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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 표심 분석

호텔신라, 국민연금·사학연금 시선 엇갈린 이유는

이부진 사장 '이사 4연임' 승인, 쟁점은 회사 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 침해

박규석 기자  2023-03-31 15:58:17

편집자주

2018년 국내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스튜어드십 코드(적극적 의결권 행사 원칙)'를 도입했다. 2020년 팬데믹 이후 개인들의 주식 투자까지 늘어나면서 이들을 대변하는 기관투자자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상황이 바뀌자 주주총회 현장은 과거와 다른 긴장감이 흐른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사안이 안건으로 상정되면 시장의 관심은 기관투자자들의 선택에 쏠린다. 투자자들과 소통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의 어깨도 덩달아 무거워진 상황. THE CFO가 주요 주총 안건에 대한 기관투자자를 비롯한 주주들의 표심과 그 결과를 리뷰한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를 두고 국민연금공단과 사학연금의 의견이 엇갈렸다. 국민연금은 이 사장의 연임에 찬성표를 던졌지만 사학연금은 반대 의사를 밝혔다. 그의 재선임이 확정된 가운데 두 연기금의 시선이 교차한 이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의결권 행사...같은 기준 다른 결과

호텔신라는 3월 16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안건으로 상정한 '사내이사 이부진 선임의 건(제2호 의안)'을 원안대로 승인받았다. 이날 결과에 따라 이 사장은 지난 2011년 이후 4연임을 하게 된 동시에 이사회 의장직도 유지하게 됐다. 이사의 임기는 3년이다.

다만 해당 안건을 두고 국내 주요 연기금으로 분류되는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이 상반된 의견을 보인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두 연기금이 비슷한 기준(수탁자 책임활동에 관한 지침)으로 이사 선임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이 사장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의 해석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학연금은 '회사 가치 훼손이나 주주 권익 침해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해당해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사의 선임에 있어 사학연금이 정해놓은 결격사유 중 하나다. 이외에도 사학연금은 법규 위반에 따른 행정·사법적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거나 과도한 겸임으로 충실한 의무수행이 어려운 경우 반대표를 행사할 수 있다.

회사 가치 훼손 등은 국민연금 역시 이사 선임에 관한 의사결정 기준으로 설정한 항목이다. 사학연금이 관련 항목에서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또한 이 부분에 대한 가치판단 등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찬성표를 던진 만큼 국민연금은 이 사장의 재선임이 회사 가치 훼손 등에 문제될 게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 이사 선임을 두고 표심은 갈렸지만 실질적인 효력 측면에서는 국민연금이 우세했을 것으로 해석된다. 두 기관의 대외적인 영향력을 제외하더라도 국민연금이 보유한 호텔신라의 지분이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보유한 호텔신라의 지분율은 10.23%로 단일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7.52%의 지분으로 단일 2대 주주인 삼성생명보험(고객계정포함)과의 차이도 뚜렷하다. 반면 사학연금은 '5% 이상 주주'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수익성 'V자 반등'이 미칠 영향은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은 의결권 행사에 관한 상세한 이유는 공개하지 않는다. 주식시장 등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공시된 행사 기준과 호텔신라의 현재 상황 등을 종합해보면 연기금들이 판단을 내린 배경은 일정 수준 유추할 수 있다.

우선 상반된 의견을 보인 회사 가치 훼손과 주주 권익의 경우 두 연기금의 판단 기준은 비슷하다. 회사 가치에서는 기업의 전반적인 경영 실적과 주가, 사업 현황 등을 분석한다. 국민연금은 횡령과 배임, 회계처리기준위반, 뇌물공여 등도 기업 가치의 훼손으로 보고 있다. 주주 권익은 기본적으로 회사의 가치 하락에 영향을 받으며 주가와 배당금 등도 일정 수준 포함된다.


이러한 기준을 호텔신라의 단적인 기업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경영실적에 대입해보면 국민연금은 사학연금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 사장의 이사 선임을 찬성한 것으로 보인다. 매출 등의 수익성 그래프가 2019년 말을 기준으로 V자형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2020년부터 시작된 회복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사학연금은 이보다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했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호텔신라의 수익성 지표가 V자형 곡선을 띄는 것은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2020년 이후 코로나19 여파로 크게 위축됐던 호텔과 면세산업 수요가 이듬해부터 회복세를 보였다. 백신접종과 소비자들의 적응, 중국 대리구매상 수요 증가가 주효했다. 2022년에는 해외입국자 자가격리 조치 완화, PCR 검사 의무 폐지, 인천국제공항 항공 규제 해제 등이 단행되며 수익성 회복에 힘이 됐다.

다만 업황 회복 등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환은 아닌 만큼 호텔신라는 올해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방침이다. 장단기적인 기업 가치 훼손 등의 측면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장 역시 올해 주총에서 "생존을 넘어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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