다. 당장 신평사들이 신용도를 떨어뜨지는 않았다.
가중된 차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선 투자 성과를 현금 창출력으로 입증해야 한다. 이마트는 올 1분기에도 차입 규모를 늘렸다. 지난 1분기 차입금은 2993억원 순증했다. 리스부채를 포함한 분기 말 총차입금은 11조2731억원이다. 총차입금의존도는 34.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