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은 등락이 적은 업권으로 불리곤 한다. 금융업 자체가 타 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데다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대형은행이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 지속되어 온 탓이다.
하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은행권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형은행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여·수신 상품을 통해 고객을 빠른 속도로 끌어모으며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일부 원화예수금과 원화대출금 규모 면에서 지방은행을 제쳤으며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역시 그 뒤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공고했던 은행권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오고 있다.
◇공고한 1등 카카오뱅크, 막내 토스뱅크의 돌진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12월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가장 많은 원화예수금을 확보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다.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의 원화예수금은 33조558억원으로 5년 사이 205% 성장했다. 이는 하위권 지방은행의 원화예수금 규모를 제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은 각각 22조9435억원, 17조7821억원, 6조519억원의 원화예수금을 확보했다.
카카오뱅크가 전체 국내 은행에서 차지하고 있는 원화예수금 시장점유율도 늘었다. 2018년 말 기준 0.74%에 수준이던 원화예수금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1.61%로 5년 동안 0.87%포인트 증가했다.
그 뒤는 토스뱅크가 이었다. 지난 2021년 9월까지는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중 2위를 차지했으나 그해 10월 세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가 등장하며 지각변동이 나타났다. 2021년 말 토스뱅크의 원화예수금은 13조7906억원으로 출범과 동시에 케이뱅크를 제쳤다. 당시 시장점유율은 0.71%다.
토스뱅크가 출범과 동시에 케이뱅크를 제친 데는 수시 입출금식 통장의 효과가 컸다. 토스뱅크는 파킹통장에 만기나 납입금액과 같은 조건 없이 연 2%(세전) 이자를 지급했다. 상품마다 복잡한 가입조건을 없애고 하루만 맡겨도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으로 3주 만에 100만명이 사전 신청을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반면 케이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 중 맏형임에도 출범 후 몇 년 동안은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내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유상증자를 제때 하지 못해 자본금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업을 제때 확장 시키지 못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타사 대비 독특한 상품을 선제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것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업비트 제휴로 성장 부진의 꼬리표를 뗐다. 2020년 7월 업비트 제휴 이후 케이뱅크의 원화예수금이 크게 상승 폭을 나타냈다. 2020년 6월 1조8453억원이던 원화예수금은 1년 만에 11조2853억원으로 증가했다. 최근엔 경쟁력 있는 금리 상품으로 지난해 9월 성장세가 꺾인 토스뱅크와 달리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 카카오뱅크 선두…기업대출은 토스뱅크 원화대출금 측면에서도 카카오뱅크가 1위 지위를 공고하게 유지했다. 2018년 12월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카카오뱅크는 매 분기 가장 많은 원화대출금을 확보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원화대출금을 확보하는데, 카카오뱅크의 가계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 27조7976억원으로 5년 사이 206% 늘었다.
가계 원화대출금 시장점유율도 증가했다. 2018년 말 1.28%이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3.08%로 증가했다. 대출금 측면에선 지방은행을 모두 제쳤다. 지방은행 중 가계 원화대출금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는 부산은행의 지난해 말 시장점유율이 1.92%다. 전체 은행의 가계 원화대출금에서 각 사의 규모를 비교한 수치다.
원화예수금과 달리 가계 원화대출금 측면에선 케이뱅크가 토스뱅크를 제치고 2위를 달성했다. 케이뱅크는 출범 이후 대출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으나, 2020년 7월 유상증자를 통해 대출 영업에 다시 속도를 냈다. 케이뱅크의 가계 원화대출금은 매 분기 성장세를 나타내며 지난해 말 10조6810억원을 확보했다.
토스뱅크도 가계 원화대출금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규모 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중 3등이지만, 출범 시기를 비교했을 때 성장세가 가장 매섭다. 2021년 말 5315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가계 원화대출금은 지난해 말 7조3295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가계 원화대출금 규모가 14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기업 원화대출금 규모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 모두 미미한 규모다. 다만 최근 들어 기업대출 중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기업 대출 상품을 연달아 출시하며 그 규모를 늘리고 있다.
기업 원화대출금을 가장 많이 확보한 인터넷전문은행은 토스뱅크다. 토스뱅크는 '사장님 대출'을 출범한 지 1년 만에 1조3098억원의 기업 원화대출금을 기록했다. 사장님 대출은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평균 3분 이내에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어, 영업시간 내에 은행 방문이 어려운 개인사업자에 높은 호응을 받았다.
그 뒤를 이어 케이뱅크가 같은 기간 950억원 규모의 기업 원화대출금을 확보했다. 케이뱅크 역시 '사장님 신용대출'을 출시하며 비대면으로 빠른 시간 안에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특징이 있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900억원 규모의 기업 원화대출금을 확보했으며, 개인사업자 대출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