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추진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마침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재무적 조력을 해온 하은용 부사장에게 의미가 남다른 클로징이다. 하 부사장이 재무를 책임진 기간 대한항공은 팬데믹 여파를 지나 아시아나항공 인수 채비를 갖추기까지 험로를 비행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시기를 6월 31일로 예정해뒀다. 2020년 11월 인수 방침을 밝히고 2년 7개월 만이다. 인수 이후 대한항공은 국내 유일의 대형항공사(FSC)로 새출발한다.
현재 11개 국가에서 심사가 종결됐으며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심사가 남았다. 3개월이 채 안남은 셈인데, 인수 이후 불가피한 타격을 감안해도 시장에서는 대한항공의 재무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 부사장은 2020년 1조1000억원 규모, 인수 발표 이후인 2021년에도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맡아 4조4000억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성공적으로 끌어왔다. 또 대한항공이 사모펀드에 기내식과 기내면세품 판매사업을 넘기면서 8000억원, 송현동 부지 매각계약으로 55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추가적 현금 유입이 있었다.
현금흐름도 추세가 좋다. 2020년 1조원대로 떨어졌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2년 5조원대로 껑충 점프했다. 2000년대 들어 최대 수치다. 현금흐름이 좋아진 데는 지난해 역대 최대 순이익(1조7295억원)을 낸 영향이 컸다. 화물사업은 다소 후퇴했지만 여객사업이 회복하면서 코로나19 확산 전을 넘어섰다.
CFO가 관리해야 할 대표적 부분인 운전자본에서도 현금흐름에 플러스 요인이 있었다. 지난해 순운전자본의 변동으로 1조188억원이 유입됐다. 매입채무가 1000억원 이상 늘고 약 8400억원의 선수금이 들어온 덕분이다.
자연히 잉여현금흐름 역시 증가했다. CAPEX 규모가 지난해 7600억원으로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됐는데도 같은 기간 잉여현금은 되려 3조5000억원에서 4조8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영업현금흐름에서 CAPEX(자본적지출)와 배당금지급액을 빼는 방식을 썼을 때의 잉여현금이다.
하 부사장은 넘치는 잉여현금에 기반해 차입금부터 줄였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총차입금은 리스부채를 포함해 11조1373억원을 나타냈다. 17조원까지 불었던 2019년과 비교하면 3년새 6조원이 줄었다. 코로나 전에도 대한항공은 15조~16조원 정도의 차입을 유지했었는데 그보다 축소됐다.
하 부사장이 재무지표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비한 완충재를 깔기 위해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아시아나항공은 연결 부채비율이 1780%에 달했다. 대한항공에 연결로 편입될 경우 재무부담 확대를 피하기 어려운 셈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대한항공이 충격을 감당하기 충분한 재무여력을 구축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 박종도 선임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올해 진에어를 포함해 항공기 15대의 추가 도입, 아시아나 연결 편입 영향 등으로 차입금이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최근 대규모 당기순이익 누적을 통해 비축한 재무여력과 확대된 현금창출력을 감안할 때 팬데믹 이전보다 크게 개선된 재무안정성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엔 하 부사장의 공을 낮춰보기 어렵다. 하 부사장은 2016년 대한항공 재무본부장에 오른 이후 약 7년간 CFO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한항공 내에서 우기홍 사장, 장성현 부사장과 함께 조원태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2019년부턴 한진칼 CFO도 겸직하고 있다.
대한항공이 신용등급 'A급' 타이틀을 되찾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한항공은 작년 9월 2000억원어치의 회사채를 성공적으로 찍었고 이달에도 1500억원 규모 발행에 나선다. 시장에선 흥행을 점치고 있으며, 수요예측을 앞두고 신용평가 3사는 최근 대한항공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BBB+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대한항공은 하 부사장이 CFO를 맡기 직전인 2015년을 끝으로 A급 이슈어의 지위를 반납했다. 다시 A급에 진입할 경우 8년 만의 쾌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