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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삼성카드 vs 현대카드

외자 유치 vs 그룹 지배…지분에서 갈린 경영 독립성

③삼성, 감자·상장에도 그룹 지배력 확고…현대, 경영체제 분리

이기욱 기자  2023-06-16 09:41:18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삼성카드와 현대카드는 지분 구조 변화에서도 정 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그룹 자본으로 카드사를 인수하면서 출범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후 지분 변동 양상에서는 차이점이 분명하다.

삼성카드는 카드사태 위기 등을 겪으면서도 그룹 내에서만 자금 수혈을 받았고 삼성그룹 지배력을 꾸준히 유지해왔다. 반면 현대카드는 2000년대 중반부터 해외 자본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다. 낮아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분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경영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다.

◇삼성전자, 장기간 최대 주주 위치 유지…현재는 생명이 71.86% 보유

삼성카드는 삼성그룹이 1988년 당시 코카(KOCA)카드(옛 세종신용카드)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삼성은 2008년 4월 인수 당시 2억원이었던 자본금을 4번의 증자를 통해 1년만에 100억원까지 늘렸다. 이후에도 2000년대 초반까지 14번의 증자를 추가로 단행하며 자본을 꾸준히 확충했고 2002년말 기준 자본금 규모는 2287억원까지 늘어났다.

1999년 12월 이뤄진 120억원 규모의 우리사주배정 외에는 모두 주주배정 방식이었다. 지분의 대부분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 2002년말 기준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삼성전자(56.59%)다. 삼성전기(22.31%), 삼성물산(9.44%)이 그 뒤를 이었다.

지분 구조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2003년부터다. 카드사태로 인해 부실 위기에 놓인 삼성카드를 살리기 위해 삼성그룹은 단기간에 대규모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투입했다. 우선 2003년 5월 2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이뤄졌으며 2004년 2월에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삼성캐피탈과의 합병도 진행됐다.

합병 이후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61%로 높아졌으며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의 지분율은 16.3%, 10.9%로 변화했다. 2004년 4월에는 그룹 차원에서 1조5000억원 규모의 증자가 추가로 단행됐고 삼성생명이 새로운 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46.04%)와 삼성생명(34.45%)이 대부분의 지분을 나눠가졌고 삼성전기와 삼성물산의 지분율은 각각 4.69%, 3.12% 수준으로 낮아졌다.

2005년 3월에도 증자가 이어졌다. 약 1조17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됐다. 수 차례 증자로 인해 2002년말 4574만383주였던 삼성카드의 주식 총수는 2005년말 4억9643만7769주로 늘어났고 자본금도 2287억원에서 2조4822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카드는 2006년 11월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기업공개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5분의 1 무상감자를 실시하게 된다. 전환사채 주식전환 등을 통해 4억9644만3468주까지 늘어났던 주식 수는 9928만8795주로 줄어들었고 자본금 규모도 4964억원으로 감소했다. 지분구조는 이전과 동일하게 삼성전자(46.85%), 삼성생명(35.06%), 삼성전기(4.77%), 삼성물산(3.18%) 순으로 유지됐다.

이듬해인 2007년 6월 삼성카드는 예정대로 업계 최초 상장에 성공했다. 일반공모를 통해 600만주를 주당 4만8000원에 발행했다. 전환사채 주식전환 등을 포함해 9%대에 머물렀던 소액주주 지분율은 25.69%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각각 36.87%, 27.59%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삼성그룹의 지배력은 공고히 유지됐다.


2012년에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자사주 소각이 이뤄졌다. 당시 삼성카드는 개정된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에버랜드 주식 20.64%를 KCC와 에버랜드에 매각했고 약 9500억원의 대금을 받았다. 삼성카드는 이중 3000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고 710만주 전량을 소각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각각 37.45%, 28.02%로 높아졌다.

