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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 현금 3.9조 어떻게 유지하나

LG전자 차입 1조…수요 감소한 TV와 모바일 대신 '오토·태블릿' 방점 돌파구

손현지 기자  2023-04-27 07:58:17
LG디스플레이가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위축으로 TV와 IT 등 전방산업의 수요 부진 기조가 심화되는 데다가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수익성이 악화된 탓에 현금이 크게 소진된 탓이다. 1분기 중 LG전자로부터 1조원 자금수혈을 받으면서 3년 동안 줄어들던 차입금 그래프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차입 상환을 위해 전략방안도 수정했다. 최근 수요가 급감한 모바일과 TV 대신 성장성이 높은 전장사업과 태블릿 시장에 집중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로인해 하반기부터는 흑자로 전환, 자체 수익원 마련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3년전 데자뷔 우려…부채비율 250% 육박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현금성자산은 3조8940억원으로 전년동기(4조111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당기순손실 1조1531억원, EBITDA(상각전 영업손익)는 80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에 비하면 유동성 확보에 성공한 것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해 빠져나간 현금은 4430억원에 달하지만 차입금으로 이를 메운 덕분이다. LG디스플레이가 1분기 중 빌려 쓴 돈은 1조8500억원이다. 작년 1분기 신규 차입금이 2980억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크게 급증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앞서 2019년 이후론 차입금이 감소하는 추세였다. 대규모 투자로 적자가 지속된 이후 2019년 한해 동안만 4조7830억원 차입금이 증가했다. 그러나 2020년부터 대폭 줄기 시작, 2021년에는 오히려 차입금이 2조3990억원 가량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LG전자로부터 1조원 대규모 자금 수혈을 단행했다. 차입기간은 3년, 이자율은 6.06%로 2년 거치, 1년 분할 상환 조건이다. 이같은 장기차입은 적자 상태가 지속되는 가운데 생존을 위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2분기 4883억원 적자 전환한 데 이어 3분기에도 7593억원의 손실을 냈다.

LG디스플레이는 코로나19 기간 호황을 맞았던 것과 달리 글로벌 경기침체기 직격탄을 맞았다. TV 등 전자제품 재고가 쌓이면서 주력 상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수요가 급감하기 시작했다.

단 부채비율이 다시 치솟고 있다. 작년 1분기 159%였던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248%까지 상승했다. 순차입금 비율도 61%에서 126%로 올랐다.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무건전성 회복이 중요과제로 부상했다. 채무상환을 위해선 자체 수익성 확보 방안 마련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TV가고 '오토·태블릿' 시대온다

지난 26일 1분기 컨퍼런스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의 열기도 뜨거웠다. 질문 방향도 향후 수익성 강화 전략 방안에 집중됐다.

LG디스플레이는 수주형 사업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TV 등 수급형 사업의 시장 변동성 영향이 큰 탓이다. 수주형 사업의 매출 비중은 올 들어 40%대 초반까지 확대된 상태고 향후 2~3년 이내에 70% 수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날 이원재 LG디스플레이 대형전략 마케팅 담당은 "OLED TV를 포함한 하이엔드 TV 시장 수요가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부진하다"며 "1분기 OLED 패널 출하는 세트 실판매 대비 하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최대 고객사인 LG전자가 선제적 재고 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점진적으로 물량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수주형 산업 중에서도 '차량용(Auto)' 디스플레이 패널과 '태블릿 PC'용 OLED 등으로 전략축을 변경했다. 1분기 제품별 판매 비중은 TV용 패널 19%, IT용 패널(모니터, 노트북PC, 태블릿 등) 38%, 모바일용 패널 및 기타 제품 32%, 차량용 패널 11%이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CSO는 "수주형 사업으론 태블릿과 모바일 폰, 워치, 오토 비즈니스 등이 해당한다"며 "전사 수주형 사업 매출 비중을 40% 가량 확대할 계획인데 그 중 오토 비즈니스가 10%, 나머지가 30%를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토 비즈니스에서만 1분기 3조원을 상회하는 수주를 기록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오토 비즈니스는 작년 말 대비 수주잔고는 20% 성장했고, 2021년 말과 비교하면 70% 상승했다"며 "오토 매출도 향후 3년간 두배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태블릿 시장에서도 신수익원을 찾는다. 김창원 LG디스플레이 마케팅 실장은 "상반기 OLED 태블릿 시장 진입을 계획 중"이라며 "태블릿 제품 내 50% 이상 포지션, OLED태블릿 제품 내에선 60% 이상 수준의 포지셔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급형 산업인 TV의 경우 고부가가치 중심의 제품 경쟁력 유지에 방점을 맞춘다. 대형 OLED는 휘도, 소비전력 등 근본 경쟁력을 강화한 차별화 제품의 라인업 확대와 원가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 내 입지를 지속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투명과 게이밍 OLED 등 시장창출형 사업 추진도 가속화한다.

LG디스플레이는 상반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는 회복세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전방산업의 재고조정이 이뤄져 패널수요가 다시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CFO(최고재무책임자)는 "전방 산업의 실판매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당분간 패널 수요가 세트 판매를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하반기 부턴 모바일 제품 출하 증가 등 수주형 사업 성과 확대로 흑자 전환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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