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안 하는 일을 새롭게 하기 위해, 못하는 일을 잘하기 위해, 잘하는 일은 더 잘하기 위해서다. 기업이 현재 발 딛고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이 리크루팅(채용) 활동에 있다. 기업의 리크루팅 활동과 의미를 짚어본다.
현대자동차가 일본 현지의 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판매법인인 '현대모빌리티재팬(Hyundai Mobility Japan)'에서 근무할 회계·경영관리 담당자를 찾고 있다. 올해는 현대차가 일본 승용차 시장에 재진출한 지 2년차를 맞는 해다. 지난 2009년 일본 시장에서 철수한 현대차는 지난해 재공략에 나섰다.
현대모빌리티재팬은 현재 일본 요코하마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모빌리티재팬 외에 '현대모빌리티재팬 R&D센터(Hyundai Mobility Japan R&D Center)'라는 또 다른 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두 법인 모두 요코하마에 있는 같은 건물을 쓰는 것으로 알려진다.
요코하마에는 지난해 연 최신 전시장인 '현대 커스토머 익스피리언스 센터(Customer Experience Center·사진)'도 있다. 현대차가 일본에 수입 판매하는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수소차인 '넥소'를 직접 보고 시승도 할 수 있다. 구매 상담과 애프터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차량 인도도 이뤄진다.
이번에 채용하는 회계·경영관리 담당자는 요코하마 사무소에서 근무한다. 국내에 있는 현대차 본사가 채용해 일본에 주재원으로 파견하는 형태가 아닌 현지 법인인 현대모빌리티재팬이 직접 고용하는 형태다. 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다.
담당 업무는 △비용 정산 △세무 관리 △청구서 작성과 데이터 집계 △경영관리 자료 작성과 결산·손익 추정 △예산 관리 △자금 관리 등이다. 유관 업무 경험이 최소 5년 이상, 연간 손익 추계와 분석 경험을 가진 경력자를 선호한다. 한국어와 영어 회화가 가능하다면 일본인 경력자도 지원할 수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부터 다시 일본에 승용차를 수출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현대차는 총 649대 판매됐다. 일본 수입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0.21%로 높지 않지만, 이제 막 영업 첫 해를 마친 만큼 평가는 시기상조다.
13년 만에 일본 승용차 시장을 다시 공략하는 현대차는 과거와 다른 전략을 취하고 있다. 과거 판매 모델은 일반 중형 승용차인 소나타 등이었다면 현재는 일본 완성차 업체들보다 관련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가진 전기차(아이오닉5)와 수소차(넥소)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하이브리드차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기차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는 현대차의 일본 시장 재공략 목적이 그저 새로운 시장 진출과 판매량 확대에만 있지 않다는 걸 시사한다. 과거 롤모델이었던 일본 완성차 업체들보다 이제는 기술과 디자인, 서비스 면에서 앞서 있다는 점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본국에서 입증하겠다는 것이다.
대개 많은 기업이 해외 현지법인에 자금을 지원하기 전·후로 재무 담당자를 충원한다. 현대차가 단기가 아닌 중장기 계획을 갖고 일본 시장 재공략에 나선 만큼 향후 법인 규모를 키우기 위해 출자를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자금을 관리하는 회계·경영관리 담당자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현재 현대모빌리티재팬 법인장은 조원상 상무다. 지난해 하반기에 이정욱 상무와 배턴 터치했다. 1968년생인 조 상무는 글로벌마케팅1실장과 마케팅사업부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모빌리티재팬 합류 전에 아이오닉6의 마케팅 작업을 이끈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채용될 회계·경영관리 담당자는 조 상무와 호흡을 맞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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