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 '빅딜(Big Deal)'은 기업의 운명을 가른다. 단 한 건의 재무적 이벤트라도 규모가 크다면 그 영향은 기업을 넘어 그룹 전체로 영향을 미친다. 그 영향은 긍정적일수도, 부정적일수도 있다. THE CFO는 기업과 그룹의 방향성을 바꾼 빅딜을 분석한다. 빅딜 이후 기업은 재무적으로 어떻게 변모했으며, 나아가 딜을 이끈 최고재무책임자(CFO) 및 재무 인력들의 행보를 살펴본다.
넥실리스 인수 이후 SKC의 사업 부문별 지형도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큰 틀에서 봤을 때 SK넥실리스 인수 시기인 2020년 전과 후를 비교하면 필름 사업(Industry소재 사업 부문) 전량과 화학 사업 지분 49%이 빠지고 SK넥실리스가 추가됐다.
◇여전한 화학 존재감, 지분율은 100%→51%작년과 SK넥실리스 인수 이전인 2019년을 비교했을 때 작년 SKC의 전사 연결 매출은 증가했다. 작년 연결 매출은 3조1389억원, 2019년 매출은 2조5398억원이다.
다만 이는 SK넥실리스 인수 효과라기보다는 화학 사업의 매출 증가 효과가 더 크다. 2019년 당시 매출 1조215억원으로 가장 많은 파이를 차지했던 Indusry소재 사업 부문이 작년에는 빠졌음에도 화학 사업이 1조7046억원이라는 매출을 뽑아내면서 전사 매출의 54%를 화학이 책임졌다.
영업이익 역시 비슷하다. 작년 연결 영업이익은 2202억원으로 2019년 1550억원보다 42% 늘어났다. 다만 이 역시 SKPIC글로벌의 활약 덕이 크다. 화학 사업은 작년 전사 영업이익의 64%인 1409억원을 기록했다.
손익계산서 상 실적은 개선됐으나 실제 SKC로 유입되는 현금흐름 효과는 2019년 대비 줄어들었다고 봐야 한다. 2019년에는 SKC가 화학 사업을 100% 쥐고 있었지만, 2020년 PIC로 지분 매각 이후 지분율이 51%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2020년 물적 분할 및 지분매각 이후 SKPIC글로벌은 약 3년(2020년 2월~2022년 12월) 동안 538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SKPIC글로벌에서 SKC로 유입된 배당수익은 2400억원 수준이다. SKC가 SKPIC글로벌을 종속기업으로 분류해 SKPIC글로벌의 실적을 오롯이 연결로 인식하지만 화학 사업의 수혜를 누리는 정도는 2019년 대비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인수 이후 실적 나날이 개선 중인 동박대신 유망 사업이자 실제 인수 이후 꾸준한 실적 상승을 보이고 있는 SK넥실리스를 품었다는 점은 큰 의미다. 특히 SKC는 SK넥실리스 인수 과정에서 지분 100%를 인수했다. SK넥실리스는 작년 매출 8094억원, 영업이익 773억원을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2021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17% 늘어났다.
이 추이대로라면 손익계산서 상 숫자는 개선될 여지가 많다. 특히 올해 말레이시아 공장 상업화가 본격화하면 생산 능력은 작년 말 5만2000톤에서 올해 말 10만9000톤으로 늘어난다.
SKC는 글로벌 OEM들의 전기차 생산 확대와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추진으로 전방시장이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초대형 글로벌 OEM사와 장기계약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물론 최근 중국 동박 업체들의 증설 계획 등을 고려하면 장밋빛 미래가 보장돼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 포트폴리오의 현실을 보면 화학 사업이 절반 이상 떨어져 나간 이후 사실상 SKC의 '주포'는 SK넥실리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