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CFO 워치SK㈜

이성형 CFO 최대 과제 '재무건전성' 확보

계열사 실적 둔화 전망에 순차입금 통제...보유지분 매각 사례 늘어날듯

정명섭 기자  2023-04-12 15:11:18
SK
SK㈜의 이성형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는 지난해 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과 함께 사업 포트폴리오를 총괄하는 PM부문장을 겸직하게 됐다. 재무관리와 더불어 투자 전문회사로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해야 중책을 맡은 셈이다.

그동안 SK㈜ CFO 출신들이 계열사 CEO나 그룹 전문경영인으로 영전한 점을 고려하면, 이 CFO도 올해는 리더로서 성과와 자질을 평가받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CFO 앞에 놓인 최대 과제는 재무건전성 관리다.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면서 경영 불확실성과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등 경영환경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려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당분간 양적 긴축기조를 강화한다는 입장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같은 돌발 변수도 나타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한 스타트업 행사에서 “지금은 소나기를 피하며 살아남는 데 집중해야 할 때”라고 언급한 것도 대외 리스크를 우려해서다.

◇올해 주요 계열사 실적 둔화 전망에 차입금 관리 개시

이 CFO가 추진할 세부 과제는 순차입금의존도 축소, 자산 매각, 투자 포트폴리오 관리 등 크게 세 가지다. SK㈜는 2018년 이후 SK이노베이션 등 연결 자회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 신사업 추진 등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면서 매년 차입금이 늘어 재무부담이 커졌다. 2018년에 37조3631억원 수준이던 총차입금은 2019년 40조원을 넘어섰고, 매년 10조원씩 차입금이 늘어나다가 지난해 80조2590억원까지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2018년 26조1643억원에서 작년에 54조7654억원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순차입금의존도는 21.9%에서 28%까지 올랐다. SK㈜ 별도 기준으로 봐도 지분투자 확대로 차입금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부채비율도 134.7%(연결기준)에서 170.9%로 늘었다.



재무지표만 보면 현시점에서 재무안정성은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나 차입금이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건 현금창출력 대비 자금의 순유출이 증가해 재무적 완충력이 소진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조6777억원이었으나, 이보다 약 2배 높은 15조원이 투자로 빠져나갔다. 그럼에도 현금성자산이 8731억원 순증할 수 있었던 건 차입 덕분이었다.

SK㈜는 올해 1분기에도 SK이노베이션 실적 악화, SK E&S의 계통한계가격(한국전력공사에 대한 전력 판매가) 상한제 적용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CFO는 예년보다 현금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 투자 축소 등으로 차입금 비중을 낮춰 차입금의존도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2조원 규모 자산 순차 매각...베트남 자산 거론

이 CFO가 올해 2조원 규모의 자산을 적기에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겠다고 한 것도 재무건전성과 맞닿아있다.

지난달 미국 모빌리티 기업 투로의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과 같은 엑시트 사례가 더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SK㈜는 2017년 3500만 달러(약 463억원)에 이 회사를 인수해 5년 만에 6750만 달러(약 894억원)에 매각했다. 수익률은 121%에 달한다. 앞서 2021년 SK바이오팜 지분 1조1162억원을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한 것도 유사한 사례다.

처분 대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자산은 SK동남아투자법인이 보유한 베트남 기업 지분이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SK㈜와 계열사 5곳이 2억 달러(2650억원)씩 출자해 싱가포르에 설립한 투자법인이다. 이 법인은 베트남 빈그룹(지분 6.1%), 마산그룹(9.5%)과 제약사 파마시티(14.5%), 빈커머스(16.3%)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SK㈜의 신규 투자 소식은 이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비용과 시장 요구수익률, 투자기회비용 등을 엄격하게 검토하는 방향으로 투자 관리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차세대 기술, 유망 영역이 아닌 이상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시각이다.

장동현 SK㈜ 부회장은 지난달 주주 대상 간담회에서 “그동안 투자해 놓은 사업 외에 추가 투자를 위한 리소스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는 시기 조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