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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디스카운트 진단

잘 나가는 자회사 둔 ㈜LG의 고민

②그룹 시총 합계 삼성에 이어 2위…㈜LG 주가는 제자리걸음

조은아 기자  2023-07-14 14:28:16

편집자주

IMF 외환위기 이후 투명 경영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바탕으로 기업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많은 장점 이면에 존재하는 잠재 위험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주사는 만년 저평가주로 통한다. 태생적 한계와 국내 지주사 체제의 특수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더벨이 주요 지주사 주가의 흐름을 짚어봤다.
'산업융합복합시대에는 ㈜LG에 투자하세요' 2010년 8월 나온 어느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이다. 이말을 들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답은 간단명료하다. 당시와 지금 ㈜LG 주가는 모두 8만원대다.

리포트가 틀렸을까. 리포트는 LG그룹이 다양한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향후 큰폭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진단은 맞았다.

문제는 주가다. LG전자, LG화학 등 LG그룹을 대표하는 기업의 주가가 고공행진하는 동안 ㈜LG 주가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지주사 디스카운트의 전형을 보여준다.

◇5년 사이 2배 가까이 오른 LG화학·LG전자…㈜LG는?

LG그룹은 코로나19 확산과 공급망 불안 같은 악재에도 4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여줬다.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쏟아붓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지금의 LG그룹으로 탈바꿈했다.

LG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 합계는 삼성그룹에 이어 2위다. 시총 순위 10위 안에 2곳이나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 LG에너지솔루션 126조원, 7위 LG화학 48조원이다. 시야를 넓히면 LG전자도 있다. 20조원으로 16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그룹 시총 합계는 5년 전인 2018년 7월 기준 88조원대에서 (LX그룹 제외)에서 현재 260조원대로 3배나 증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영향이 가장 크지만 다른 계열사 역시 만만치 않았다. LG전자 주가는 7만원대에서 12만원대, LG화학 주가는 30만원대에서 60만원대로 뛰었다. 전장과 전기차배터리 쪽으로 빠르게 시선을 돌린 결과다.

반면 ㈜LG 주가는 5년 전 7만원대에서 현재 8만원대로 올라가는 데 그쳤다. 상승률이 20%대로 낮다고 보긴 힘들지만 LG전자나 LG화학과 비교하면 초라해진다. 시총은 13조4000억원으로 현재 2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비교 대상의 범위를 넓히면 지주사 주가의 장점 역시 보여준다. 크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다. LG그룹엔 LG전자나 LG화학처럼 주가가 오른 곳만 있지는 않다. LG생활건강이나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업황의 영향을 받아 주가가 5년 사이 각각 60%, 30%씩 하락했는데 ㈜LG 주가는 크고 작은 등락은 있어도 급락은 없었다.

안정적 수익구조에서 배경을 찾을 수 있다. 사실 실적만 놓고 보면 ㈜LG는 매우 꾸준하고 안정적으로 실적을 내고 있다. 영업수익(매출)의 절대적 규모 역시 작지 않다. ㈜LG의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수익은 1조675억원에 이르렀다.

대부분이 배당 수익인데 전자, 화학, 통신, 생활용품과 화장품 등 다양한 업종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는 덕에 어느 한 곳이 흔들려도 전체 수익은 방어되는 구조다. 그러나 안전성 자체는 투자자들에겐 그리 매력적이지 못했다.

자회사 성장의 과실을 지주사가 누리기엔 자회사들의 존재감이 워낙 컸다. 핵심 자회사들이 지주사 출범 전부터 상장해 오랜 기간 시장에서 검증도 마쳤다. LG전자는 2002년, LG화학은 2001년 각각 상장했다. LG화학은 일찌감치 화학업종 대장주로 자리잡았다. 생활용품과 화장품을 만드는 LG생활건강 역시 2001년 상장했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한때 황제주에 오르며 주가가 180만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적극적 주주환원 시사에 외부 변수까지…움직이는 ㈜LG 주가

주식시장에서 ㈜LG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또 있다. 주가에 영향을 줄 만한 오너 일가의 움직임 자체가 거의 없었다. 오너 리스크로 불릴 만한 사건도 없었지만 오너 일가가 주가에 관심을 쏟지도 않았다. 주식을 매입한 적이 있긴 하지만 적극적이진 않았다. 가족이 판 걸 가족이 되사거나 혹은 가족과 함께 매입하면서 오너 일가의 합산 지분율을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는 차원에 그쳤다.

이는 LG그룹이나 GS그룹처럼 오너 일가 여럿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곳에서 보통 볼 수 있는 양상이다. 지분을 매입할 때 친인척의 협의가 먼저 이뤄지기 때문에 주가 부양이나 책임 경영을 위해 주식을 매입하기가 그리 쉽지 않은 구조라는 의미다. 실제 LG그룹 오너 일가는 40%대의 지분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LG 주가도 서서히 우상향하고 있다. 그룹 차원의 적극적 주주환원 정책이 뒷받침됐다. 지난해엔 무려 17년 만에 자사주 매입이 이뤄졌다. 주가 부양 차원의 자사주 매입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당시 ㈜LG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존 정책에서 '배당금 수익을 한도로'라는 문구도 없앴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물론 배당정책 수정 역시 LG그룹의 그간 행보로 볼 땐 파격으로 통했다.

시장의 반응도 즉각적이었다. 하루 만에 주가는 9.6% 상승했다. 보통 자사주 매입과 배당 확대에도 주가가 꼼짝도 하지 않는 기업이 많다는 점을 볼 때 이례적이다. 발표 자체가 주가를 끌어올렸다기보다는 그간 주가에 다소 무심했던 기조에서 변화가 예고됐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반영됐던 것으로 해석됐다.

현재 ㈜LG 시총 순위는 포스코홀딩스를 제외하면 지주사들 가운데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올들어 주가를 끌어올린 가장 큰 원인이 경영이나 투자, 주주환원 정책이 아닌 외부 변수에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LG그룹은 3월 상속 분쟁에 휘말렸다. 비슷한 시기 영국계 투자회사 실체스터인터내셔널인베스터즈가 ㈜LG 주식 789만6588주(5.02%)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을 공시하면서 하루 사이 주가가 9% 급등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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