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기업집단 톺아보기

존재감 낮은 지주회사격 계열사 '삼라'

③브랜드 사용 수수료 미미, 배당 수익도 없어 계열 지원 능력 부족

김형락 기자  2023-07-28 08:07:18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SM그룹은 출자 구조 못지않게 계열사끼리 채권·채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다 보니 기업집단 내에서 자본 재분배 역할을 수행할 구심점도 없다.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삼라가 있지만 현금창출력은 크지 않다. 계열사로부터 들어오는 배당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보유 지분 일부를 담보로 내놓으며 계열사 차입을 후방에서 지원해 주는 데 그친다.

지난해 말 SM그룹의 계열사 간 담보 제공액은 총 1조445억원(별도 기준)이다. 담보액은 △삼라마이다스 2500억원(비중 24%) △대한해운 2221억원(21%) △삼라 2066억원(20%) 순으로 많았다. 같은 기간 계열사 간 채무보증액은 총 8510억원이었다.


삼라마이다스는 기업집단 내에서 차입을 일으키면서 계열사에 관계기업 지분을 담보를 제공했다. SM상선에서 운영자금 2500억원을 빌리면서 가지고 있던 SM상선 주식 338만4422주와 우방 주식 81만8770주를 담보로 설정했다.

대한해운은 100% 자회사인 대한해운LNG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투자 주식을 담보로 내줬다. 지난해 9월 대한해운LNG가 SM상선으로부터 선박 건조대금 1억2000만달러, 12월 차입금 상환대금 700억원을 빌릴 때, 각각 그에 상응하는 대한상선 주식 631만6360주, 310만1554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삼라는 자체 차입과 계열 지원에 두루 담보를 설정했다. 지난해 12월 SM상선과 1000억원 규모 단기 차입 약정을 맺으면서 SM스틸 주식 79만0994주를 담보로 걸었다. 계열사에서 HMM 주식울 차입할 때는 SM인더스트리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다. 삼라는 지난해 8월 △SM하이플러스에서 HMM 주식 170만주 △우방과 STX건설에서 각각 HMM 주식 100만주를 차입했다. 삼라가 HMM 주식를 담보로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차입하기 위해서다.

삼라가 계열 지원 목적으로 담보를 제공한 곳은 각각 삼환기업, SM스틸, 우방산업이다. 지난해 12월 삼환기업이 SM상선에서 운영자금(140억원) 차입 조건을 변경할 때, 삼라가 SM인더스트리 보통주 33만1848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우방산업에는 총 70억원 상당의 담보를 내줬다. 우방산업 단기차입금(65억원)에는 SM인더스트리 주식을, 사업부지 매매 관련 위약금 담보에는 5억원가량 정기예금을 질권 설정했다.

◇ 대부분 현금 유입 없는 지분법 이익, 상표권 수익은 100억 미만

삼라는 삼라마이다스, SM스틸과 함께 SM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있는 계열사다. SM그룹 지배구조는 우오현 회장을 정점으로 삼라, 삼라마이다스, SM스틸을 거쳐 각 계열사로 뻗어 나간다. 예컨대 그룹 캐시카우(현금 창출원)인 SM상선은 최대주주(지분 41.37%)가 삼라마이다스, 2대주주(29.55%)가 삼라 손자회사뻘인 TK케미칼, 3대주주(29.08%)가 삼라다. 대한해운은 최다 출자자를 중심으로 보면 우 회장→SM스틸→SM하이플러스→대한해운 순으로 지분 고리가 형성돼 있다.

그룹 내 지주회사격 계열사는 삼라다. 삼라는 SM그룹 모기업이다. 우 회장이 1988년 광주 지역에 설립한 삼라건설이 뿌리다. 2004년 법정관리 중이던 건설사 진덕산업 인수를 시작으로 지주회사격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05년 토목 건축 공사업 등을 분할해 삼라건설(신설)을 설립하고, 기존 삼라건설은 삼라(당시 시행사)로 상호를 바꿨다. 2019년 당시 우방산업(옛 진덕산업)이 삼라와 기원토건을 합병하면서 지금의 삼라가 탄생했다.


삼라는 계열사에서 상표권 사용료·임대수익과 배당 등을 수취해 분배하는 일반적인 지주사 역할을 수행하지는 않고 있다. SM그룹이 배당보다 내부 차입으로 기업집단 내 유동성을 재배치하는 재무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주력 계열사에 비해 현금창출력은 열위한 편이다.

삼라의 영업수익은 대부분 지분법 이익이다. 2021년부터 계열사에서 브랜드 사용료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금액은 미미하다.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수익(4758억원) 중 80%(3819억원)가 현금 유입이 없는 지분법 이익이다. 나머지 18%(840억원)는 분양수익, 2%(78억원)는 브랜드 사용료 수익이다. 그해 당기순이익이 3283억원 발생했지만, 현금 유입이 없는 수익 등을 차감한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68억원이었다.

삼라 자산 구성으로도 현금창출력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총계(2조2518억원) 중 81%(1조8139억원)가 지분법 적용 투자주식이다. 2021년과 지난해 해운업 호황에 힘입어 SM상선에서 지분법 이익(해당 기간 6190억원)이 발생하면서 자산총계가 불어났다. 2년 전보다 자산총계는 1조2371억원 증가했다. 대부분 지분법 이익(1조370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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