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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모니터

토스가 '헤어살롱'을 운영할 수 있는 이유

대표 포함 임원에 별도 공간과 차량, 인력 제공 안해...대신 '직원 복리후생'에 사용

양도웅 기자  2023-04-18 15:55:20

편집자주

이익을 확대하려면 수익(매출)을 늘리거나 비용을 줄여야 한다. 이 중 경기침체 국면에선 많은 기업이 비용을 줄이는 쪽을 택한다. 시장 수요가 줄어 수익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돈을 관리함으로써 돈을 버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THE CFO가 기업의 비용 규모와 변화, 특이점 등을 짚어본다.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지금처럼 규모가 크지 않았을 때부터 '복지'로 유명했다. 다른 직원과 분리된 환경에서 홀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왔고 업무 중간에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며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안마의자가 구비된 마사지룸도 마련해뒀다.

언제든 바리스타가 직접 만들어준 커피와 함께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는 '커피 사일로'도 있다.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어 토스 직원들이 가장 애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외에 샐러드와 과일, 과자 등 간식거리를 눈치보지 않고 먹을 수 있고 사무용품을 자유롭게 가져다 쓸 수 있는 편의점도 있다.

사실 여기까지는 다른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단 다른 점이 있다면 토스는 '헤어살롱'을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출처=토스 홈페이지)

예약제로 운영되는 헤어살롱은 커트와 드라이, 뿌리염색, 다운펌, 두피 스케일링, 스타일링 컨설팅 등 일반 헤어살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모두 '무료'로 제공한다. 2019년 11월부터 일주일에 3번씩 시범 운영했는데 직원들의 반응이 뜨거워 이후 매일 운영하는 방식으로 바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 토스가 투입하는 돈은 약 228억원(2022년 복리후생비)이다. 지난해 매출액 1조1888억원에서 복리후생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다. 전년 대비 0.2%포인트(p) 확대됐다. 2021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액이 52% 증가하는 동안 복리후생비는 이보다 큰 68% 늘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스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복리후생비 비율 1.9%는 다른 유니콘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은 아니다. 가령 직방은 3.3%, 리디는 2.1%, 무신사는 1.3%, 컬리는 0.8%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는 2.0%다. 하지만 토스처럼 헤어살롱을 비롯해 창의적이고 다양한 복지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은 손에 꼽힌다.

버는 돈과 비교해 복리후생비에 지출하는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토스가 이처럼 다양한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임원 1명에게 제공하는 독립된 공간과 차량, 직원 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토스에는 대표실 같은 공간이 없다"며 "이승건 대표이사도 다른 팀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여전히 일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여전히 택시를 타고 출퇴근하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승건 대표를 포함해 토스의 상근 임원은 13명 내외다. 만약 이들 한 명에게 독립된 공간과 함께 업무를 보조해주는 직원을 제공한다면 기존 복지 공간을 축소하거나, 그게 원치 않다면 추가로 공간을 임대해야 한다. 인건비도 추가로 발생한다.

또한 임원 13명에게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G80을 1대씩 리스로 제공한다면 매년 이 비용만 최소 1억원 이상이 발생한다(월 리스료와 보증금 등으로 추산). 여기에 운전기사와 유류비까지 제공한다고 하면 관련 비용은 수억원으로 불어난다. 하지만 토스는 이러한 비용을 직원들의 복리후생비에 쓰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고물가와 고금리로 유니콘을 포함해 스타트업들은 복리후생비를 포함한 비용 절감에 나서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토스 재무 부서에서는 현 수준의 복리후생비는 부담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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