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과 의결권자문사가 SK하이닉스 신임 사외이사에 대해 우려 섞인 평가를 내놨다. 대상자는 정덕균, 김정원 사외이사 두 사람으로 경영진과 분리될 수 없는 이해관계자로 바라보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여지를 언급한 상황이다.
◇국민연금, 정덕균 사외이사 의회 소속 이력 주목했나
29일 SK하이닉스는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에 부의된 5개 안건은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정덕균 사외이사 선임 의안의 경우 국민연금의 찬성표를 받지 못한 점은 눈길을 끈다. 국민연금은 작년 말 기준 SK하이닉스의 발행 주식 가운데 7.2%를 소유하고 있다. 이는 최대주주인 SK스퀘어(지분율 20.07%)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국민연금은 정덕균 사외이사가 SK하이닉스와 이해관계를 공유한다고 평가했다. 의결권 행사 기준에 따라 사외이사로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이해관계자를 6개 그룹으로 나눠 식별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객 △구성원 △주주 △협력사 △지역사회 △정부·NGO 등이 해당된다. 이 가운데 정 사외이사와 접점을 가지는 지점은 정부다.
정 사외이사는 현재 PIM(Processing-in-Memory) 인공지능반도체사업단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리하는 조직이다. 구체적으로 2028년까지 관련 기술개발에 4027억원을 투입하는 범부처 사업이다. 동시에 그는 입법기구인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에서도 민간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상장사 사외이사 경력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효성중공업 사외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와이솔 사외이사직도 겸직하다가 올해 임기 만료 전에 자진 사임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정덕균 사외이사는 반도체 설계전문가인만큼 기술 개발 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검토해 이사회에서 추천됐다"라고 설명했다.
◇CGCG, 김정원 사외이사로 부적격 평가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김정원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권고했다. 김 사외이사가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의 고문으로 재직 중인 점을 문제 삼았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김앤장에서 법률자문 등 계약 관계를 맺어 왔다. 작년에는 키파운드리 M&A, 2020년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2017년 도시바 메모리 반도체 인수 등 SK하이닉스의 주요 M&A 거래에서 김앤장은 법률 자문사로 이름을 올렸다.
CGCG는 지난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와의 소송전에서도 김앤장이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김앤장은 SK하이닉스나 관계사 등과 최근 3년 동안 이해가 걸려 있는 관계를 유지한 만큼 여기에 소속된 김 사외이사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사학연금공단은 비슷한 관점에서 하영구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하 사외이사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당시 사학연금공단은 하 사외이사가 SK하이닉스와 이해관계가 있는 법인의 임직원인만큼 독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 사외이사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의 기관 주주로서 의결권을 가진 상태다.
SK하이닉스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사외이사를 선임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작년 3월에는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 규정을 개정하면서 전문성과 다양성 요건이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전체 이사회 구성원 10명 중 사외이사는 7명으로 과반 이상으로 꾸렸다. 하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대표이사와 분리한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