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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무배당' 버린 남선알미늄, 국민연금 칼날 피했다

"과소배당" 이례적 질책에 배당정책 발표…'영업이익률 10%' 조건

고진영 기자  2023-04-07 13:40:04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지 5년이지만 국민연금으로부터 공개적 쓴소리를 들은 기업은 한 손에 꼽는다. 남선알미늄이 여기 포함되는데 재무제표 승인이 문제됐다. 원인은 배당없이 쌓아둔 이익잉여금이다. 올해는 배당정책을 내놓으면서 국민연금의 칼날을 비껴가 한숨 돌렸다. 다만 실제로 배당을 시작할 여지는 크지 않아 보인다.

남선알미늄은 최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눈에 띄는 부분은 재무제표 승인에 대해 이번엔 국민연금의 반대가 없었다는 점이다. 보통 기관투자자가 재무제표 승인에 제동을 거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하지만 남선알미늄은 작년까지 2년 연속 국민연금으로부터 반대표를 받았다.

2021년 주총에서는 과소배당에 해당한다는 이유였고 2022년 주총에서는 국민연금이 "배당 관련 기업과의 대화를 추진했으나 개선이 되지 않았다"며 재무제표에 문제를 제기했다. 재무제표에는 배당 재원으로 쓸 수 있는 이익잉여금 처분계산서가 포함되며, 국민연금은 의결관 행사 세부기준 2조에서 '배당금 지급수준이 주주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과소하거나 과다한 경우 재무제표 승인을 반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기계적이라는 비판을 간혹 듣는다. 투자 중인 기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선알미늄에 대해선 유독 적극적으로 나섰다. 2022년에는 주총을 앞두고 직접 공개서한을 보내 경영진, 사외이사와 비공개 면담까지 요청했다.

당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귀사가 합리적인 배당정책을 수립하지 않아 비공개 면담을 수차례 요청하였는데도 대화를 거부하는 등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귀사의 입장 표명, 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정보, 조치사항 및 개선대책 등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주주권 행사에 대해 구체적 설명을 꺼리는 국민연금의 경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강경했다.


공개서한 발송은 국민연금이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주주활동이다. 투자기업을 상대로 레터를보낸 것은 역사상 두 차례 뿐인데, 남선알미늄을 제외하면 2018년 각종 의혹에 시달리던 대한항공에 보낸 공개서한이 유일하다. 그만큼 남선알미늄에 대한 압박 필요성을 높게 여겼다고 볼 수 있다.

남선알미늄은 알루미늄 전문기업이다. 1947년 남선경금속공업사로 출범, 2007년 SM그룹에 인수됐다. 사업보고서가 확인되는 1998년부터 한 번도 배당을 하지 않았다. 2017년에는 일부 주주가 배당확대를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당시 주주 측은 내놓은 제안은 1주당 100원의 현금배당이다. 그러나 주총에서 부결되고 회사 측의 무배당 안이 가결됐다. 재무제표 승인은 보통결의사항이라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면 통과된다. 당시 최대주주 측(특수관계인 포함) 지분이 42.5%였다는 점에서 주주제안은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국민연금의 질책에 부딪힌 남선알미늄은 향후 3년간(2023 ~ 2025년)의 배당정책을 작년 11월 발표했다. '재무구조개선이 뒷받침되고 영업이익률이 10%(별도 기준)를 초과할 경우에는 초과금의 10% 범위내에서 배당을 실시한다'는 내용이다. 국민연금이 지난달 주총에서 재무제표 승인을 찬성한 것도 이에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다만 배당 조건을 고려할 때 무배당 기조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남선알미늄의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긴 것은 30년 전인 1992년 한 해 뿐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연결 기준으로 영업손익은 적자, 순손익은 흑자를 기록했다.

배당 여력을 살펴보면 상법상 배당 가능이익은 순자산(자기자본)에서 자본금, 자본준비금과 이익준비금의 합계액, 미실현 이익 등을 뺀 금액이다. 자본준비금 등을 확인할 수 없는 남선알미늄의 경우 미처분이익잉여금을 바탕으로 배당 여력을 가늠할 수 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이란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 중 배당이나 상여 등으로 유출되지 않고 사내에 유보된 잉여금을 말한다. 남선알미늄은 작년 말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연결 기준 2085억원, 별도 기준으로는 1161억원 누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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