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15년물 만기의 사모사채를 찍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LG전자는 신용등급 'AA0'으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의 인기도 높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사모채 조달도 함께 해왔다. 이번 사모채는 초장기물로 차입구조를 장기화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LG전자의 우수한 신용도와 안정적인 현금창출능력이 없었다면 초장기물 발행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LG전자의 채권내재등급(BIR·Bond Implied Rating)은 AAA로 실제 등급보다 높다.
◇ LG전자, 공·사모 믹스 전략 구사…사모채로 1300억 추가 확보 2일 IB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말 13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했다. 해당 사모채의 만기는 2038년 5월 31일로 15년물이다. 표면이율은 5.147%다. 발행대리인(주관사)는 KB증권이다. LG전자의 신용등급 및 전망은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모두 'AA0, 안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올 들어서 공모채 조달에 나선 바 있다. 2년여만의 공모채 시장 복귀였다. 모집액은 총 3500억원이었고 3년물 1400억원, 5년물 1200억원, 7년물 400억원, 10년물 500억원 등으로 나눠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모집액의 7배가 넘는 2조5850억원의 수요가 몰리면서 총 7000억원으로 증액발행에 성공하기도 했다.
프라이싱도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증액발행했음에도 전 트랜치 모두 언더발행에 성공했다. 3·5·7년물은 -30bp, 10년물은 -26bp를 가산한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이자율은 각각 4.032%, 4.347%, 4.586%, 4.841%이었다. 당시 중장기물 위주로 트랜치를 구성했음에도 기관투자자 수요가 충분했던 것이다.
LG전자가 공모채 시장에서 충분한 수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모채 조달을 진행한 것은 차입구조를 장기화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통상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15년물을 찍기는 쉽지 않지만 우량 기업을 중심으로 종종 발행해왔었다. LG전자 역시 공모채나 사모채로 15년물을 조달했었다. 2021년 5월에도 1100억원 규모의 15년물 공모채를 발행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공모채와 사모채를 믹스해서 조달을 해왔다"며 "일정 규모 이상이면 공모채로 조달을 했을텐데 규모나 조달시점을 감안, 사모채를 발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달 목적은 단순 운영자금이었다고 덧붙였다.
◇ LG전자, 시장서 'AAA'로 평가…단기차입비중 10%대 유지 LG전자가 초장기물로 사모채 시장을 두드릴 수 있었던 데에는 우수한 신용등급과 사업안정성을 꼽을 수 있다. 현재 LG전자 신용등급은 AA0이지만 BIR은 AAA로 평가받는다. BIR은 시장에서 평가한 수익률이나 스프레드를 기준으로 책정한 신용등급이다. 실제 신용등급보다 2노치(notch) 높다.
LG전자는 생활가전(H&A), TV 및 오디오(HE), 자동차 전자장치(VS) 등으로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가져가고 있다. 특히 2021년 적자사업이었던 MC부문을 정리하고 VS부문에 집중하면서 날개를 달았다. 생활가전에서는 압도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2년 연속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LG전자는 2022년말 기준 연결 기준으로 매출액은 83조4673억원, 영업이익은 3조5510억원이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는 6조5361억원이었다. 연간 실질 현금창출력 역시 우수하다고 볼 수 있다. 덕분에 LG전자는 중장기물 위주의 조달이 가능하다. 덕분에 단기차입금 비중이 크지 않고 유동성 대응능력도 우수하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별도 기준으로 회사채(공사모 합계) 중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비중은 12%다. 미상환 회사채 규모는 5조282억원이었고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6075억원이다. 연결 기준으로 놓고 봐도 미상환 회사채 중 단기차입 비중은 13%대다. 이번 조달을 통해 차입구조를 보다 장기화할 수 있게 됐다.
IB업계 관계자는 "사모채 15년물은 확실한 투자자를 모집해야만 발행이 가능하다"며 "어려운 시장임에도 조달할 수 있었던 데에는 발행회사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 역시 "사모채를 찍는 건 흔한 일이지만 이 정도의 초장기물을 발행하려면 회사 등급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