2013년에는 삼성생명이 삼성물산(3.81%)과 삼성전기(2.54%), 삼성중공업(0.03%)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전액 매입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기는 투자금 확보를 위해 해당 주식을 매각했고 삼성생명은 단순 투자목적으로 이를 매입했다.

오랜 기간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두 회사로 양분됐던 삼성카드의 지분 구조는 2016년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정리됐다. 삼성그룹은 전자와 금융을 분리하기 위한 작업에 나섰고 삼성전자의 삼성카드 지분 전량을 삼성생명에 넘겼다.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71.86%로 높아졌다. 삼성생명의 지분율은 현재까지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GE캐피탈부터 어피너티·푸본까지…현대커머셜 지분 증가세

현대카드는 2001년 현대자동차그룹의 다이너스클럽 코리아 인수를 통해 출범했다.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카드사태 당시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대규모 자본 지원을 받았다. 현대차는 2003년 3월 현대캐피탈과 함께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6월 기아자동차(현 기아)와 INI스틸(현 현대제철)과 함께 31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추가로 실시했다.

같은 해 현대카드는 옛 다이너스클럽 코리아의 구조조정을 위해 설립된 대주주 '퍼스트 씨알비'와 합병을 진행했다. 합병과정에서 취득한 자사주는 모두 소각했다. 유상증자, 합병 등을 거친 현대카드의 지분구조는 현대자동차(56.9%), 기아자동차(20.7%), 캠코(12.6%), INI스틸(9.8%)로 변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성카드와 마찬가지로 그룹의 지배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는 다른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2005년 당시 미국의 General Electronic(GE)은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금융시장으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었다. 현대차 역시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의 리스크 해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둘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졌고 그 결과 현대카드는 글로벌 합작사로 새로 태어나게 됐다.

현대차는 감자와 유상증자 등을 거친 후 2005년 현대카드의 지분 약 43%를 GE캐피탈에 매각했다. GE캐피탈은 후순위채 매입, 유상증자 등에 참여하며 약 6800억원을 투입했다. 현대카드의 최대주주 자리는 현대차그룹(51.14%)으로 유지됐지만 2대 주주 GE캐피탈(42.46%)의 존재 때문에 이전과 같은 지배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워졌다.

GE와의 글로벌 합작관계는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유지됐다. 2009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5.44%를 현대커머셜이 인수한 것 외에는 큰 지분 변동이 없었다.

12년째가 되던 2016년이 돼서야 합작 관계가 종료됐다. GE는 2014년부터 고부가가치 사업 집중 차원에서 금융업 철수를 진행했고 현대카드의 지분 43%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매입 대상자는 외국계 자본인 홍콩계 사모펀드 어피너티(Affinity Equity Partners) 컨소시엄이었다.

2017년 2월 어피너티가 9.99%, 싱가포르투자청이 9%, 칼라일그룹의 알프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가 5%씩 현대카드의 지분을 매입했다. 남는 지분 19%는 현대커머셜이 인수했다. 현대커머셜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과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 부부의 지분이 37.5%로 높은 회사다. 현재 현대자동차(37.5%)와 지분율이 같지만, 정태영 부부의 영향력이 가장 높은 계열사로 평가된다.

어피너티 컨소시엄은 약 5년만에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애초에 계획했던 IPO를 통한 엑시트는 아니지만 현대커머셜과 대만 푸본그룹에 각각 4%, 19.98%씩 지분을 넘겼다. 7월에는 현대커머셜이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1.1%를 공개 매수했으며 10월에는 기아가 보유하고 있던 지분 5%를 추가 매입했다. 현대커머셜의 지분율은 현재 34.62%까지 높아졌다.

현대차와 외국계 자본, 현대커머셜로 나눠져 있는 지분구조는 현대카드에 경영 독립성을 가져다 줬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20년에 달하는 오랜 기간 동안 현대카드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역대 최장수 CEO의 임기가 6년인 삼성카드와는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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