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Peer Match Up삼성카드 vs 현대카드

코스트코부터 아멕스까지…독점 계약 경쟁의 역사

⑦삼성 주요 파트너사, 현대로 이동…애플페이 도입은 삼성전자에 영향

이기욱 기자  2023-06-28 07:10:2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타 업종과 계약 관계에서도 서로 얽혀 있다. 코스트코(COSTCO)와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이하 아멕스·AMEX) 카드 등 국내 카드업계의 상징적인 독점 계약들이 모두 두 카드사를 거쳤다.

선발 주자 삼성카드가 발 빠르게 다져놓은 장기 독점 체제를 현대카드가 하나씩 무너뜨리는 모습이다. 현대카드는 최근 PLCC(상업자 전용 신용카드) 계약과 애플페이 도입 등을 통해 카드업계 독점 서비스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스트코 계약, 2010년부터 경쟁 구도 치열…삼성, 두 차례 사수

카드업계 독점 계약 경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곳은 '코스트코'다. 코스트코 특유의 '1국가 1카드' 원칙으로 인해 재계약 시기만 되면 자연스럽게 치열한 입찰 경쟁이 펼쳐진다. 약 200만명에 달하는 코스트코 회원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유일이라는 타이틀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에 각 사간 자존심 싸움의 성격도 있다. 삼성카드, 현대카드뿐만 아니라 다른 카드사들 역시 호시탐탐 독점 계약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삼성카드는 코스트코 독점 계약을 가장 오랜 기간 유지한 회사다. 코스트코가 처음 국내에 진출한 지난 2000년 독점 계약을 맺은 이후 2003년과 2005년 계약을 연장했다. 당시에는 국내 카드사들이 아직 카드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시기였고 코스트코 계약을 추진할 여력이 없었다.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비교적 수월하게 두 차례 계약을 연장했다. 2003년에는 LG카드만이 경쟁입찰에 참여했고 2005년에는 별도 입찰 없이 삼성카드가 계약을 따냈다. 2005년에는 5년 장기 계약에 성공하며 2010년까지 안정적으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됐다.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카드사간 경쟁이 시작됐다. 코스트코는 당시 전국 매장 수를 7개로 늘리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었고 보다 낮은 수수료율 등 보다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기 위해 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2009년 기준 코스트코는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매출액을 기록했다. 대어를 잡기 위해 삼성카드는 물론 현대카드, 신한카드, 비씨카드 등이 입찰에 참여했다. 일부 카드사는 수수료율 결정권을 코스트코에 위임할 정도로 공격적인 입찰에 나섰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기존 고객의 편의성, 현 파트너십 프리미엄 등을 고려해 삼성카드와 5년 계약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코스트코 리워드 현대카드

2015년에도 치열한 경쟁 구도가 이어졌다. 2012년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체계가 개편된 이후 처음 진행된 코스트코 가맹점 계약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신한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 등이 삼성카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계에서는 가맹점 수수료율 체계 개편으로 삼성카드가 일정 수준 이하의 수수료율을 제시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했고 계약 교체의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카드사간 수수료율 경쟁이 어려워지자 오히려 삼성카드의 기존 인프라가 보다 경쟁력을 갖게 됐다. 결국 삼성카드가 4년 더 계약을 연장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카드의 장기 독점 체제는 2019년 깨졌다. 2018년에도 삼성카드, 신한카드, 현대카드, 씨티카드 4개사가 입찰에 참여했고 코스트코는 이중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코스트코 계약 유치를 위해 직접 진두지휘했으며 단순 수수료율 경쟁을 뛰어넘는 장기계약, 마케팅지원 등의 파격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트코 이탈, 이마트 트레이더스 제휴로 방어…아멕스 센츄리온도 뺏겨

현대카드는 2019년 2월 코스트코 제휴 카드를 선보이며 고객 맞이 준비를 마쳤고 5월 새롭게 코스트코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대카드와 코스트코의 계약 기간은 총 10년으로 기존 계약보다 두 배 가량 길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제휴카드를 통해 초기 고객 유치에 힘을 쏟았다. 포인트 적립 면에서는 현대카드가 삼성카드보다 2~4배 정도 높은 혜택을 제공했으며 연간 적립 한도도 코스트코 결제에 한해 연간 50만포인트까지 확대했다. 삼성카드의 연 12만포인트와 큰 차이가 있다.

삼성카드도 발 빠르게 후속 대응에 나섰다. 코스트코와의 제휴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3종 제휴카드의 적립처와 사용처를 확대 변경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3대 할인점에서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도록 했다.

또 2019년 새롭게 출범한 국내 창고형 할인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손을 잡고 반격에 나섰다. 곧장 단독 제휴를 이끌어내 '트레이더스 신세계 삼성카드' 등을 출시했고 기존 코스트코 카드를 교체 없이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카드의 대응 전략은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2018년 122조9878억원이었던 신용카드 이용액이 2019년 121조4525억원으로 1.25% 줄어들기는 했지만 2020년 123조8721억원을 기록하며 곧장 반등에 성공했다. 회원 수도 2019년말 1132만명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현대카드 역시 코스트코 효과를 누렸다. 신용카드 이용액이 2018년 98조321억원에서 2019년 105조7115억원으로 7.8% 증가했고 2020년에는 6.5% 증가한 112조5799억원을 기록했다. 회원 수도 2018년말 761만명에서 2019년말 854만명, 2020년말 915만명으로 지속 증가했다.

현대카드는 최근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 계약까지 따내며 삼성카드의 자존심에 또 한 차례 상처를 입혔다. '프리미엄 카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아멕스 센츄리온 카드는 삼성카드가 2008년부터 2021년말까지 삼성카드가 단독 발행해오던 상품이다.

지난 2021년 11월 현대카드가 계약을 체결하며 독점 체제가 깨졌고 올해 4월 삼성카드와의 계약이 종료되면서 현대카드 독점 체제로 전환됐다. 삼성카드는 지난 2002년 '삼성-아멕스 블루박스카드'를 출시하며 오랜 기간 아멕스와의 제휴 관계를 이어왔지만 현대카드에 주요 파트너사를 넘겨주게 됐다.

현대카드가 올해 3월 도입한 애플페이 역시 사실상 독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현대카드뿐만 아니라 타 카드사에게도 애플페이 도입의 가능성이 열려 있지만 애플과의 협상 기간 등을 고려하면 독점 체제가 한 동안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페이 도입은 삼성카드와 한 식구인 삼성전자의 모바일 시장 경쟁력과도 연결돼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페이 도입에 대응해 삼성페이 수수료 부과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